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사설] 미·이란 종전으로 생길 새로운 기회 선점해야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106일 전쟁 끝낼 MOU 19일 서명
재건 수요, 수출 기회 놓치지 말길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106일간의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사실상 끝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이란과 종전합의를 선언했고, 오는 19일 스위스에서 양해각서(MOU) 서명식이 열린다. 글로벌 경제를 흔들었던 중동발 불확실성이 드디어 해소되는 것이다. 우리 경제도 중동 리스크라는 악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진짜 시험대는 지금부터다. 종전을 계기로 모든 국가와 기업들이 새로운 자유경쟁에 뛰어들 것이다. 이런 치열한 경쟁에서 우리가 선도자가 되기 위해 크게 두 가지 정책 방향을 놓쳐선 안 된다.

먼저 전쟁 이전 수준으로의 정상화다. 유가가 안정될수록 시장개입 조치는 단계적으로 거둬들여야 한다. 전쟁 기간 3개월 넘게 유지된 석유 최고가격제는 정유업계에 4조원 이상의 누적 손실을 안겼다. 시장 기능이 마비될수록 부작용은 커진다. 물론 최고가격제를 급히 풀면 소비자 부담이 갑자기 치솟는 충격이 뒤따를 수 있다. 국제유가 안정 추이를 면밀히 살피면서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가격 정상화가 필요하다.

물가 문제는 더 어려운 숙제다. 유가 급등은 생산자물가와 수입물가를 거쳐 소비자물가에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친다. 그간 기업들은 유가 비용 상승분을 제품·서비스 가격에 반영해왔다. 한번 오른 가격은 쉽게 내려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에너지 가격 하락의 수혜가 제품과 서비스 가격에 반영될 여지는 충분히 있다. 정부는 물가 흐름을 촘촘히 점검해 유가 하락에 따른 물가 관리에도 신경써야 할 것이다.

고환율 문제도 여전히 숙제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유지한다면 유가 하락이 가져오는 긍정적 효과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수입 원자재 가격이 달러 기준으로 내려가도 원화로 환산하면 체감 하락 폭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원화 약세는 외국인 주식 순매도 영향이 큰 만큼 환율 문제는 별도의 구조적 처방이 필요하다.

이런 정상화의 노력과 함께 종전이 가져올 사업 기회를 누리는 것도 필요하다. 이번 이란 사태는 에너지 수급의 취약성을 드러냈고, 중동 물류망의 중요성을 재확인시켰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산업 경쟁력도 확인하는 시기였다. 대표적인 것이 방산이다. 전쟁이라는 극단적 상황은 한국 방위산업의 역량을 다시 한번 시험하는 계기가 됐다. 중동 분쟁이 불을 지핀 방산 수요는 종전 이후 역내 안보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커질 것이다.

에너지 인프라 재건과 플랜트 복구도 마찬가지다. 전쟁으로 손상된 중동 산유국들의 생산·정제 시설을 복원하려면 수년의 시간과 막대한 자본이 투입될 것이다. 한국 건설과 플랜트 기업들에는 중동 재건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막혔던 중동 수출시장도 다시 숨통이 트이면서 전쟁 기간 위축됐던 교역도 회복세가 기대된다.

물론 낙관은 이르다. 호르무즈해협이 열려도 공급망이 완전히 정상화되기까지 최대 90일이 걸릴 전망이다.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협상을 포함해 종전합의가 항구적 평화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그럼에도 종전이 눈앞에 닥친 순간의 선택이 중요하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것은 구호가 아니라 준비된 자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전쟁의 충격을 딛고 정상화를 서두르는 동시에 종전이 여는 새로운 시장 기회를 선점하는 전략적 민첩함이 필요한 때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