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비만은 없다"…심장이 먼저 알았다 [헬스톡]
[파이낸셜뉴스] 당뇨병도, 고혈압도 없는 '건강한 고도비만'은 없다. 대사질환이 없는 젊은 고도비만 환자에게서도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거나 이완 기능이 떨어지는 등 심장 이상이 적지 않게 발견되고 있다.
이성배 인천세종병원 비만대사수술센터장(외과)은 "고도비만 환자들은 흔히 '당뇨병도 없고 혈압도 정상이라 비만 외에는 건강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뚜렷한 대사질환이 없는 젊은 고도비만 환자에게서도 심장 구조나 기능의 이상이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비만대사수술을 앞두고 시행하는 심장 검사에서 심장의 수축력을 나타내는 박출률(EF)은 정상이지만, 심장 근육이 두꺼워져 있거나 이완 기능이 떨어지고 심근의 미세한 기능을 평가하는 좌심실 종축 변형률(Global Longitudinal Strain, GLS)이 감소한 환자를 볼 수 있다"며 "이는 대사질환이 없다는 것과 심장이 건강하다는 것이 반드시 같은 의미는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고도비만은 그 자체로 심장에 상당한 부담을 준다. 체중이 증가하면 늘어난 신체 조직에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 혈액량과 심박출량이 증가한다.
심장은 정상 체중일 때보다 더 많은 혈액을 지속적으로 순환시켜야 하고, 이러한 상태가 수년간 이어지면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고 구조가 변할 수 있다.
문제는 단순히 체중에 따른 물리적인 부담만이 아니다. 복부 내장지방과 심장을 둘러싼 심외막 지방은 다양한 염증성 물질을 분비한다. 이로 인해 만성 염증과 미세혈관 기능장애, 심근 지방축적 및 섬유화 등이 발생하면서 심장 근육이 점차 뻣뻣해질 수 있다.
이 센터장은 "최근에는 이러한 변화가 '박출률 보존 심부전(HFpEF)'과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HFpEF는 심장이 혈액을 내보내는 수축력은 비교적 정상으로 유지되지만 심장 근육이 제대로 이완하지 못해 혈액을 충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형태의 심부전"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인 심장 검사에서 박출률이 정상이라고 해서 반드시 심장이 정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증상이 없는 단계에서 이미 좌심실 비대나 심장 리모델링, 이완 기능 저하, GLS 감소와 같은 변화가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심장 변화가 반드시 당뇨병이나 고혈압이 발생한 이후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그동안 비만의 심혈관 합병증은 주로 '비만→당뇨·고혈압·이상지질혈증→심혈관질환'의 과정으로 설명됐는데, 최근에는 비만 자체가 심장의 구조와 기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독립적인 위험요인이라는 관점이 중요해지고 있다.
적극적인 체중감량은 심장의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비만대사수술 후 심장 변화를 분석한 연구들에서는 큰 폭의 체중감량 이후 좌심실 질량 감소와 심장 구조 및 이완 기능 개선이 관찰됐으며, 일부 연구에서는 GLS 역시 개선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비만 치료의 목표가 단순히 체중계의 숫자를 줄이거나 당뇨병을 치료하는 것에 그치는 건 금물이다. 고도비만 환자에게서는 아직 당뇨나 고혈압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심장이 오랜 기간 과도한 부담을 받고 있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고도비만 자체를 하나의 질환으로 인식하고, 필요한 경우 심장 상태를 적극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적절한 식이·운동 및 약물치료와 함께 고도비만에서는 비만대사수술을 포함한 적극적인 체중감량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이 센터장은 "'아직 당뇨도 없고 혈압도 정상이다'는 말이 '아직 심장도 건강하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결국 고도비만 치료는 단순히 살을 빼는 치료가 아니며, 당뇨병이나 고혈압이 나타나기 전부터 심장을 보호하고 장기적인 심부전 위험을 낮추기 위한 치료라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