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희 수원여대 사회복지과 겸임교수가 본 '노인 주거 복지'
[파이낸셜뉴스] "저소득층은 고령자 복지 주택, 무료 양로원 등 국가 지원으로 갈 곳이 있고, 상류층은 자가에서 간병인을 고용하는 방식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돈이 있음에도 돌봄이 필요한 중간 단계의 어르신들이 공백 상태에 놓여 있다."
파이낸셜뉴스 노동일 주필이 18일 만난 이지희 수원여대 사회복지과 겸임교수는 "돌봄이 필요한 중산층 노인이 갈 곳이 없는 주거 공백이 심각하다"라고 지적한다. 저소득층은 국가 지원으로 갈 곳이 있고, 상류층은 모아놓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돌봄이 필요한 중산층 노인은 집이 있어도 갈 곳이 없다는 게 문제다. 이지희 교수는 "노인 돌봄을 개인이 100%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지겠다는 시선으로 바뀌어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라고 제언한다.
이번 대담은 파이낸셜뉴스 유튜브 채널 'fn 인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고령층의 주거 공백이 발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과거에는 집 한 채가 있으면 부모를 모시고 살았기에 노후가 보장되었다. 그러나 현재는 자녀들이 독립하여 부부만 남거나 한 명이 먼저 떠나 혼자 사는 고령자가 많아졌다. 이제는 집이 한 채 있다는 사실만으로 노후가 보장되지 않는다. 건강이 나빠졌을 때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해진다. 요양원은 아직 건강한 상태이거나 가기를 꺼리는 중산층 노인에게 부담스럽다. 요양원에 가면 죽으러 가는 것 같다는 인식도 있다. 실버타운이 있지만, 소유 재산이나 상황을 고려할 때 아직 가기 부담스럽다. 중산층이 갈 수 있는 중간 단계의 선택지가 현재 한국에는 없다. 특히 서울에 자가 주택이 있는 경우에도, 자녀들이 독립하고 배우자와 사별한 후 건강이 악화될 경우 돌봄 수요를 충족시키거나 요양원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많은 혼란을 겪는다. 소득 기준이 아닌 돌봄 필요 여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어린이집처럼 돌봄이 필요하면 소득과 관계없이 국가가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 노인 영역도 개인 100% 책임이 아닌 개인, 국가,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시선으로 바뀌어야 문제가 해결된다.
―노인 주거 공백에 대해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가
▲일본이었다면 갈 수 있는 임대주택과 서비스 제공 주택 등 선택지가 많다. '서비스 제공 고령자 주택'은 중산층 노인이 들어갈 수 있는 시설로, 건강할 때 입주해 돌아가실 때까지 생활할 수 있다. 혼자 사는 분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안부 확인과 생활 상담이 필수 서비스로 매일 제공된다. 식사 등 추가 서비스가 필요할 경우 개별적으로 계약한다. 전국에 8000개가 넘는 시설이 존재한다. 특히, 일본에선 주거 기능과 개호(돌봄) 보험 연계를 통한 돌봄 기능을 함께 제공한다. 더 나아가 경제적 여유가 있는 경우 '유료 노인 홈'에서 프라이빗한 공간과 다양한 부대 시설,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중간 단계의 노인들이 갈 수 있는 곳이 없어서 결국 손을 쓸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게 된다.
―일본에 대응하는 한국의 고령자 주거 시설은 어떤 게 있나
▲먼저 고령자복지주택은 보증금이 낮고 생활비가 저렴하여, 저소득층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공공임대주택이다. 기본적으로 주거에 초점이 맞춰진 모델이다.
2024년에 정부가 발표하고 시범 사업 중인 '실버스테이' 정책도 있다. 일본의 서비스 제공자 주택에 대응되는 것으로 보인다. 일반 세대와 혼합하여 짓는 형태로 20년 장기 임대이다. 기존 실버타운보다 가격을 낮춘 구조이다.
정부가 수천 가구 규모의 실버 스테이를 계획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우려가 크다. 동탄에 계획된 2,000가구 규모의 노인복지 주택은 대단지 요양원처럼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이를 서비스할 충분한 인력 확보가 불투명하다. 대규모 시설은 운영의 어려움으로 인해 어르신들이 오히려 고립되거나 갈 곳을 잃을 위험이 있다.
―대규모로 짓는 노인 주거 단지는 괜찮을까
▲국내에서도 2001년에 개관한 삼성노블카운티는 이건희 회장이 '3세대가 어울리게 만들어야 한다'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실버타운과 함께 문화시설, 체육시설, 어린이집을 배치해 세대 간 만남을 유도해 왔다. 그러나 현재 추진되는 노인 주택은 지역과 동떨어진 곳에 대규모 단지로 조성돼, 노인들만을 위한 시설이라는 선입견을 강화하고 고립을 심화시킬 수 있다. 지역 주민과의 상생 방안을 고민하지 않고 개발 이익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미래에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50~60가구 규모의 노인 주택이 주택가 곳곳에 분산돼 있어, 지역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반면 우리나라는 500~600가구 규모의 대형 시설을 선호해 주민들로부터 '혐오 시설', '기피 시설'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노인 주택이 들어서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반대 시위까지 일어나는 실정이다. 궁극적으로는 노인에 대한 인식, 노인 시설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젊은 층은 언젠가 자신도 노인이 될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노인들은 건강한 노인이 건강이 안 좋은 노인들을 혐오하기보다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는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 노인 시설을 지역의 인프라 중 하나로 받아들이고,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부대 시설을 제공하는 등 상생을 위한 고민이 수반되어야 한다.
―한국에서 대규모 시설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투자 대비 수익이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에선 전자회사 파나소닉이 만든 20명 정원의 소규모 시설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일본에선 시설을 조성하거나 개보수할 때 직접적인 재정 지원을 한다. 두 번째로 개호 보험을 통해 직원 인건비를 충당해 20~30명 규모로도 가족처럼 돌봄이 가능하다. 대형 시설을 많이 만드는게 정답이 아니고 20~50가구 등 정원이 작은 시설들이 지역 곳곳에 생겨 어르신들이 선택할 수 있는 곳들이 많아져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민간이 알아서 해봐"라는 분위기다.
―국가적 지원의 타협점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10년 이상 안정적인 운영을 약속하는 업체에 지원을 집중해 운영의 지속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운영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게 처음에 지원해주고 개호 보험 등을 통해서 시스템으로도 지원해줘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토지, 건축, 운영 등 모든 것을 민간에 맡기고 있어, 대기업이 아니면 사업에 뛰어들기 어렵다. 노인복지 주택 전용 금융 상품이나 대출 상품도 부재하며, 취득세·재산세 25% 감면 정도의 혜택으로는 치솟는 건축비를 감당하기 어렵다. 일본이 1만7000개 이상의 유료 노인 홈을 운영하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43개 노인 복지 주택은 현저히 부족한 실정이다. 이는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과 제도적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51정부는 부동산 개발 수익이 아닌, 노인 복지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정책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안정적인 수익은 보장하되, 과도한 이익 추구를 막는 신호를 분명히 줘야 한다. 일본의 사례를 연구해 초기 보조금 지급, 장기 요양 보험 연계를 통한 운영 비용 지원 등 국가와 민간이 함께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전 국민이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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