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기고

[기고] 부산의 작은 질문, 창업이 되다

파이낸셜뉴스
이청일 부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이청일 부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창업이라 하면 나와는 조금 먼 이야기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새로운 기술과 빈틈없는 사업계획, 충분한 자본까지 갖춰야 할 것 같다.

그러나 많은 창업은 놀라운 발명에서가 아니라 일상의 작은 불편에서 출발했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골목에서 '왜 이건 이렇게 불편할까'라고 묻는 순간이 곧 아이디어의 시작이다.

부산에서도 다르지 않다. 새벽 부두에서, 대학 강의실에서, 오래된 시장 골목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크고 작은 불편과 마주친다.

그 불편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이렇게 바꿔볼 수 있지 않을까'하고 한 걸음 더 들어가는 사람이 창업가가 된다. 창업은 뛰어난 재능에서 비롯되기보다, 그 질문을 오래 놓지 않는 마음에서 시작되는 일에 가깝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 2차 도전자를 모집하고 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지닌 국민이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도록 설계한 창업 인재 육성 사업이다.

지난 1차 모집에는 6만 3000여명이 몰렸다. 정부의 창업·아이디어 공모전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였다. 이 가운데 39세 이하 청년이 68%, 비수도권 도전자가 53.4%를 차지했다. 창업에 대한 관심이 특정 연령과 지역에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이 숫자로 확인된 셈이다.

이번 2차 모집은 문을 한층 더 넓혔다. 선발 규모를 1차의 두 배인 1만명으로 늘렸고 이 가운데 80% 이상을 예비창업자로 뽑는다.

특히 지역 창업 생태계를 키우기 위해 비수도권 참여자를 70% 이상 선발할 계획이다. 일반·기술 트랙과 별도로 지역의 고유한 자원과 생활 문제를 사업으로 풀어내는 로컬 트랙도 운영한다. 로컬 트랙은 비수도권 선발 비중이 90% 내외다.

1차에서 아쉽게 고배를 마신 도전자에게는 재도전 우대도 적용된다. 부산의 대학생과 청년, 직장인과 시민이 눈여겨볼 만한 기회다.

부산은 창업의 소재가 풍부한 도시다. 항만·물류와 조선·해양, 기계·부품 같은 전통 산업에는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을 접목할 과제가 곳곳에 남아 있다.

관광과 음식, 콘텐츠,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에는 부산만의 경험과 이야기가 차곡차곡 쌓여 있다. 대학의 연구실과 동아리, 일터의 현장 경험, 동네 주민의 생활 속 불편도 모두 새로운 사업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창업을 망설이게 하는 것은 아이디어가 부족해서라기보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거나 실패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일 때가 많다.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는 전문가의 멘토링과 단계별 검증, 재도전 기회를 통해 처음 창업에 나서는 부담을 낮추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선발되면 창업 활동자금과 책임 멘토링, 인공지능(AI) 솔루션 등을 활용해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수 있다. 다음 단계에서는 시제품 제작과 기술·선배 창업자 멘토링 등이 이어지고 이후 사업화와 투자, 글로벌 진출까지 연계된다. 혼자 고민할 때와 달리 아이디어를 검증하고 전문가의 조언을 받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사업으로 발전시켜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부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도 지역 대학과 창업지원기관 등과 함께 더 많은 부산의 도전자를 발굴하고 뒷받침하겠다. 창업은 반드시 회사를 세워야만 의미가 있는 도전은 아니다.

자신의 아이디어가 현실에서 통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키우는 과정 자체가 값진 자산이 된다. 설령 이번에 선발되지 않더라도 흩어져 있던 생각을 한 편의 제안서로 정리해본 경험은 다음 도전의 밑천이 될 수 있다.

모집은 오는 17일 오후 4시까지며 '모두의 창업'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부산의 미래는 큰 계획 하나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학교와 직장, 골목과 시장에서 나온 작은 아이디어가 기업이 되고, 그 기업이 다시 새로운 일자리와 지역의 변화를 만든다.

지금 머릿속에 떠오른 그 질문을 신청서 한 장에 옮겨보는 일부터 시작해보자. 부산에서 시작되는 더 많은 '첫 번째 도전'을 기대한다.

이청일 부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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