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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 중 2명은 왜 안 먹을까"... 임신 중 엽산복용 [헬스톡]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3명 중 2명은 왜 안 먹을까"... 임신 중 엽산복용 [헬스톡]

[파이낸셜뉴스] "임신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엽산을 복용하는 것은 태아의 건강을 위한 기본적인 준비 중 하나다."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산부인과 한정열 교수팀이 국내 여성 4만2730명을 분석한 결과, 임신을 준비하면서 엽산을 복용하는 여성은 10명 중 3명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엽산을 챙겨 먹는 여성은 운동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실천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흡연·음주나 우울 증상, 수면장애 등이 있는 여성에서는 엽산 복용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엽산 복용 여부가 단순히 영양제 하나를 먹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임신을 앞두고 자신의 건강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한 교수팀은 2017년 1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서울시 임신 전 건강관리 프로그램에 참여한 20~45세 여성 4만273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분석 결과, 임신을 준비하면서 엽산을 복용하고 있다고 답한 여성은 1만5003명으로 전체의 35.1%였다. 반대로 64.9%(2만7727명)는 엽산을 복용하지 않고 있었다.

복용률 35.1%…네덜란드·캐나다보다 낮아

연구팀은 국내 여성의 임신 전 엽산 복용률이 해외 일부 국가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여전히 개선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에서 나타난 국내 복용률 35.1%는 일본 20.5%, 호주 23%보다 높았지만, 네덜란드 51%, 캐나다 58%보다는 낮았다.

연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결과 중 하나는 과거 유산 경험과 엽산 복용의 연관성이다. 다른 요인들을 통계적으로 보정한 분석에서 과거 자연유산 경험이 있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엽산을 복용할 가능성이 3.55배 높았다. 인공유산 경험이 있는 여성도 엽산 복용 가능성이 1.43배 높았다.

연령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35세 이상 여성은 35세 미만 여성보다 엽산을 복용할 가능성이 1.42배 높았다. BMI 23kg/㎡ 이상인 여성 역시 정상 BMI 여성에 비해 엽산 복용 가능성이 1.07배 높았다. 이는 과거 임신 경험이나 유산 경험이 있거나 상대적으로 고령인 여성들이 임신 전 건강관리에 보다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생활습관에서도 뚜렷한 차이가 확인됐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운동하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엽산을 복용할 가능성이 1.18배 높았다. 반면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엽산 복용 가능성이 26% 낮았다. 음주를 하는 여성은 음주를 하지 않는 여성보다 엽산 복용 가능성이 24% 낮았다. 실제 단순 비교에서도 흡연 여성의 엽산 복용률은 27.6%로 비흡연 여성의 35.4%보다 낮았다. 운동을 주 1회 이상 하는 여성의 복용률은 36.0%로 주 1회 미만인 여성의 32.4%보다 높았다.

정신건강과 수면 관련 요인도 엽산 복용과 관련이 있었다. 우울증 선별검사에서 양성으로 나타난 여성은 엽산 복용 가능성이 14% 낮았으며, 불면증이 있는 여성은 8% 낮았다. 폭식증 선별 양성 여성도 엽산 복용 가능성이 13% 낮았다. 연구팀은 엽산 복용 여부가 여성의 특정 질환을 진단하거나 원인을 판단하는 지표라는 의미는 아니지만, 임신 전 건강관리와 생활습관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는 여성군을 파악하는 데 활용될 가능성에 주목했다.

사회경제적 요인에서도 차이가 확인됐다. 월 가구소득이 300만원 이상인 여성은 300만원 미만 여성보다 엽산을 복용할 가능성이 1.20배 높았다. 반면 미혼 여성은 기혼 여성보다 엽산 복용 가능성이 55% 낮았다. 단순 비교에서도 월 소득 300만원 이상 여성의 엽산 복용률은 36.0%, 300만원 미만은 31.8%로 차이를 보였다. 한편 직업별로는 사무직 등 화이트칼라 직군에서 전업주부·무직 여성보다 엽산 복용 가능성이 낮게 나타났다.

신경관 결손 예방 효과 72%…"임신 3개월 전부터"

엽산은 임신 초기 태아의 정상적인 발달에 중요한 영양소다. 특히 임신 초기에 형성되는 신경관의 정상적인 발달을 돕고 신경관 결손을 예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 논문에서 인용한 대규모 무작위 예방시험에서는 임신 전후 엽산 보충이 신경관 결손 고위험 여성에서 72%의 예방 효과를 보였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임신 전 엽산을 복용한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자연유산 위험이 48% 낮았으며, 마지막 월경 시작일 기준 최소 3개월 전부터 엽산을 복용한 여성은 조산 위험이 20% 낮은 결과도 보고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임신을 시도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임신 12주까지 매일 엽산 400㎍(0.4mg)을 복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한 교수팀은 이번 연구에서 엽산 복용 자체의 효과뿐 아니라 '누가 엽산을 복용하고, 누가 복용하지 않는가'에 주목했다. 연구 결과 엽산 복용은 연령, 임신·유산 경험과 같은 생의학적 요인뿐 아니라 운동, 흡연, 음주, 우울 증상, 결혼 여부, 소득 등 다양한 요인과 연관돼 있었다. 연구팀은 이에 따라 엽산 복용 여부가 임신 전 건강에 대한 관심과 건강관리 참여도를 보여주는 '대리지표(surrogate marker)'가 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한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엽산 복용 여부가 운동, 흡연, 음주, 정신건강, 사회경제적 요인 등 다양한 건강 관련 요인과 연관된 것으로 나타난 만큼, 임신 전 진료에서는 엽산 복용 여부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습관과 전반적인 건강상태를 함께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임신 시도 직전이 아니라 최소 3개월 전부터 건강관리를 시작하고 엽산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Women's Health Reports) 최신호에 게재됐다.

[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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