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좀비기업 솎아내야"···25% 퇴출 시 경제에 벌어지는 일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한은, 국세청 자료 이용 비외감기업까지 전수 조사
한계기업 자산 비중 1%p 상승 시 투자·고용 증가률↓
25% 퇴출되면 총요소생산성(TFP) 및 부가가치는 증가

사진=챗GPT
사진=챗GPT

[파이낸셜뉴스] 산업 내 이른바 '좀비기업' 비중이 높아질수록 정상기업 투자와 고용이 위축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특히 규모가 작은 기업이 그 여파에 크게 노출됐다. 이 같은 좀비화가 경제 전체로 번지기 전 잘라내는 것만으로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1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큰 한계기업, 작은 피해기업: 행정전수자료를 활용한 혼잡효과 분석'에 따르면 산업 내 한계기업 자산 비중이 1%p 상승 시 정상기업의 투자 증가율은 0.17~0.18%p, 고용 증가율은 0.14%~0.17%p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분석엔 지난 2009~2023년 국세청 법인세 신고 자료가 이용됐는데, 재무 자료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외부감사 기업 기반으로 진행된 기존 연구들과 구분되는 지점이다. 그간 시야에서 잘 보이지 않던 비외감 기업까지 포괄했다는 점에서 과소대표 문제를 해소했다.

한계기업은 이자보상배율(ICR)이 1 미만인 상태가 최소 3년 이상 지속되고 이 조건이 5년 넘게 관측된 기업으로 정의했다. 이들 한계기업의 문제는 그 자체의 부실을 넘어 그 파급효과가 여타 정상기업과 경제 전체로 번질 수 있다는 '혼잡 효과(Congestion Effect)'다.

이경태 한은 경제연구원 차장은 "낡고 무거운 차량들(한계기업)이 차선을 오래 점유하면서 전체 도로(자본, 노동, 신용 등 생산자원)의 흐름을 느리게 만든다는 것"이라며 "저생산성 기업들이 자원을 계속 점유함으로써 생산성 높은 정상기업으로 자원이 빨리 이동하지 못하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때 특징은 한계기업은 비교적 덩치가 큰 외감기업 쪽에 몰려있는데, 피해는 작은 정상기업이 더 본다는 점이다. 지난 2023년 기준 전체 기업 총자산 중 한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7%였는데 그 중 외감기업이 4.7%, 비외감기업은 2.3%였다. 사실상 경제 전체의 좀비화는 큰 기업들이 만들어내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한계기업 점유율이 1%p 뛰면 하위 20%의 2년 내 투자가 0.6%p 감소했다. 40~60% 분위 기업들 투자 하락폭(0.3%p)의 2배다. 이 차장은 "혼잡 효과는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2~3년 간 지속되며, 특히 작은 비외감기업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고 전했다.

정상기업으로의 부정적 효과 전이를 차단하고 경제 전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선 한계기업 퇴출이 필수적인 이유다. 한계기업에 묶여있던 자원이 생산적 기업으로 이동하면서 배분 효율성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한계기업 25% 퇴출 시 총요소생산성(TFP) 및 부가가치가 각각 0.2%, 0.35%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기도 했다.

다만 이 차장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시기'와 '방식'을 신경 써야 한다고 짚었다. 일단 한계기업 축출은 경기가 어려울 때 떠밀려 하는 게 아니라 지금과 같이 반도체 호황 등에 힘입어 성장 여력이 뒷받침 되는 시점에 선제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계기업을 무차별적으로 솎아내는 것이 능사도 아니다. 한계기업과 거래 관계가 있는 정상기업들 부실을 유발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실거래 기준은 아니지만, 한계기업을 25% 털어내면 정상기업의 약 0.3%가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 차장은 무엇보다 특정 산업을 타깃으로 삼기보다 범용적 원칙을 수립하고 그에 의거한 퇴출 작업이 집행돼야 한다고 봤다. 그는 "가령 한계기업 비율이 높은 산업만 목적으로 구조조정이 실시되면 마치 다른 산업은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핀셋형보다는 원칙에 따라 (경제 전반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기자 정보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