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반도체, 이젠 ‘패키징’이 핵심 경쟁력… 삼성·SK도 전력투구

김준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15 18:53

수정 2023.10.15 18:53

미세화 한계에 패키징 기술 대안
단순 포장 넘어 성능·효율 등 개선
HBM 등 최첨단 제품들 핵심 역량
삼성 인재 영입… SK R&D 박차
반도체, 이젠 ‘패키징’이 핵심 경쟁력… 삼성·SK도 전력투구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해 고성능 반도체 수요 증가로 첨단 패키징(조립·포장) 기술 개발이 반도체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반도체 공정의 미세화가 한계에 부딪히면서 후공정의 마지막 단계인 패키징의 중요성이 커진 탓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 미국 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각 사의 첨단 패키징 기술을 잇달아 발표하며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무어의 법칙' 한계, 패키징 시장 '쑥쑥'

15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인공지능(AI) 산업의 발전에 따라 메모리 적층 구조를 가진 HBM의 채용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패키징 기술의 중요성은 계속 커지고 있다. 반도체 공정이 점점 미세화되고 단위 생산 비용은 증가하면서 AI와 같은 고성능 칩이 필요한 경우 단일칩으로 대응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패키징 기술이 대안으로 떠올라서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첨단 패키징 시장규모를 2024년 약 329억달러(약 44조5795억원)로 추산하며, 연평균 8%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공정을 통해 완성된 반도체 칩은 기판이나 전자기기에 장착되기 위해선 '포장'을 해주는 패키징 과정이 필요하다. 패키징 공정은 반도체 칩이 외부와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 주고 다양한 외부 환경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는 형태로 만드는 것을 뜻한다. 최근 패키징 기술이 단순히 회로 보호를 위해 포장하는 것을 넘어 미세 공정의 한계를 해결하고 성능과 효율, 용량 개선을 꾀하는 데 중요한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HBM이 쏘아올린 공...삼성·SK 패키징에 '사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패키징에 사활을 걸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어드밴스드패키징(AVP) 사업팀을 신설하며 관련 사업을 확대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TSMC 출신 린준청을 지난해 반도체(DS) 부문 AVP팀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강문수 AVP팀장은 올 초 삼성전자 반도체 뉴스룸에 기고한 글을 통해 "(반도체 집적도가 24개월마다 두 배로 늘어난다는 '무어의 법칙' 이후 시대를 뜻하는) '비욘드 무어' 시대를 이끌 수 있는 것이 첨단 패키지 기술"이라며 "삼성전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메모리 △파운드리 △패키지 사업을 모두 가지고 있는 회사로, 이러한 강점을 살려 최선단 로직 반도체와 HBM 등의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를 하나로 연결한 경쟁력 있는 제품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이종 칩 집적기술'을 패키징 사업의 핵심 기술로 삼고 연구·개발(R&D)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산 △저장 △전력 △데이터 출입구 기능 등을 갖춘 칩을 따로 만들어 포장하고, 후공정 패키징 단계에서 합치는 '칩렛' 기술을 지속 개발 중이다. SK하이닉스는 더 나아가 미국에 150억달러(약 20조3250억원)를 투자해 첨단 패키징과 R&D센터를 건립하겠다고 밝혔고 현재 부지 물색 중이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소재 계열사 SKC 등과 협력을 통해 '반도체 패키징 솔루션 생태계' 조성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패키징 기술력 1위인 TSMC는 패키징 공정이 각광받기 이전부터 후공정(OSAT)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패키징 기술을 꾸준히 키워왔다"면서 "패키징은 한 기업의 기술력만으로는 그 산업이 커질 수 없는 구조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자사의 패키징 능력 확대와 더불어 전체적인 패키징 및 후공정 생태계 조성에도 팔을 걷어부쳐야 한다"고 밝혔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메모리반도체의 미세화 추세로 정밀한 패키징 공정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면서 "HBM 등 최첨단 제품들의 정교화가 진행될수록 패키징 역량이 반도체 제조사의 역량을 결정짓는 핵심 역량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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