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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가 위험하다 1편 : 북한의 서해 도발 시나리오에 주목하라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7.17 17:15

수정 2022.07.17 18:01

서해는 남남갈등이 고조되는 시기에 늘 북한은 도발해 왔다.
북한 '성동격서'...동해에선 전략 도발, 서해에선 전술 도발...
북 도발에 가정한 대비, 한미 전술토의 강화...공개 검토 필요
지난 2010년 11월 23일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에 북한이 발사한 포탄 수십 발이 떨어져 연평도 곳곳이 불타고 있다. 사진=국방일보 제공
지난 2010년 11월 23일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에 북한이 발사한 포탄 수십 발이 떨어져 연평도 곳곳이 불타고 있다. 사진=국방일보 제공
[파이낸셜뉴스] 북·중·러 등 현상변경 시도, 미·중 치킨게임 가속화와 북한의 협상력 강화·핵강국 지위 기정사실화를 위해 위중해지는 한반도 주변 안보환경 속에서 서해를 정치적·군사적으로 이용할 것이란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2회에 거쳐 '서해가 위험하다' 시리즈로 우리 영해인 서해에 대한 '북한'과 '중국'에 의한 위협을 각각 진단해 본다.

북한은 최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두둔하는 등 강대국 정치에 뛰어들며 자국의 협상력을 높이고 핵강국으로 위상을 높이려는 현시를 계속 시도하고 있다.

최근 북한의 행태를 보면 대내외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핵무력 고도화와 핵 완성에 이어 강대국 정치에도 관여에 나선 것으로 읽힌다.


이에 대해 반길주 인하대학교 국제관계연구소 안보연구센터장은 "과거 북한의 도발을 보면 이러한 사실이 분명해진다"며 "북한은 한국이 그들의 국력을 추월하게 되던 시점인 1973년 북한은 경비정을 43차례나 NLL로 침범시켜 NLL 무실화를 시도했다"고 짚었다.

서해 NLL은 6.25전쟁(한국전쟁) 직후 정전협정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지만 당시, 북한은 해군 전력은 괴멸되어 압도적인 전력을 바탕으로 유엔군사령관이 NLL을 설정한 후 북한도 이를 사실상 수용하면서 실질적인 해상 군사분계선으로 작동해 왔다.

특히 NLL은 이미 1959년 북한의 조선중앙연감에서 NLL을 군사 분계선으로 표시한 바가 있어, 휴전 이후 북한이 50여년간 사실상 인정한 해상경계선이다.

하지만 북한은 1973년을 기점으로 국력의 한계를 돌파하고, 협상력 제고와 무력과시 차원에서 서해 NLL을 도발의 대상으로 삼는 전략을 강화해 왔다는 해석이다.

서해에 대한 북한은 대표적 도발 위협 사례는 1999년 제1연평해전, 2002년 제2연평해전과 2010년엔 우리의 국토에 대한 직접적인 무력공격인 '연평도 포격전'을 벌이면서 최고조에 달한 바 있다.

반 센터장은 "현재 북한은 △식량난, △에너지 위기, 나아가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보건위기에까지 빠진 상태"라며 "그런데도 정권안보를 위해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는 조금도 변함이 없다"고 지적하고 "이 때문에 지속적인 경제제재를 받을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어 이를 타개하기 위해 '북한은 서해를 표적으로 삼아 도발에 나설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반 센터장은 먼저 "북한은 한국에서 남남갈등이 고조되는 시기가 서해 도발에 유리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커 "'남남갈등이라는 변수'가 서해 도발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소"라고 설명했다.

연평도 포격전 당시 대응사격에 가담한 포7중대 3포상 전경. 사진=해병대 제공
연평도 포격전 당시 대응사격에 가담한 포7중대 3포상 전경. 사진=해병대 제공
북한이 군사도발에 나서도 북한을 비판하지 않고 대신 오히려 내부에서 한국 정부를 비판하고, 공격하거나 부추기는 세력들의 활동으로 북한의 도발에 대한 책임 지우기가 유야무야되면 북한이 정치적·군사적 목표를 달성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된다는 얘기다.

반 센터장은 또 "북한은 남남갈등을 유도하기 위해서 서해 도발에 나설 수도 있다"며 "북한이 2010년 천안함 침몰 사건을 일으켰을 때 공격주체가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믿지 않는 일부 세력들로 인해서 음모론이 확산하며 남남갈등 고조를 유발해, 북한으로선 군사적 목표 달성을 넘어 한국의 대북정책을 교란하는 정치적 목표까지 달성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이는 북한은 쉽게 드러나지 않은 은밀한 공격이라는 '회색지대전술'로 이러한 공격으로 인해 한국은 공격주체 규명에 상당한 시일이 걸렸고 자위권 차원의 반격도 쉽지 않은 상황에 처한 바 있다는 해석이다.

반 센터장은 이어 북한의 도발의 전술적 운영 측면에서 "북한이 무기를 다양화함에 따라 도발의 선택지가 3차 방정식으로 고도화되었다"며 "북한은 동해에서는 핵탄두 탑재용 무기나 전략무기 등의 도발을 시도하고, 서해는 주로 전술무기 도발의 장소로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며 '성동격서' 식 도발 시도"를 지적하고 우려했다.

즉 동해에서 전략도발을 한 직후 한미 군사당국이 동해에 주목하는 사이 서해에서 방사포 도발을 하고 군함도 NLL 침범시키는 도발에 나설 수 있는 것이다. 나아가 동해에 위성발사를 명분으로 ICBM 발사 정보를 흘린 후 서해에서 기뢰, 어뢰 등을 이용해서 NLL 주변해역을 초계 중인 함정을 대상으로 제2의 천안함 피격 도발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경고다.

따라서 정부는 남남갈등이 부상하지 않도록 갈등관리에 나서고 군 당국은 북한의 복합도발 가능성에 유념하여 정·첩보 역량을 높이고 군사적 대응 방안을 다변화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반 센터장은 그러면서 "군사적 대응은 표면적으로 북한이 불만을 가져도 속으로는 인정할 수밖에 없을 수준으로 명확한 명분과 조건을 갖춘 가운데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며 "북한의 도발에 대해 사전에 여러 치밀한 시나리오를 가정해 자위권 등에 대한 법적, 제도적 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또 "이러한 노력 자체만으로도 억제력 신장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미 전술토의 등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유도하고 이러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전략 커뮤니케이션 형태로 외부에 전달되도록 비문을 제외한 일반사항을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나아가 적절한 시기에 서해에서의 강화된 형태로 합동 초계활동과 연합초계작전 등도 실시함으로써 억제력 강화를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나 6월 29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해군 제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제2연평해전 승전 20주년 기념식'에서 참전 장병이 분향하고 있다.<div id='ad_body3' class='mbad_bottom' ></div> 사진=공동취재단
지나 6월 29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해군 제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제2연평해전 승전 20주년 기념식'에서 참전 장병이 분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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