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기고

[특별기고] 국가정보 보호를 위한 법 필요/김상겸 동국대교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2.29 18:04

수정 2008.12.29 18:04

21세기에 진입하면서 인류사회는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달에 힘입어 전자정보사회로 진전하고 있다. 디지털기술이 보편화되면서 정보통신 매체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는 수없이 쏟아지는 정보의 세계에 살고 있다.

정보사회의 급속한 진전으로 인해 정보의 가치는 날로 커지고 있다. 왜냐하면 정보의 유통과 이용으로 발생하는 이익은 정보가 재화로서의 가치를 가진 대상이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보사회가 밝은 면만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정보의 활용으로 이익이 창출되는 반면에 정보의 오·남용은 피해를 주기도 한다. 최근의 개인정보 내지 첨단 산업기술의 유출로 인한 피해는 정보사회가 보여주는 어두운 면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보보호의 문제는 정보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한 대용량의 정보처리나 축적이 가능해지면서 국가의 정보관리 내지 정보보호에 관한 책무는 점차 커지고 있다. 그래서 국가는 공·사적 영역 등 모든 영역에서 정보 보호를 위한 법제화에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개인정보의 영역에서는 그 보호와 관련해 공공부문에서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과 민간부문에서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률들만으로는 기술의 발달에 따른 다양한 개인정보 침해에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사적 영역 등 모든 영역을 통합한 개인정보보호법의 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다양한 법적 기반이 구축되고 있으나 이에 상응해 국가공동체의 존립과 안전 및 이익을 위한 중요한 국가정보는 그 보호를 위한 법적 기반이 미약하다. 현재 국가정보와 관련해서는 그 관리를 위한 행정규칙 수준인 보안업무규정만 있을 뿐이다.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국가의 책무와 함께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가이익과 관련된 국가정보의 보호도 헌법이 요청하는 국가의 책무라고 할 수 있다. 국가비밀과 관련된 각종의 국가정보는 국민의 생존과 안전, 국가의 발전 및 국민의 이익과 직결된 정보가 대부분이다. 첨단의 산업기술도 군수산업에 연결되어 활용될 때 이에 관한 정보도 국가의 중요한 정보로 가치를 갖게 된다.

특히 국가간의 경쟁이 전방위로 진행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국가정보의 보호 및 관리의 문제는 공동체의 안전과 이익을 위하여 무엇보다도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영역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정보의 보호를 위한 법제의 구축이 필요하다.

국가정보는 개인정보와 달리 개인이 이를 활용하거나 보호해야 할 것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정보가 아니다. 국가정보는 단지 국가의 존립과 안전, 또는 국가의 이익과 관련하여 중요한 정보이기 때문에 필요한 경우 이에 대한 접근이나 공개를 차단해야 한다. 여기서 국민의 알 권리는 제한된다.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방식은 원칙적으로 국회가 제정하는 법률이어야 한다. 현행 국가비밀을 처리하는 보안업무규정은 행정규칙에 불과하기 때문에 법치국가에서는 헌법질서에 합치되지 않는다.

오늘날 정보사회에서 각국은 국가의 정보화를 촉진시키고 있고 치열한 정보전쟁 속에서 국익을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국가비밀에 관한 각종의 정보는 국가의 장래와 직결된 문제다. 그래서 각국은 국가 차원에서 국가의 비밀을 보호하고 관리하기 위한 법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물론 국가 권력은 국가 비밀과 관련된 정보를 독점해서는 안된다. 그렇지만 국가비밀은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

국가 비밀에 관한 법률이 제정됨으로써 오히려 국가 책임에 대한 투명성과 공정성이 담보되고 국민의 알 권리도 보장된다. 현재 국회에는 국가비밀의 보호를 위한 비밀의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이 제출되어 있다.
국민의 알 권리보장과 함께 국가의 안전과 이익을 위해서라도 동 법안의 조속한 제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