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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눈앞 성과 연연 말고 경제강국 토대 세우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6.12 19:06

수정 2025.06.12 19:06

국정기획위, 정부 과제 수립 착수
장기 과제 엄선, 구조개혁 집중을
이한주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한주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정부의 국정 청사진을 제시할 국정기획위원회가 오는 16일 출범한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구체화하고 국정과제 로드맵을 제시하는 것이 임무다. 갑작스럽게 치러진 대선으로 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발한 새 정부에 국정기획위의 성공적인 역할 수행은 더없이 중요하다.

과거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꾸려졌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비교하면 규모나 활동 기간, 업무 범위 등에서 확실히 업그레이드됐다. 조직 명칭에서 자문이라는 단어를 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기획위원 수는 34명에서 55명으로 늘었고, 존속 기한도 50일에서 60일로 늘었다. 이한주 위원장은 부위원장과 7개 전문 분과장 인선을 마쳤다. 주말까지 나머지 인선을 마무리하고 내주 본격 닻을 올리는 것이다.

새 정부의 국정 우선순위는 그 자체가 대통령의 집권 성패를 좌우하는 잣대가 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선거기간에 수많은 약속을 했고, 공식 공약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국정철학과 부합하는 공약을 추려 100대 국정과제로 정리하고, 이를 세부 로드맵으로 완성할 방침이다. 설익고 검증이 덜 된 공약이 충분히 있을 수 있어 정리와 보완이 필요할 것이다.

공약은 가능하면 지키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덮어놓고 밀어붙일 것은 아니라고 본다. 현실적으로 실현이 불가능한 공약을 추려내는 일은 우선 실천해야 할 공약을 고르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 후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은 과감히 솎아내 피해를 막아야 한다. 낮은 자세로 국민에게 양해를 구하고 과감히 공약을 철회하는 것도 국가를 위한 길이다.

대통령 후보와 대통령은 엄연히 다르다. 공약에 필요한 재원조달 방안과 부작용을 철저히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현실적인 로드맵을 짜야 한다. 당장 필요한 정책과 장기적으로 반드시 완수해야 하는 과제를 구분해 효율을 극대화해야 한다. 이념과 진영의 논리보다 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강조했듯이 실용과 시장주의가 원칙이 돼야 한다. 이 모든 임무를 원활히 수행할 책무가 국정기획위에 있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조급증과 과욕은 버리는 것이 좋겠다. 모든 정책에서 대통령 집권 내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감에 사로잡힐 필요가 없다. 국정기획위는 곤두박질치는 한국 경제를 다시 끌어올릴 토대를 마련하고, 국가 체질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눈앞의 성과에 급급해 현금성 지원이나 대증요법에만 매달릴 경우 성장 잠재력은 더 가라앉게 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한은 창립 75주년 기념식에서 "경기부양책에만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사후적으로 더 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경기 변동에 강건한 경제구조를 구축하는 노력을 강조했는데, 전적으로 동감한다. 저성장 침체 터널에 갇힌 한국 경제를 되살리려면 구조개혁은 강조하고 또 강조할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은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강국, 인공지능(AI) 등 신산업 집중 육성이었다. 수많은 난관을 넘어야 이뤄낼 수 있는 장기 프로젝트다. 기존 기득권층은 새로운 산업에 길을 열어줘야 하고, 현장의 생산성은 극대화돼야 한다. 법과 제도 개혁이 뒷받침돼야 하는 것은 말할 것 없다.
인력수급 체계도 대수술이 요구된다. 사회 구성원들의 끈기, 대통령의 결단, 모두 중요하다.
국정기획위의 국정 로드맵은 이 연장선에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