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 초코파이 1개 가격이 100만원?"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인치범의 주식투자 부트캠프]
[파이낸셜뉴스] 필요한 건 다 있지?(You got everything you need?)
응(Okay)... < 영화 캐스트 어웨이(CAST AWAY)의 대사>
페덱스 직원 척 놀랜드(톰 행크스). 그는 업무로 탑승한 비행기의 추락사고로 무인도에서 힘들게 생존합니다. 그가 4년 만에 기적적으로 생환하자 회사 동료들이 성대하게 축하파티를 열어줍니다. "필요한 건 다 있지?" 이 대사는 파티에 참석한 동료가 그에게 한 말입니다. 회사 동료들이 모두 돌아간 뒤 주인공 척은 산더미처럼 쌓인 파티 음식을 둘러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깁니다. 먹고 남아돌아 버려질 파티 음식과 굶어 죽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해 얻어낸 무인도에서의 음식. 같은 한 끼의 음식인데도 두 음식의 '가치'가 왜 이리 다르게 느껴질까요? 혹시 여기에 '초보 투자자의 심리'에 대한 열쇠가 숨겨져 있지는 않을까요? 다음에 이어지는 <무인도의 초코파이 이야기>를 들어보시면 좀 더 이해가 빠를 것 같습니다.
거래가 됩니다. 이러다 1,000만 원이라도 갈 기세입니다.
거래가 끝나갈 즈음에 홀연히 나타난 헬기 한 대가 섬 주변을 한두 바퀴 선회하더니 날아갔습니다. 이를 본 사람들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아니나 다를까. 좀 전에 100만 원에 거래되었던 초코파이 가격이 이번에는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지금이라도 당장 구조헬기가 오면 초코파이는 그저 수백 원짜리 원래 가격으로 수렴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도 몇 시간이 지나자 다시 돌변합니다. 새벽에 태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또 한 번 국면이 전환된 것입니다. 이젠 기상악화로 '구조헬기가 뜨고 내리기 어렵다'는 우려가 커졌습니다. 어떤 이들은 "심야에 섬 주변을 비행했던 헬기가 사실상 우리 생존자들을 못 본 것 같다", "생존자를 수색하는 구조헬기가 아닌 것 같다"고도 말합니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초코파이의 가격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초코파이 자체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은박지로 포장된 우리가 아는 바로 그것입니다. 다만 그 가치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와 그에 따라 지불하고자 하는 가격이 달라진 것입니다. 그래서 같은 것인데도 누군가는 수백 원, 다른 누군가는 100만 원을 주고 거래한 것입니다. 그 차이를 만든 건 초코파이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 곧 '심리'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초코파이의 희소성과 수요, 미래에 대한 기대가 달라지면서 사람들이 지불할 의사가 달라졌고, 그 결과 거래가격도 변한 것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심리가 가격을 움직이고 가격이 다시 심리를 움직이는 순환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정리하면,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와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가는 언제나 일치하지 않습니다. 특히 단기적으로는 투자자들이 그 기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기대하는지가
주가를 역동적으로 움직입니다. 이제 막 투자를 시작한 초보 투자자에게 진짜 위협적인 것은 이같은 '흔들리는 마음'입니다. 시장이 급등하면 나만 소외될까 봐 조급해집니다. 시장이 급락하면 더 떨어질까 봐 공포에 질립니다. 투자자가 이러한 심리를 다스리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기업을 골라도 잘못된 시점에 사고팔면서 손실을 키울 수 있습니다. 결국 무인도의 초코파이 이야기처럼 가격이 오를 때 뒤늦게 사서, 내릴 때 겁에 질려 팔아버리는 패턴을 반복할 수도 있게 됩니다.
그래서 초보 투자자가 투자에서 가장 먼저 훈련해야 할 것은 기업의 가치를 보는 눈이나 차트를 읽는 눈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내 마음(나의 심리)을 읽는 눈입니다. 주가가 급변할 때 "지금 나는 왜 사고 싶어지는가, 왜 팔고 싶어지는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그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시장이 만든 심리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나만의 판단 기준과 투자 원칙을 세우고, 이를 반복적인 투자 습관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첫째, 매수·매도 버튼을 누르기 전 "나는 왜 지금 이 가격에 반응하는가"를 스마트폰에 한 줄이라도 적어보세요. 이유가 남으면 충동은 줄어듭니다. 또 기록에 남으면 비슷한 상황에서 반복된 실수를 줄이는데 도움이 됩니다. 둘째, 급등락 뉴스나 루머를 접하고 습관적으로 급하게 매매하여 손실을 본 경험이 잦다면, '유예 규칙'을 정하세요. 개인의 성향에 따라 '10분·한 시간·하루 유예 규칙' 등 '나만의 유예 규칙' 을 정해보세요. 초코파이 가격이 반나절 만에 출렁일 수 있듯이, 첫 반응은 대개 가치가 아니라 심리일 수도 있습니다. 잠시라도 숨을 고르고 나의 심리와 사고를 점검해보시기 바랍니다.
셋째, 매수 전에 투자금액의 사이즈(크기), *손절 기준 등을 미리 적어두고 기계적으로 실천해보세요. 가격이 움직이는 순간 판단하면 이미 심리에 잠식된 뒤입니다. 내가 정한 규칙을 습관적, 기계적으로 실천하다보면 자신의 심리적인 약점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손절기준: '장기·가치투자자'는 아이디어·가치 훼손여부, '추세추종 매매자'는 미리 정한 손실률 등 투자 스타일에 따라 손절 기준 설정) 넷째, 한 달에 한 번 매매일지를 찬찬히 검토해보세요. 반복되는 매매 패턴이 보인다면, 그것이 바로 나만의 심리적 약점이거나 나만의 스타일입니다. 나의 심리적 약점과 스타일을 알면 좀더 합리적인 투자 의사결정이 가능해집니다.
'기록'은 '기억'보다 앞섭니다. 기억은 그 당시에 적절한 행동을 한 것처럼 과거 사실을 자주 합리화하고 넘어가지만 기록은 오직 사실 그 자체만을 보여주니까요. 투자에 성공할 때까지 주식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관찰하는 습관을 들이자 매번 시장을 정확히 예측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다만 자신의 심리를 아는 사람은, 적어도 시장이 만든 함정에는 빠지지 않습니다. 투자는 성공할 때까지 주식시장에서 살아남아 있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리고 초보 투자자가 살아남는 법은 결국 자신을 아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시장이 아니라, 나 자신을 먼저 관찰하는 것입니다. 투자에 있어 심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하워드 막스 회장의 인용구로 마무리하겠습니다.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회계나 경제학이 아니라, 심리학이다. " —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 캐피털(Oaktree Capital) 회장 ,《투자에 대한 생각(The Most Important Thing)》
[필자소개]
인치범 전무는 금융(삼성생명), IT(안랩, 한글과컴퓨터, SK커뮤니케이션즈), 유통(삼성테스코) 등의 분야에서 30년 간 일관되게 기업 커뮤니케이션 업무(PR·IR·ESG·CSR) 책임자로 근무했다. 현재는 케이피아이투자자문에서 투자와 기업 커뮤니케이션 관련 서적을 집필하는 데 힘쓰고 있다. '주식투자성공은 무엇보다 돈을 다루는 올바른 습관을 자동화하는 과정에서 비롯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email protected] 김성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