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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쩐의 전쟁’ 韓은 ‘넛크래커’ 위기… 이주열의 선택은

김문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글로벌 ‘쩐의 전쟁’ 韓은 ‘넛크래커’ 위기… 이주열의 선택은

한국이 신흥국발 '환율전쟁'에서 '넛크래커'(호두 까는 기구) 신세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흥국들은 자국 통화가치의 추락을 막기 위해 전격적으로 금리인상이라는 '극약 처방'을 꺼내들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는 돈줄을 죄는 것이어서 결국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스몰 오픈 이코노미(작은 개방경제)' 경제구조를 가진 한국으로서는 신흥국과 미국의 공세에 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통화정책이 빗나갈 경우 내수와 수출 모두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달 닻을 올릴 '이주열호'의 한국은행이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역쩐의 전쟁'이 시작됐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인도, 터키, 러시아, 브라질 등이 정정불안과 미국의 테이퍼링에 맞서 기준금리를 잇따라 인상했다. 환율 방어가 목적이다. 이자를 높여 해외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을 최소화하겠다는 것. 알레산드르 톰비니 브라질 중앙은행 총재는 "선진국의 금리 상승이라는 '진공청소기'가 계속 신흥시장에서 돈을 빨아들일 것"이라며 "다른 중앙은행들도 통화 긴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처음으로 뉴질랜드 중앙은행이 이날 3년 만에 기준금리를 2.5%에서 2.75%로 인상했다. 인플레이션 압력 우려 때문이다.

문제는 미국이다.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18~1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추가 테이퍼링을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1월 말 등장했던 신흥국 불안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돈줄을 죄는 양적완화 축소보다 파장이 큰 미국의 금리인상론도 시장에 지속적인 부담요인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길 수 있도록 선제 안내도 재설정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의 공포를 떠올린다. 시발점인 1994년 글로벌 경제 상황과 많이 닮아 있기 때문이다.

불황에서 허우적대던 미국 경기가 활기를 되찾으면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확장적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급선회한다. 그러자 미국시장을 떠나 중남미에 둥지를 틀었던 외화자금이 이탈했고, 심각한 금융위기가 터졌다. 놀란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앞다퉈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떠나는 글로벌 유동성을 붙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달러 가치는 더 높아지고, 다른 통화 가치는 추락하는 현상이 지속됐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탄탄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 외환보유액(3464억달러, 세계 7위)와 외화예금도 사상 최고 수준이다.

■'이주열호' 통화정책 방향은

신흥국의 금융시장 불안이 한국 금융시장에 전이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지배적 의견이다.

하지만 앞날은 모른다. 미국의 테이퍼링이 신흥국 위기에 다시 불을 지핀다면 세계에서 외화자금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여기에 원화 가치까지 하락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다면 달러화 표시 외채 상환부담도 커진다. 신흥국 경기둔화는 한국의 수출부진으로 이어져 저성장 기조를 고착화할 수도 있다.

여기에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세계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테이퍼링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한국에 금융위기가 발생하거나 신흥국 금융위기가 한국에 전염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다만 외화유동성 관리에도 힘쓰고 금리상승기에 부채 문제가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통화정책에 대한 '이주열호'의 고민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대출은 1000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위험수위다. 금리 인상은 서민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널뛰는 환율은 기업들에 부담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구조를 감안해 수출기업이 무너지지 않도록 정부의 적절한 환율 관리가 필요하다.

긴축이냐, 확장적 통화정책이냐에 대한 의견도 엇갈린다.

KB투자증권 이재승 연구원은 "테이퍼링 강화에 따른 신흥국 불안은 국내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가계부채가 더 늘어날 경우 한은의 선택은 더욱 강화된 통화정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 연구위원은 '신글로벌 통화전쟁의 영향과 정책대응' 논문을 통해 "올해 미국의 원·달러 환율 절상 압력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1980년대 통화전쟁의 표적이 당시 최대 경상흑자국인 일본이었다면 이번에는 한국, 중국 등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경상수지 흑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수준이 될 정도로 적정한 환율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며 "당분간 기준금리 인하 등 확장적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kmh@fnnews.com 김문호 성초롱 기자

■ 넛크래커(nutcracker)는 한국 경제가 선진국에는 기술·품질경쟁에서, 후발 개발도상국에는 가격경쟁에서 밀리는 현상이 '호두까기 기구' 속의 호두와 비슷하다는 데서 따온 비유다. 선진국과 신흥국 간 통화전쟁에서 한국 금융시장이 위기에 처할 수 있음을 빗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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