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와 직접 협상하겠다.” 한국e스포츠협회(이하 협회)의 요구를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수용한 것이다. 요구 수용방식은 양자의 중간에 위치했던 곰TV가 자진해서 권리를 반납하는 형식을 취했다.
곰TV는 ‘스타크래프트1’(이하 스타1) 대한 독점 권리를 블리자드에 반환키로 했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곰TV는 “이번 결정은 스타크래프트 대회 개최와 방송에 관한 지적재산권 분쟁의 원활한 해결을 위한 것”이라며 “온게임넷과 MBC게임 등이 곰TV와 같은 미디어사업자이기 때문에 해결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배인식 곰TV 대표는 지난달 29일부터 한국에 와 있는 마이크 모하임 블리자드 최고경영자(CEO)에게 독점권 반환을 주 내용으로 한 서한을 전달했고, 마이크 모하임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현재 MBC게임과 온게임넷을 상대로 진행 중인 손해배상 소송은 블리자드가 단독으로 진행하게 된다.
이번 결정은 향후 지재권 분쟁 과정에 적지 않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협회는 그동안 블리자드와의 직접 협상을 꾸준히 요구해 왔다. 협회 이사사인 MBC게임과 온게임넷도 협회와 같은 목소리를 내왔다. 곰TV가 자사의 권리를 스스로 포기함으로써 블리자드와 협회가 직접 만나 협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직은 소송이 진행 중이지만 물밑 교섭을 통한 법원 조정으로 소송이 마무리지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더 커진 것이다.
블리자드가 우회적인 방법으로 협회 측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협회 측도 다소 유화적인 자세로 블리자드와의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명분을 갖게 됐다. 블리자드는 지난해 5월 협회와 협상 도중 곰TV에 자사의 게임 관련 권한을 모두 위임하는 계약을 했다. 이에 반발한 협회는 ‘곰TV 말고 블리자드와 직접 대화하겠다’고 주장했고, 별도의 기자회견을 개최하기도 했다.
곰TV의 이번 결정이 결국 소송 진행속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1월 열린 2차 속행 공판에서 MBC게임과 온게임넷은 곰TV가 원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블리자드와 곰TV의 계약시점은 지난해 5월인데 저작권 침해 사실은 그 이전에 발생했기 때문에 곰TV가 원고로서 자격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피고 측이 곰TV의 ‘원고 지위’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소송이 지체되고 있으며 이에 부담을 느낀 곰TV가 자사의 권한을 포기하면서 소송 진행속도를 높여 소송을 조기에 마무리하려 했다는 분석이다.
블리자드 관계자는 “곰TV가 협회와 협상을 진행했지만 자신들이 원저작자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협상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블리자드의 지적재산권은 반드시 존중받아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블리자드와 두 방송사는 오는 5월 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3차 속행공판을 진행한다.
/hong@fnnews.com홍석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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