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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 69조 늘었는데…정부 '한은 마통' 76.2조 빌렸다 갚아

뉴스1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관계자가 원화 5만원권 지폐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구윤성 기자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관계자가 원화 5만원권 지폐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구윤성 기자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올해 들어 8월까지 국세수입이 지난해보다 69조 원 넘게 늘었지만, 정부가 같은 기간 한국은행에서 빌렸다 갚은 일시대출 누적액은 76조 2000억 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수 개선으로 지난해보다 차입 규모는 줄었지만, 7월에는 하루 평균 일시대출 잔액이 13조 5000억 원을 웃돌았다.

정부는 세수가 늘더라도 세입과 세출 시점의 차이로 일시적인 자금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올해 1~8월 일시대출 누적액은 지난해보다 47.6%, 실제 자금 사용 규모를 보여주는 평균 대출잔액은 46.6% 각각 감소했다.

세수 329.9조 걷혔는데…한은서 빌렸다 갚은 돈 76.2조

6일 한국은행이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정부의 한은 일시대출 누적액은 76조 2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국세수입은 329조 9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60조 8000억 원보다 69조 1000억 원(26.5%) 증가했다.

세수 여건이 개선되면서 일시대출 규모는 지난해보다 줄었다. 지난해 1~8월 일시대출 누적액은 145조 5000억 원으로, 올해는 이보다 69조 3000억 원(47.6%) 감소했다.

재정경제부도 세수 증가가 일시차입 감소에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세수와 일시차입 규모가 1대 1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누적 차입액 76조 2000억 원을 정부가 한꺼번에 빌려 쓴 돈으로 볼 수는 없다. 정부가 한은에서 돈을 빌릴 때마다 해당 금액을 합산한 수치로, 빌린 돈을 갚은 뒤 다시 차입하면 새로 빌린 금액도 누적액에 포함된다.

정부가 실제 어느 정도 규모의 한은 자금을 사용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는 평잔이다. 일정 기간 매일 남아 있는 대출잔액을 평균한 값으로, 올해 1~8월 누적 평잔은 3조 3584억 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6조 2922억 원보다 46.6% 감소했다.

쉽게 말해 올해 들어 8월까지 정부가 하루 평균 약 3조 4000억 원의 한은 자금을 빌려 쓰고 있었다는 의미다.

한은의 대정부 일시대출은 세금이 국고에 들어오는 시점과 정부가 재정을 집행하는 시점 사이에서 발생하는 일시적인 자금 부족을 메우는 수단이다. 개인이 필요할 때 은행 마이너스통장에서 돈을 꺼내 쓰는 것과 비슷해 이른바 '한은 마통'으로 불린다.

7월엔 하루 평균 13.5조 빌려…재경부 "세입·세출 시차"

세수 증가로 전체적인 차입 규모는 줄었지만 월별로는 정부가 한은에서 상당한 규모의 자금을 빌리는 모습이 반복됐다.

올해 월평잔은 1월 4903억 원을 기록한 뒤 2월에는 대출이 없었다. 3월에는 3조 6871억 원, 4월에는 1조 6033억 원을 기록했고 5월에는 다시 대출이 없었다.

이후 6월 월평잔은 4조 5000억 원으로 늘었고 7월에는 13조 5419억 원까지 치솟았다. 7월 한 달 동안만 놓고 보면 정부가 하루 평균 13조 5000억 원 넘는 돈을 한은에서 빌리고 있었다는 의미다. 8월 월평잔은 2조 7000억 원으로 낮아졌다.

이에 따라 연초부터 계산한 누적 평잔도 6월 1조 7271억 원에서 7월 3조 4547억 원으로 두 배가량 많아졌다. 8월에는 3조 3584억 원을 기록했다.

재경부는 세수가 크게 늘었는데도 일시차입이 반복된 배경으로 세입과 세출의 시차를 꼽았다. 세수 증가가 차입 규모를 줄이는 데 일부 영향을 미쳤지만, 당장 지출해야 할 돈보다 당일 국고에 들어오는 돈이 적으면 세수 규모와 관계없이 일시차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초과수입이 많은 해에는 일시차입 가능성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영향이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세수 증가와 일시차입 감소 사이에 1대 1 관계가 성립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세입과 세출은 매일 들어오고 나가기 때문에 오늘 나가야 할 만큼 오늘 돈이 들어오지 않으면 한은에서 돈을 빌리는 것"이라며 "초과세입이 많이 들어온다고 해서 일시차입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임이자 의원은 "세수가 69조 원 넘게 늘었는데도 8월까지 한은에서 누적 76조 원을 거래했다는 것은 세입·세출의 시차라는 설명만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라며 "한국은행은 일시차입이 손쉬운 재정 운용 수단으로 굳어지지 않도록 반복 차입의 원인을 철저히 점검하고, 국고 자금 운용의 효율성과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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