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 '핸드볼경기장 봉쇄'에 법적 대응 검토..."공권력 투입 해야"
입주 체육단체 9곳 업무 마비...예산 집행 차질만 60억원
국제대회 코앞인데 장비 반출 불가..."선수들 각개전투"
[파이낸셜뉴스] 6·3 지방선거 개표소로 사용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일대 집회가 11일째 이어지면서 입주 체육단체들이 결국 공권력 투입을 공식 요청하고 민·형사상 법적 대응 검토에 나섰다. 체육계는 집회 참가 시민들의 참정권과 집회·시위의 자유는 존중한다면서도 국가대표 선수 지원과 국제대회 준비, 종목단체 행정업무가 사실상 마비된 상황이라며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15일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핸드볼경기장 내 체육행정 공간에 대한 출입과 업무 수행이 즉각 보장돼야 한다"며 "민·형사상 책임을 포함한 모든 법적 대응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유 회장과 대한산악연맹·대한우슈협회·대한당구연맹·대한수중핀수영협회·대한펜싱협회·대한댄스스포츠연맹·대한핸드볼협회·대한세팍타크로협회 등 9개 회원종목단체 사무처장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국가대표 선수단의 국제대회 참가 준비와 종목단체의 필수 업무 수행에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며 그 피해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며 "어떠한 권리도 다른 국민의 권리와 공공의 이익 위에서 행사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체육단체들에 따르면 핸드볼경기장에 입주한 9개 종목단체 상근 임직원 79명은 지난 5일부터 11일째 정상 출입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대표 훈련 및 국제대회 참가 준비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오는 22일부터 29일까지 인천에서 열리는 제24회 세계핀수영선수권대회를 비롯해 출국이 임박한 뉴델리 아시아펜싱선수권 대회와 다음 달 홍콩 세계펜싱선수권 등 주요 국제 일정이 잇따라 예정돼 있지만 경기용품과 행정자료 상당수가 사무실 내부에 묶여 있는 상태다.
특히 펜싱 대표팀은 아시아선수권 출국을 하루 앞두고도 선수들이 사용할 칼과 장비를 반출하지 못한 채 각자 장비를 빌려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펜싱협회 사무처장은 "아시아선수권에는 랭킹 포인트가 걸려 있고, 세계선수권 성적도 아시안게임 시드 배정과 향후 올림픽 시드 경쟁에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했다.
행정업무 차질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체육계는 주장했다. 단체들이 공개한 피해 현황에 따르면 현재 △국가대표 선수와 지도자 수당 및 급여 지급 △종목단체 직원 급여 집행 △세금 등 공과금 납부 △국가자격시험 운영 및 대회 참가 지원 등이 차질을 빚고 있다. 체육단체들은 이번 달 집행해야 하는 예산 규모만 약 60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유 회장은 "선수들의 하루는 무엇보다 소중하다"며 "온전한 행정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선수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고스란히 경기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체육단체들은 정부와 경찰을 향해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요구했다. 대한당구연맹 사무처장은 "정부와 경찰에 가장 답답함을 느끼는 부분은 왜 개표함을 옮길 수 없는지, 왜 경찰이 체육단체의 정당한 출입을 지원할 수 없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점"이라며 "지금까지 정부 차원의 명확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유 회장은 "지금은 마지노선을 넘어선 상황"이라며 "가능한 한 빨리 공권력을 투입해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고 촉구했다.
다만 체육단체들은 각 단체의 피해 규모와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면서도 업무 정상화를 위한 협의 가능성은 열어둔 채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종목별로 20분 정도만 출입이 허용돼도 필수 행정자료와 장비, 금융 관련 서류 등을 반출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이뤄지지 않고 있어 공권력 투입을 요청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대한당구연맹 사무처장은 "가장 바라는 것은 시민들이 체육단체의 상황을 이해하고 민주적으로 일터를 되찾게 해주는 것"이라며 "체육단체 직원들은 선관위 직원이 아니며 투표권을 가진 평범한 시민들"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핸드볼경기장 봉쇄로 체육단체들이 출입하지 못하는 사태와 관련해 업무방해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공권력 투입 여부에 대해서는 "강제 진입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할 수 있어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체육단체 입장을 지켜보면서 필요한 조치를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