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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분석> 재개된 북한의 수사적 위협 : 배경과 상쇄방안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05 16:30

수정 2022.04.05 17:15

北, 한국의 '남남갈등 유인책' 의도...실질적 안보 강화 대응해야
잇단 북한의 담화에 대해 군 "정권교체기 긴장 완화 노력" 밝혀
[파이낸셜뉴스]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5일자 2면.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5일자 2면. 사진=노동신문 캡처
5일 북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이틀 만에 또다시 담화를 내 서욱 국방부 장관의 '선제타격' 발언을 재차 비난하면서도 "남한을 무력의 상대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오늘 김 부부장의 담화를 게재해 "우리는 같은 민족인 남조선을 겨냥해 총포탄 한 발도 쏘지 않을 것"이라며 "남조선이 우리와 군사적 대결을 선택한다면 부득이 우리의 핵전투 무력은 자기의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통신은 김 부부장이 서 장관의 '선제타격' 발언에 대해 "남조선군이 우리를 적으로 칭하며 선제적으로 우리를 타격할 가능성에 대해 운운한 것 자체는 매우 위험하고 좋지 않은 발상"이라고 전했다.

지난 4월 1일 서욱 국방부 장관은 육군 미사일전략사령부와 공군 미사일방어사령부 개편식을 연이어 주관한 자리에서 "미사일 발사 징후가 명확할 경우엔 발사 원점과 지휘·지원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도 갖추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어 서 장관은 "앞으로도 적을 압도할 수 있는 장거리·초정밀·고위력의 다양한 탄도미사일을 지속 개발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서 장관의 발언은 북한의 모라토리엄 파기 행위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추가 발사와 핵실험 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북 경고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풀이됐다.


이에 대해 지난 3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박정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 겸 당 비서와 김여정 당 부부장의 담화를 나란히 싣고 맹비난을 쏟아낸 바 있다.

하지만 다음 날인 4일 국방부는 서욱 국방부 장관을 비난한 북한 담화를 일축하며 위협에 맞서 안보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우리 군은 북한의 어떤 위협에도 안보를 지켜내기 위한 역량을 꾸준히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특히 정부 교체기에 남북 간 긴장 완화와 평화관리 노력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부대변인은 "북한의 미사일 능력 증대에 대해 우리 군의 대응체계를 한층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서 국가 안보와 국민 보호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반박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일 인민들이 김정은 총비서와 당 중앙의 혁명사상으로 무장하고 철저히 구현할 것을 강조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일 인민들이 김정은 총비서와 당 중앙의 혁명사상으로 무장하고 철저히 구현할 것을 강조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김재천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잇단 북한의 말 폭탄에 대해 "한국에 대한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임박했을 경우, 한국은 선제타격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무력화해야 한다"며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은 예방전쟁(preventive war)과 명확하게 구분된 ‘자위(self-defense)’에 해당하고, 국제법적으로도 보장된 합법적인 대응책"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이 국제법적으로 보장된 자위권을 행사하겠다는 데 북한은 ‘감히 핵보유국가인 북한에게 까불어’하는 식의 반응은 핵보유국가와 핵비보유국가의 전형적인 전략적 불균형 상태에 기인한 바 크다는 해석이다. 북한은 한국에 비해 재래식 군사력에는 열세지만 핵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러한 핵 우위로 전략적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김 교수는 "한국은 미국의 '확장억지력'으로 북한 핵을 억지할 수 있지만, 북한 미사일 능력이 이제 다탄두로 미국 전역을 타격이 가능한 수준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과연 미국이 서울을 구하기 위해 LA의 희생을 감수할 것인가’라는 의구심이 자꾸 생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우크라이나와는 달리 미국의 동맹이기 때문에 미국이 방어를 해야 하는 법적 의무가 있고, 한국에 대한 방위력 제공 실패는 미국의 모든 동맹관계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러나 ‘해외 분쟁에 개입하지 말라는’ 미국의 여론이 공고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미국 내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여론 조사기관마다 다소 차이가 있으나 여전히 30퍼센트 중후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고, 헌터 바이든 스캔들도 바이든의 지지율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은 국내 정치적인 입지가 약하기 때문에 여론에 굉장히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또 "이번 한국의 방미정책 협의단은 미국과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조를 확고히 해야 한다"며 "특히 확장억지 틀 안에서 핵공유를 포함한 다양한 정책 방안에 대해서 논의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다행히 바이든의 핵정책이 보다 적극성을 띠고 있다. 단일목적 원칙을 폐기하고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한·미 공조를 통한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한국에서는 지속적으로 자체 핵무장 주장이 나올 것이며 그러한 주장은 상당히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짚었다.

반길주 인하대학교 국제관계연구소 안보연구센터장은 북한 선전매체에 의한 3일에 이은 5일의 잇단 담화는 "수사적 위협을 거침없이 투사한 '남남갈등 유인책'"이라며 "북한은 ‘수사적 위협’과 ‘물리적 위협’을 병행하는 이중 군사적 위협 전략을 오랫동안 구사해 왔으며 일종의 강압전략이자 벼랑끝전술"이라고 풀이했다.

화성-17형 영상 조작 의심. 2022.03.27. 자료=한국국방안보포럼 제공
화성-17형 영상 조작 의심. 2022.03.27. 자료=한국국방안보포럼 제공
군사 외교 전문가들 일각에선 북한이 이러한 이중 군사적 위협을 구사하고 나서게 된 배경, 근본적 원인으로 북한의 입장을 두둔해온 듯한 정부와 당국의 '지난 수년간의 내재적 접근'이라고 지적한다.

한국의 내재적 접근이 북한의 속셈을 간파해서 대응지략을 개발하는 방식보다는 북한을 이해하고 불편하게 하지 않는 듯한 방식의 ‘저자세’ 대북정책으로 치우친 경향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반 센터장은 "이처럼 저자세인 듯한 대북정책을 쏟아내다 보니 북한이 한국에 대한 레버리지를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며 "북한의 수사적 위협은 한국에는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인식을 반영한 것이고, 탄도미사일 발사를 통해 물리적 위협까지 투사하는 것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차기정부는 원칙 있는 대북정책 기조 하에 확연히 차별화된 대북정책을 추진할 것임을 천명했다. 하지만 현정부의 저자세인 듯한 대북정책에 이미 익숙해진 북한이 정권교체기 혹은 차기정부 초기 이러한 수사적 위협을 더 강화할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이어 반 센터장은 "우선 수사적 위협에 일일이 대응하는 방식은 자칫 북한의 함정에 말려들 수 있다"며 "한국이 곧바로 반응하면 수사적 위협이 북한의 레버리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반 센터장은 "한국은 북한의 수사적 위협에 물리적 억제력 가동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면서 북한의 수사적 위협이 높아질수록 "연합훈련 강화, 확장억제 강화, 통합억제의 한·미동맹 적용, 한국형 3축 체계 버전 2.0 가동 등 물리적 상쇄차원의 실질적 노력을 높이는 방식의 대응이 주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위협투사와 협박으로 한국의 안보판도를 쥐락펴락하려는 의도를 사전에 간파한 우리 당국의 상쇄전략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4일 김정은 당 총비서의 지도에 따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가 단행됐다고 25일 보도했다.<div id='ad_body3' class='mbad_bottom' ></div>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4일 김정은 당 총비서의 지도에 따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가 단행됐다고 25일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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