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비위 맞추기' 달라지나…美 중간선거에 세계 정상들 셈법 복잡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참패하면서 세계 정상들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하는 외교 전략에도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그동안 관세와 안보 문제를 둘러싼 압박에 관계 개선과 투자 약속 등으로 대응해 왔던 주요국들이 미국 의회 권력 교체를 계기로 새로운 셈법을 고민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5일(현지시간) 공화당의 중간선거 패배로 트럼프 대통령이 구축해 온 강력한 지도자 이미지에 타격이 불가피해졌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들어 관세 부과와 투자 요구, 동맹국 방위비 분담 압박 등을 협상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주요국들은 미국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을 쌓고 투자 확대 등을 약속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아빠'(daddy)라고 부른 일화는 이러한 외교 방식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과 협상력을 둘러싼 평가도 달라지고 있다.
폴리티코는 세계 지도자들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데 따른 이익과 미국 유권자들이 선거에서 보여준 정치적 변화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 여전히 유리할지, 불리한 협상에 서둘러 응하기보다 미국 내 정치 상황을 지켜보는 편이 나을지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공개적으로 대립해 온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의 대미 대응도 주목받고 있다.
두 정상은 관세와 국방비 분담 등에서 미국의 요구에 반대하거나 독자적인 입장을 강조해 왔다. 이번 선거 결과가 이들의 기존 외교 노선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 약화가 곧 미국의 대외 압박 완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경계도 나온다.
유럽 매체 유로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치에서 민주당의 견제를 받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재량권이 큰 외교 분야에 더욱 집중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연합(EU)의 한 외교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이 아니라 더욱 예측하기 어려운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의회가 무역과 대외정책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면 정책 안정성이 높아질 수 있지만,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 성과를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관세 압박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민주당이 의회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확대를 추진할 여지가 커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외교·안보 분야에서 상당한 권한을 갖고 있다.
이란 전쟁 역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의 중간선거 패배에 이란 전쟁이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하면서도 관련 결정에 대한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주요국들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미국 의회와도 소통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미국의 정치 지형 변화를 주시하며 트럼프 행정부뿐 아니라 민주·공화 양당과 긴밀히 소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로슈 셰프초비치 EU 통상 담당 집행위원도 미국과 정기적인 소통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새 의회가 출범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2년가량 남아 있는 만큼 주요국들은 백악관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의회 차원의 견제와 정책 변화 가능성에 동시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