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리다임 美 상장 검토 중단 SK하이닉스, '투자 재원' 확보 어떻게?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SK하이닉스(000660)가 미국 손자회사 솔리다임의 기업공개(IPO) 검토를 중단했지만 신규 생산시설 투자에 필요한 재원을 자체적으로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IPO 대신 사상 최대 실적에 힘입어 확보한 풍부한 현금과 강력한 현금 창출력을 바탕으로 미국 중간지주사인 AI컴퍼니를 통해 직접 출자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꼽힌다. 외부 투자자에게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도 성장 투자와 주주가치 제고를 병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솔리다임 상장 검토 중단…직접투자로 방향 전환 가능성
25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의 미국 증시 상장과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 검토를 중단하기로 했다.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반도체 기업 주가가 조정받는 등 시장 여건이 달라지면서 기존 주주에게 유리한 선택인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2021년 인텔의 낸드플래시·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을 인수하면서 확보한 미국 반도체 기업이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고용량 기업용 SSD(eSSD) 분야가 주력 사업이다.
SK하이닉스가 IPO를 검토한 배경에는 AI 메모리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 신규 생산시설 투자 필요성이 있다. 외부 자본을 유치하면 투자 부담을 분산하면서 국내 생산시설 확충과 주주환원 등에 활용할 재원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2분기 말 현금 88조 보유…40조 자사주 매입 뒷받침 현금 창출력
업계는 대안으로 SK하이닉스가 자체 현금을 활용해 솔리다임에 투자하는 방식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SK하이닉스의 올해 2분기 말 현금성 자산은 88조 원으로 전 분기보다 33조 6000억 원 증가했다. 총차입금은 18조 6000억 원으로 7000억 원 감소하면서 순현금은 69조 4000억 원으로 확대됐다.
대규모 주주환원을 뒷받침할 만큼의 현금 창출력도 강화됐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1일 40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완료했다. 2분기 말 현금 보유액은 자사주 매입 이전 액수지만 업계는 막대한 주주환원을 추진할 수 있었던 배경에 주목한다.
SK하이닉스의 올해 상반기 영업활동 현금 흐름은 91조 7425억 원으로 전년 동기 18조 1898억 원의 5배 수준이다. 같은 기간 유·무형자산 취득에 투입한 현금은 18조 9940억 원으로 대규모 설비투자를 진행하면서도 현금을 창출하는 능력을 입증했다.
실적 개선세도 이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매출 79조 3187억 원, 영업이익 60조 5426억 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AI 서버용 D램, e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가 수익성 개선을 이끌고 있다.
주요 고객사들과 장기공급계약(LTA)을 확대하면서 향후 안정적인 현금 창출 기반도 강화되고 있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수요 증가가 지속될 경우 솔리다임의 신규 생산시설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간지주 AI컴퍼니 통한 출자 대안…주주가치 희석 방지
구체적인 투자 경로로는 미국 중간지주사인 AI컴퍼니가 거론된다. SK하이닉스는 AI컴퍼니를 통해 솔리다임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AI컴퍼니에 최대 100억 달러(약 13조 원)를 단계적으로 출자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가 AI컴퍼니에 추가 자금을 공급하고 이를 솔리다임의 생산시설 확충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외부 투자자에게 솔리다임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도 신규 투자를 진행할 수 있다. 필요에 따라 회사채 발행이나 금융기관 차입 등을 결합해 자금조달 방식을 다변화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직접 출자는 솔리다임의 성장에 따른 기업가치 상승분을 기존 주주가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AI 데이터센터용 eSSD 시장이 확대될수록 솔리다임의 사업 가치도 커질 수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 제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전체 설비투자 규모를 40조 원 후반대로 확대하고 충북 청주 M15X와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생산시설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는 SK하이닉스가 강력한 현금 창출력을 바탕으로 국내외 생산시설 투자와 주주환원을 병행하면서 솔리다임의 성장에 필요한 재원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남우 한국거버넌스포럼 회장은 "국내 증권사 추정치를 평균해 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말 132조 원, 2027년 말 456조 원의 현금을 보유할 것"이라면서 "SK하이닉스 입장에서 손자회사인 솔리다임이 설비투자를 위해 수십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해도, 현금이 차고 넘치는 SK하이닉스가 AI컴퍼니를 통해 솔리다임에 출자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