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페소 22% ‘폭락’… 다시 좌파집권 오나 ‘후폭풍’
파이낸셜뉴스
2019.08.13 17:17
수정 : 2019.08.13 17:17기사원문
페르난데스, 예상외 선전 ‘충격’..국채도 줄줄이 급락 ‘금융 패닉’
마크리 대통령의 긴축정책 붕괴..IMF구제금융 재협상 논의 우려
"정상적인 국가될 기회 날아갔다"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대선 예비선거에서 페르난데스와 그의 부통령 후보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디 키르히너 전 대통령 조가 예상을 깨고 47.7% 득표율로 1위를 기록하면서 아르헨티나 금융시장에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마크리 대통령은 인기 없는 긴축정책과 이에따른 심각한 경기침체, 높은 실업률, 여전히 50%를 웃도는 높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으로 인해 득표율이 32.1%에 그쳤다.
시장 반응은 패닉 그 자체였다. 아르헨티나 페소는 예비선거 이튿날인 12일 장중 낙폭이 22%까지 이르며 달러당 60페소 수준으로 추락했다. 2015년 12월 마크리 대통령이 외환통제를 풀고 페소 환율을 시장에 맡긴 이후 최대 낙폭이다.
아르헨티나 국채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대한 보험료도 폭등했다. 시장정보 제공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5년만기 신용디폴트 스와프(CDS)는 9일 17%포인트 근처이던 것이 이날 38%포인트로 뛰었다. 1억달러 규모 아르헨티나 국채가 디폴트 될 경우 원리금을 받기 위해 드는 보험료가 3800만달러로 올랐음을 뜻한다.
전문가들의 예비선거 평가는 우울했다. 델텍 자산운용의 그레그 레스코 펀드매니저는 '악재'라면서 "어떤 희망의 여지도 보이지 않는다"고 비관했다. 보스턴의 자산운용사인 루미스 세일스 신흥시장 채권 펀드매니저 에디 스턴버그도 "아르헨티나가 정상적인 국가가 될 유일한 기회가 날아가 버렸다"고 말했다.
시장의 패닉은 마크리 대통령이 10월 27일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마침내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던 아르헨티나 경제가 다시 고꾸라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됐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 티아고 세베로는 예비선거 뒤 시장 움직임이 마크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페소가 폭락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심화하고, 이는 결국 마크리의 재선에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르헨티나 경제에서 현재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IMF와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도 시장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있다. 아문디 자산운용의 글로벌 신흥시장 책임자 여란 시즈디코프는 페르난데스가 승리하면 560억달러에 이르는 IMF 사상최대 구제금융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즈디코프는 "IMF가 아르헨티나 금융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감안할 때 페르난데스 진영이 IMF 구제금융 조건에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하고,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은 투자자들을 가장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한편 마크리 대통령은 4일 밤 지지자들에게 10월 대선이 "아르헨티나의 향후 30년을 규정하게 된다"며 지지를 호소했지만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내 곳곳에서는 "우리는 (과거 페르난데스 시절로) 돌아갈 것"이라는 페르난데스 지지자들의 구호가 물결을 이뤘다고 FT는 전했다. 페르난데스 부통령 후보와 그의 남편이자 후계자인 네스토르 키르히너가 집권했던 2003~2015년 아르헨티나는 좌파 포퓰리즘 정책과 이에따른 재정악화와 잇단 디폴트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버림받은 바 있다. 대통령 후보 페르난데스도 2003~2008년 이들 부부 밑에서 총리를 지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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