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아야 하나, 버텨야 하나, 물타야 하나"…20% 무너진 코스피에 무력감만 [개미의 세계]
[파이낸셜뉴스] "이 정도 빠졌으면 바닥이라고 생각해서 추매(추가 매수)했는데 더 담아야 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직장인 A씨(37)는 지난 9월, 보유한 주식 계좌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나눠 담았다. 7월부터 이어진 하락장에서 손해가 계속되자 이른바 '물타기'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에 추매를 결심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10월 들어서도 반등의 기미 없이 급락이 반복되면서 A씨는 계좌를 들여다 볼 의욕마저 잃었다.
A씨 앞에 놓인 선택지는 세 가지였다. 지금이라도 팔아서 손실을 끊을지, 회복될 때까지 버틸지, 아니면 신용대출을 받아서라도 더 사서 평단을 낮출지. 20일 오전, 코스피가 장 초반 2% 넘게 급락하는 모습에 매도와 매수 사이에서 고민하던 A씨는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는 "팔면 바닥 같고, 더 사자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아 무력감이 든다"고 했다.
이달 코스피의 하락 속도는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급격했다. 지난 16일 키움증권에 따르면 코스피는 최근 7거래일 연속 하락을 기록하며 누적 낙폭이 20.8%에 달했다. 이보다 낙폭이 컸던 건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25%)와 2008년 금융위기(-31%), 코로나19 기간(-25%) 정도다.
지난주 주간 하락률은 14.5%로 1980년 이후 다섯 번째로 큰 주간 낙폭이었고, 특히 15일 하루에만 7.57% 급락했다. 이달 들어 지난 16일까지 하락률은 17.1%로 주요 글로벌 지수 가운데 가장 컸다. 20일에도 3% 안팎의 낙폭을 보이며 5600선에서 공방을 벌이다가 5539.05로 장을 마감했다.
이번 급락의 배경으로는 인공지능(AI) 산업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과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가 꼽힌다. 여기에 프랑스 소요 사태에 따른 불안 확산, 미국 국채금리 상승 등이 맞물리며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이번 주 중반부터 메타와 테슬라, 스페이스X 등 대형주 실적 발표가 줄줄이 이어지는 것 또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급락장이 계속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특히 '빚투'에 나선 개인투자자의 경우, 담보 비율을 채우지 못해 강제로 처분된 주식 규모가 이틀 연속 800억원대를 넘어서는 등 반대매매가 쏟아지고 있다.
이번 급락장을 바라보는 증권가의 시각은 엇갈린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0일 이격도가 83까지 낮아지고,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08배까지 내려왔다"며 "11월 반등을 겨냥한 저가매수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준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현재 지수는 7월 저점 수준이지만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이 7월 대비 12% 상향되며 주가수익비율(PER)은 4.6배로 최근 1년 중 최저"라며 "신용 수급 부담이 풀리기 시작했고 밸류에이션 부담도 크지 않은 만큼 매수 관점에서의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반면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과매도 국면에 있지만 현시점에서 적극적인 순매수로 전환하는 건 쉽지 않다"며 "기계적 분할매수로 접근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과거 통계도 '단기 반등'과 '추세 회복'은 다르다는 걸 보여준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코스피가 7거래일 동안 10% 이상 급락한 12개 사례에서 이후 1주일간 오를 확률은 83%였지만, 낙폭이 15%를 넘었던 5개 사례에서 한 달 뒤 상승 확률은 20%에 그쳤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도 "현시점에서 추격 매도의 실익은 낮아 보여 보유 유지를 권고한다"면서도 "신규 매수는 SK하이닉스 실적과 주주환원, 빅테크의 내년 설비투자 가이던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몰린 10월 마지막 주를 확인한 뒤 분할 접근하는 것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email protected] 김희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