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증권사들 사업 확대 '쩐의 전쟁'…신종자본증권 발행 3.5조 '러시'

뉴스1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증권사들이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사업 확대에 필요한 자본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재무건전성을 관리하는 동시에 기업금융(IB)과 신용공여, 자기자본투자 등 영업 여력을 늘리려는 움직임이다.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 디지털자산 등으로 사업 영역이 넓어지면서 이를 뒷받침할 자본확충 경쟁도 이어지고 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메리츠·NH·하나·키움·신한·iM·DB·대신 등 8개 증권사가 발행한 원화 신종자본증권은 총 2조 7550억 원이다. 하나증권이 별도로 발행한 외화 신종자본증권 3억 달러와 한화투자증권이 추진하는 최대 4000억원을 합치면 전체 발행·추진 규모는 3조 5000억 원대에 달한다.

회사별 원화 발행액은 메리츠증권이 6650억 원으로 가장 많다. NH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이 각각 5000억 원, 키움증권이 4000억 원을 발행했다. 신한투자증권과 iM증권은 각각 2000억 원, DB증권은 1500억 원, 대신증권은 1400억 원을 조달했다.

최근에도 발행과 자본확충 계획이 이어지고 있다. 키움증권은 지난달 18일 창사 이래 처음으로 4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표면금리는 연 5.65%로, 규제자본 확충과 운영자금 확보가 목적이다.

하나증권은 지난달 30일 원화 발행과 별도로 3억 달러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수요예측에 120여개 기관투자자가 참여해 17억달러의 주문이 들어왔으며, 발행금리는 최초 제시금리보다 0.30%포인트 낮은 연 6.50%로 확정됐다. 기존 달러채 중심의 외화 조달을 자본성 자금으로 넓힌 것으로, 글로벌 IB와 기업금융, 모험자본 공급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한화투자증권도 같은 날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최대 4000억 원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계획을 공시했다. 두 계획이 모두 이행되면 자기자본은 올해 6월 말 약 2조 3000억 원에서 약 3조 2000억 원으로 늘어난다. 다만 신종자본증권의 실제 발행 여부와 규모, 조건은 추후 결정된다.

증권사들이 신종자본증권을 활용하는 것은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기가 길고 발행사가 만기를 연장하거나 이자 지급을 미룰 수 있는 구조로, 신주 발행에 따른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 없이 자본을 확충할 수 있다. 다만 자본 인정 범위는 적용되는 규제와 사업 인가 요건에 따라 다르다.

확보한 자본은 건전성 관리뿐 아니라 수익 기반 확대에도 활용된다. 자기자본을 활용하는 투자와 대출이 늘어날수록 이를 뒷받침할 자본 여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DB증권은 신용공여와 PB·IB 연계 사업,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조성 업무를 확대할 계획이다. iM증권도 채권·파생상품 운용과 투자중개, IB 부문 경쟁력 강화에 자본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지주도 증권 계열사의 자본확충을 지원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이 지난 6월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2000억 원은 신한금융지주가 전량 인수했다. iM증권이 7월 1500억원에 이어 8월 추가 발행한 500억 원도 iM금융지주가 인수했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독립계에 이어 은행계 증권사도 유상증자와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 자본확충을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그룹 내 증권사의 역할이 커지고 있으며, 확보한 자본이 건전성 개선과 신용공여 확대, 신규 사업 진출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조달자금의 용도는 회사별로 차이가 있다. 대신증권은 올해 발행한 1400억원을 기업어음(CP) 상환에 활용했다. 단기 차환 부담을 낮추면서 자본을 보강한 사례로, 발행액 전체가 신규 투자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회계상 자본 증가가 곧바로 사업 인가 요건 충족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한화투자증권의 자본확충을 분석하면서 신종자본증권 발행액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자기자본 산정에서 제외돼 추가적인 이익 누적이나 자본확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조달비용과 투자위험 관리도 과제다. 신종자본증권은 일반 회사채보다 높은 금리를 부담하는 만큼 늘어난 자본을 수익으로 연결해야 한다. 자본확충 규모뿐 아니라 확보한 자금의 활용처와 위험관리 수준이 향후 사업 확대의 성과를 좌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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