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가 건강기능식품을 권하는 영상. 그런데 이 의사는 실제 인물이 아니라 AI가 만들어낸 가상 인물입니다.
현행 식품표시·광고법과 화장품법 등은 의사나 약사 등 의료 전문가가 특정 제품을 추천하거나 효능을 보증하는 방식의 광고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규정은 '실제 의료인'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그동안 AI로 생성된 가상 인물의 경우 광고 제한 대상이 되는지 모호한 부분이 있었죠. AI 가짜 의사 광고는 이러한 허점을 파고들었습니다.
영상 제작·유포의 주체인 유튜버 등 게시자를 제재할 규율도 없었습니다. AI로 가상 인물을 만들어 광고를 올려도 게시자가 이 사실을 표시할 법적 의무가 없었습니다.
2026년 시행 예정인 'AI 기본법'은 AI를 개발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AI 사업자'만을 규율 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AI 기술을 활용해 허위 광고 영상을 제작·확산시키는 이용자에 대한 제재는 포함하지 않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AI 가짜 의사를 등장시켜 소비자를 기만하거나 오인하도록 한 식품·화장품 광고는 이러한 규제의 허점을 파고들어 꾸준히 확산했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남희 의원(더불어민주당·광명을)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상 허위·부당광고 적발 건수는 총 9만6726건으로 △식품 1만5027건, △건강기능식품 5475건, △의약품 1만6051건, △의약외품 3632건, △화장품 2680건, △의료기기 4075건으로 집계됐습니다. 6만 건에 조금 못 미치던 수치가 지난해 갑자기 9만 건을 넘어선 것입니다.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이동훈 국무조정실 재정금융정책관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속차단에 방점인 'AI 가짜 의사 광고' 대책 발표를 하고있다. 정부는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AI 등을 활용한 시장 질서 교란 허위·과장 광고 대응방안에 대해 유통전 사전방지, 유통시 신속차단, 제재 강화·단속역량 확충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2025.12.09. [email protected] /사진=뉴시스화상
이동훈 국무조정실 재정금융정책관은 12월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AI 등을 활용한 시장 질서 교란 허위·과장 광고 대응방안에 대해 유통전 사전방지, 유통시 신속차단, 제재 강화·단속역량 확충 등을 골자로 하는 'AI 가짜 의사 광고'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그동안 광고를 게시하는 주체였던 유튜버나 인스타그래머에게 AI 생성물임을 표시하는 것은 의무가 아니라 선택에 가까웠는데요. 정부는 앞으로 AI로 생성한 가상 인물이 식품·의약품을 추천하는 광고를 금지하고,undefined광고 게시자에게 AI 생성물 표시 의무를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AI 생성물임을 알리는 라벨을 이용자가 임의로 삭제하거나 변조하는 행위도 금지했습니다. 플랫폼에는 AI 라벨 표시 의무가 제대로 이행되는지 관리할 책임을 지웠습니다.
AI 광고가 확산된 이후에도 허위 광고 심의까지 두 달 가까이 걸렸습니다. 그 사이 피해는 계속 확산됐는데요. 앞으로 정부는 현행 성범죄물에만 적용되던 서면 심의 대상을 식·의약품 허위 광고까지 확대함으로써 AI 허위 광고를 발견 후 24시간 이내로 차단할 수 있도록 심의에 걸리는 시간을 대폭 단축했습니다. 긴급한 경우에는 심의가 완료되기 전이라도 플랫폼에 즉각적인 차단 요청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소비자원은 부처 간 협업을 통해 AI 기반 허위 광고에 대한 감시·적발 체계를 강화할 계획입니다. 24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해 신속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입니다.
유튜브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생성형 AI를 비롯한 변경·합성 미디어를 이용해 실제 사람, 장소, 이벤트로 착각할 수 있는 콘텐츠를 게시할 경우에는 크리에이터가 이를 알리도록 하는 새로운 도구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2024.03.19/뉴시스
사실 유튜브·인스타그램 등 주요 플랫폼에는 이미 AI 콘텐츠 라벨 기능이 도입돼 있습니다.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은 제품이나 서비스와 관련해 과장되거나 부정확한 주장이 포함된 광고는 AI 활용 여부와 관계없이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운영사인 메타는 AI로 제작된 광고에 대해 디지털 방식으로 제작·조작됐다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으면 플랫폼에서 광고를 삭제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AI 가상 인물을 내세운 허위 광고가 범람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AI 라벨 표시가 불법 광고를 선제적으로 걸러내지 못했고, 광고 상당수가 심의망을 피해 일반 콘텐츠처럼 유통되며 검수를 우회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