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하락에 업종별 희비…항공·철강 웃고 자동차는 울상
3분기 들어 환율 13% 급락…철강·항공주 주가 '쑥' 자동차주는 '휘청'…"반도체주, 환율 하락에 실적 악화 가능성"
환율 하락에 업종별 희비…항공·철강 웃고 자동차는 울상
3분기 들어 환율 13% 급락…철강·항공주 주가 '쑥'
자동차주는 '휘청'…"반도체주, 환율 하락에 실적 악화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민영 기자 = 원/달러 환율이 가파른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업종별 희비가 엇갈리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철강·항공주의 수혜를 예상하는 반면, 자동차·IT 업종은 실적 악화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 원/달러 환율 3분기 들어 13% '뚝'…증권가 "1,300원대 초반까지 하락 가능"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4일 오후 3시 30분 기준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8.9원 내린 1,350.4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6월 말 주간거래 종가(1,549.4원) 대비 13% 급락한 수치다.
앞서 환율은 연초 1,400원대 중반으로 출발해 고공행진했는데, 6월 초엔 장중 1,560원을 넘으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7월 들어 급락세로 돌아섰고, 이달 4일에는 한때 1년 2개월 만에 1,340원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수출 호조로 기업들이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바꾸면서 시장에 달러 공급이 늘어난 데다, 지난 7월 SK하이닉스[000660]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관련 자금 유입과 반도체 기업들의 주주환원 확대에 따른 추가 달러 매도 기대가 영향을 줬다.
이밖에 8월 들어 미·일 당국의 엔화 매수 공조 개입으로 엔화가 강세를 보인 데다, 미국의 7월 비농업 고용이 예상과 달리 감소하자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가 약화하며 글로벌 약달러 흐름이 나타난 점도 원/달러 환율 하락을 이끌었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환율이 1,300원대 초반까지 추가로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NH투자증권 권아민 연구원은 "예상보다 강한 기업발 달러 공급을 감안하면 단기 하단은 기존 전망보다 낮은 1천300원대 초반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다"며 4분기 평균 환율은 1,380원 수준으로 전망했다.
한국투자증권 문다운 연구원도 "반도체 수출 호조를 반영해 달러 매도 우위 국면이 전개되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상단 전망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며 "환율이 더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 철강·항공주, 환율 하락에 `함박웃음'…KRX 운송지수 수익률 1위
이처럼 환율 하락세가 지속될 때는 원자재 수입 비중이 크거나 달러 부채가 많은 업종을 주목할 만하다.
특히 항공주는 환율 하락의 대표적인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올해 들어 국제유가 상승으로 유류비 부담이 커졌지만,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달러로 결제하는 항공유의 원화 환산 비용이 줄어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관련 기대감을 반영하듯 최근 주가도 상승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한한공 등 항공주가 포함된 KRX운송지수는 3분기 들어 13.8% 올라 같은 기간 KRX 업종별 지수 중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종목별로 보면 대한항공[003490]이 같은 기간 9.6% 급등했으며, 아시아나항공[020560]도 9.9% 뛰었다.
원재료 수입 의존도가 높은 철강업체들에도 원화 강세는 단비와 같은 소식이다. 철강업은 철광석과 원료탄 등 핵심 원료 대부분을 달러로 결제하는 만큼, 원화 강세는 원료구매 비용 부담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이에 현대제철 등 주요 철강기업이 포함된 KRX철강지수는 3분기 들어 11.7% 급등했다.
원재료 수입 비중이 높은 음식료, 전기·가스업종 등도 수혜주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음식료 업체는 수입 곡물·원재료의 원화 환산 비용이 줄어 원가 부담을 낮출 수 있고, 한국가스공사[036460]와 한국전력[015760] 등 에너지 기업도 에너지 수입 비용 감소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 김규진 연구원은 "운송, 에너지, 유틸리티는 원화 절상에 따른 이익 향상 효과를 가장 크게 받으며 원화 표시 세전 이익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IT, 자동차주는 `먹구름'…"환율 하락 지속될지 불투명" 전망도
반면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대표적인 수출업종인 자동차주의 상승세는 한풀 꺾이게 됐다.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경우 해외에서 달러화로 벌어들인 매출을 원화로 환산할 때 금액이 줄어들며 실적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현대차[005380], 기아[000270] 등 국내 주요 자동차 기업으로 구성된 KRX 자동차지수는 3분기 들어 10.2% 급락했다.
이밖에 수출 비중이 높은 반도체주도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무라증권은 "국내 메모리 기업들은 결제 대금을 달러로 받지만, 비용의 상당 부분(매출의 약 20%)이 원화로 지출되는 구조"라며 "원화 가치가 10% 상승하면 영업이익이 약 12% 감소하는 단기 실적 부담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씨티그룹은 환율 부담을 반영해 SK하이닉스[000660]와 삼성전자[005930]의 목표주가를 각각 43만원, 300만원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씨티는 환율 역풍을 반영한 조정이라며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예상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 115조5천억원에서 104조1천억원으로 10% 하향했다. 또한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도 기존 76조7천억원에서 74조원으로 3% 낮췄다.
다만 원화강세가 지속될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물가 상승으로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거나 주요국의 재정 불안으로 달러 선호가 강해질 경우 원화 강세가 되돌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KB증권 오재영 연구원은 "현재 달러/원의 하락에는 국내 요인이 주로 작용하고 있는데, 9월에는 대외 환경도 중요해질 시기"라며 "만약 9월 미국 물가 지표가 예상을 상회하면서 금리 인상 확률이 높아지면 달러는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나은행 서정훈 연구원은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가 지속되면서 국채 금리 불안 문제가 재차 부각될 수 있다"며 "이로 인해 글로벌 금융시장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될 경우 원화 환율의 상방 리스크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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