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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AI업체 한국어책 대량 구입 시도, 왜?…출판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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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로픽, 한강·김영하 등 국내 작가 전자책 불법 다운 번역원 "한국 작가 20명의 21권 합의 대상 포함" 교보문고·예스24·알라딘, 해외로부터 대량 서적 구매 의사 받아 출판계, 저작물 AI 학습 대응…"데이터 투명성, 정당 보상 필요"

[뉴욕=AP/뉴시스] 컴퓨터 화면에 앤트로픽 홈페이지와 회사 로고가 표시된 모습. 2026.10.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뉴욕=AP/뉴시스] 컴퓨터 화면에 앤트로픽 홈페이지와 회사 로고가 표시된 모습. 2026.10.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인공지능(AI) 클로드(Claude)를 운영하는 미국 AI 기업 앤트로픽이 한강, 황석영, 김애란, 김영하 등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불법 다운로드했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나면서 출판계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국내 도서유통사를 통해 책을 대량으로 구매 및 공급 받은 사실도 확인되면서 AI 학습을 둘러싼 저작권 논란이 국내 출판계에도 번지고 있다.

18일 한국문학번역원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한국 작가 20명의 전자책 총 21권을 불법 다운로드 사실을 파악하고 해당 작가에게 통보했다. 작품 중에는 한강의 '소년이 온다'·'채식주의자'·'흰',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 황석영의 '손님', 김영하의 '검은 꽃', '살인자의 기억법 등 소설집' 등이 포함됐다.

번역원은 "저작권 유관기관 등과 협력해 작가님들이 정당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 시 법적 조치 등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앤트로픽은 AI 학습 과정에서 저작물 무단 활용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에 반발해 법적 소송으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로는 '바츠 대 앤트로픽'이 있다. 2024년 미국 베스트셀러 작가 안드레아 바츠를 포함한 작가와 출판사는 앤트로픽을 상대로 자신의 저작물을 허락없이 사용했다며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과정과 웹사이트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라이브러리 제네시스(LibGen), 파이럿 라이브러리 미러(PiLiMi) 등 '해적'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불법 다운로드 받았다. 미국 법원은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고, 총 15억 달러(약 2조200억원)을 보상하라고 판결했다. 작품당 배상규모는 3000달러(약 435만원)이다.

앤트로픽은 해적 사이트를 통한 저작물 확보가 논란이 되자 실제 서적 구매로 눈을 돌렸다. 앤트로픽은 AI 학습 목적을 위해 종이책을 대량으로 구매하고 스캔 후 원본 폐기를 '프로젝트 파나마'로 명명하고 진행했다.

앤트로픽은 한국 서적 유통사로부터 책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서유통사 웅진북센은 "2024년 앤트로픽과 계약을 맺고 2025년에 공급했다"면서도 공급 규모는 내부계약에 따라 밝히지 않았다.

글로벌 무역 공급망 플랫폼 임포트키(ImportKey)에 따르면 웅진북센은 앤트로픽에 서적을 공급하는 도서물류업체 베터월드북스(Better World Books)에 지난해 3월부터 공급이 시작됐다. 구체적인 서적물량은 기재되지 않고, 박스 단위로 확인할 수 있었다. 첫 거래에서 864박스를 공급했고 같은 달 744박스를 추가로 보냈다. 같은 해 7월에는 641박스, 지난 6월에는 864박스로 확인됐다.

웅진북센은 "원래도 해외 업체에 책을 공급하고 있어서 통상적인 계약으로 진행했다"며 "2024년도에는 AI 학습 문제가 익숙하지 않아 통상 책 거래로 생각하고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2024년은 앤트로픽이 '프로젝트 파나마'를 시작한 해로 웅진북센과의 계약 시기와 겹친다. 다만 해당 프로젝트가 올해 초 불거진 것에 따라 사측이 AI 학습 목적으로 활용 여부는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웅진북센은 "별도 업체의 거래 문의도 있었으나 계약하지 않았다"며 "AI 업체로 공급될 수 있는 거래는 진행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이수진·정승혜 인턴기자= 12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철학 코너. 2026.10.1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수진·정승혜 인턴기자= 12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철학 코너. 2026.10.18. [email protected]

최근 해외 업체로부터 국내 도서유통사에 서적을 대량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곳은 지속 증가하고 있다.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등 국내 최대 도서유통사 3곳은 모두 제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교보문고는 미국, 영국 등 소재지 업체에서 문의를 받았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10만종을 구매하고 싶은 의사를 메일로 밝혔다"며 "단순 구매 요청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를 밝힌 업체가) 구매 목적과 최종 납품처 확인 과정에서 답변이 명확하지 않았다"며 계약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납품처 중 데이터 관련 기업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특정 금액을 맞춰 도서를 구매하거나 특정 장르 도서를 사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이러한 구매 형태는 생소하다고 말했다.

예스24도 관련 메일을 받고 지난 8월 해당 업체가 한국을 찾았을 때 미팅을 갖기도 했다. 예스24 관계자는 "대량 구매 의사를 밝힌 기업 연락을 받았다"면서도 업체가 단순 유통업을 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해외에서 이런 문의는 처음이긴 했다"며 "미팅에서 구매 서적의 이용 목적과 취지는 설명해주지 않았다"고 했다. 이후 업체와는 연락이 끊겨 거래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알라딘도 지난달 유사한 연락을 받았다. 캐나다 소재 중고책 유통사였고, 대량 책 구매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알라딘 관계자도 "서적 활용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며 "한국어 책을 해외 업체가 사는 것이 의문스럽기는 했다. 연락을 주고 받았지만 계약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해외 업체들이 번역 출간본이 아닌 한국어 원서를 대량으로 구매하려 한 정황이 잇따르면서 AI 학습용으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세계 최대 책 축제인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는 저작권 동의 없이 AI 학습에 서적 활용을 규제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긴 '프랑크푸르트 호소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한국출판인회의가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마포중앙도서관에서 출판·AI 정책포럼 '위기를 넘어 공존으로: AI 시대 출판 생태계가 나아갈 길'을 개최했다. (사진=한국출판인회의 제공) 2026.10.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한국출판인회의가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마포중앙도서관에서 출판·AI 정책포럼 '위기를 넘어 공존으로: AI 시대 출판 생태계가 나아갈 길'을 개최했다. (사진=한국출판인회의 제공) 2026.10.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국내 출판계에서도 이런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협회 차원에서 해외 업체로부터 대량 서적 구매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또 협의체를 구성해 조사 결과에 따른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출협은 지난 16일 한국출판인회의 등과 함께 프랑크푸르트 호소문와의 연대의 뜻을 밝히며 '대한민국 호소문'을 발표했다. 창작자와 출판사의 권리를 지키고 AI와 출판 생태계가 공정하게 상생하자는 취지를 담았다. 지난 16일 기준 단체 174곳, 개인 358명 등이 연명에 참여했다.

호소문에는 AI 기업은 학습 데이터 투명성 확보, AI 학습에는 창작자의 이용허락 원칙 설립, 정당한 보상 등을 촉구했다.

박정인 덕성여대 AI 연구소 교수는 "헌책을 매입하는 행위 자체는 통상 적법하지만 그 책을 스캔·복제해 AI 학습에 이용하는 권리까지 취득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출판계가 침해를 주장할 때도 '허락료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만 제시하는 대신 실제 또는 합리적으로 형성될 수 있는 라이선스 시장, 원작 판매 대체, 원문 재현 등을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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