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산업재해, 노동 인권 무너져
끊이지 않는 산업재해, 노동 인권 무너져

근로자 안전 사각지대, 경각심 일깨워야

2024. 07.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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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가 발생하는 이유

소모품처럼 쓰이는 노동자들

화살표방향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3년 산업재해 현황 부가통계(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재해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모두 598명, 건수로는 584건이었다. ⓒ그래픽 연합뉴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3년 산업재해 현황 부가통계(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재해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모두 598명, 건수로는 584건이었다. ⓒ그래픽 연합뉴스

산업재해란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하는 노동자의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의미합니다. 노동 과정에서 작업 환경 또는 작업 행동 등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하는 노동자의 피해를 모두 일컫는데요. 건설물, 설비, 원재료, 가스, 증기 등에 의해 질병에 걸리거나 사망 및 부상 당하는 모든 상황이 해당됩니다. 최근 산업화가 급격하게 진행됨에 따라 새로운 사업이 많아지며 산업재해의 종류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산재 사망률 1위를 기록한 나라입니다. 전 세계에서 산업재해가 제일 많이 일어나는 이유는 사업장에서 사람이 죽어 나가도 처벌이 비교적 가볍기 때문입니다. 몇 년간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노동자 사망 사건을 분석하니 평균적으로 한 400만 원 정도의 벌금을 법인이나 사업주가 받은 걸로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범죄의 재범률은 97%에 달합니다.

2022년부터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었으나 이듬해에 오히려 사업장의 사망자 수가 전년 대비 8명 늘어난 바 있습니다. 이는 법 시행 이후 기업들이 사고 예방보다 최고경영자 면피에 몰두하고 처벌이 지연됨에 따른 현상으로 분석되었습니다.

자동화 시설과 안전 수칙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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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화 시설
끼임 사고 발생 지점 공사장 4층. ⓒ성북소방서 제공, 뉴시스
끼임 사고 발생 지점 공사장 4층. ⓒ성북소방서 제공, 뉴시스

산업재해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은 자동화 설비입니다. 품질이 높은 제품을 사용하기 위해서 자동화 설비가 도입되는데요. 이러한 자동화 설비들의 오작동 또는 자동화 설비를 관리하는 기기조작자의 작동 실수 등에 의해 사망하거나 다치는 사고가 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동화 설비에서는 끼임 사고가 발생하는데요. 이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작업자가 점검과 정비를 위해 출입하거나 설비를 사용할 때 안전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미리 안전 조치를 마련하고 관리체계를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사고를 줄일 수 있습니다.

안전 수칙 위반
지난 1월3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아파트건설 현장에서 건설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지난 1월3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아파트건설 현장에서 건설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전국적인 통계로 보면 전체 사고의 85%가 영세한 사업장에서 발생합니다. 국내 공사현장 상당수는 대기업이 원청업체에 공사를 맡기고 원청업체는 하도급 업체에 일감을 주는 하청 구조인데요.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안전 시설에 투자할 여력이 점점 사라진다고 보고 있습니다. 적은 사업 액수 안에서 저임금으로 이끌어가며 사업비를 절약하는 과정에서 위험 대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건설 업체의 경우 안전보호망이나 안전 조치를 설치하는 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갖춰지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공사기간을 줄이기 위해 안전 조치에 쏟는 돈마저 줄이며 이윤을 창출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윤 창출 방식에서 노동자들은 소모품처럼 쓰이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판넬 해체 작업 중 추락하거나 발판으로 이동하다가 떨어져 숨지는 등의 사고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안전에 대한 무신경한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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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북구 월출동 광주첨단과학산업단지 한 배터리 생산업체에서 광주시 관계자가 '화성 아리셀 공장화재'를 계기로 긴급 안전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 2024년 6월26일 연합뉴스
광주 북구 월출동 광주첨단과학산업단지 한 배터리 생산업체에서 광주시 관계자가 '화성 아리셀 공장화재'를 계기로 긴급 안전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 2024년 6월26일 연합뉴스

안전 사고에 무신경한 태도와 미흡한 안전 교육은 심각한 수준의 참사로 이어지곤 합니다. 지난 6월 24일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일차전지 제조 업체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23명이 사망했습니다. 사망자 중 다수가 중국, 라오스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임이 밝혀지며 본격적인 업무 전 안전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졌는가에 대한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이들 중 대부분은 인력파견 업체를 통해 공장으로 보내진 일용직 노동자였습니다.

공장 내부 구조에 익숙하지 않았던 일용직 노동자들은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밀폐된 공간으로 대피했다가 참변을 당했습니다. 사고 당시 CCTV 화면을 보면 불길이 시작된 시점에 한 노동자가 소화기로 불을 끄려고 시도하는데요. 리튬 배터리의 특성상 연쇄 폭발이 일어날 것임을 미리 교육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참사임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이를 두고 이주 노동자 인권 전문 변호사는 "업무 전에 화재 발생 시 소화기로 진압할 수 없으니 당장 대피해야 한다는 교육이 반드시 필요했다"라며 한국 산업의 구조와 노동 현장의 실태에 대해 꼬집었습니다. 위급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제대로 교육받지 못해 생긴 사고였습니다.

산업재해, 언제 어디에서 가장 많이 발생할까?

반복해서 발생하는 추락사와 끼임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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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사하구 한 식품공장에서 지게차 리프트에 올라 열풍기를 점검하던 70대 작업자가 리프트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 부산경찰청 제공, 뉴스1
부산 사하구 한 식품공장에서 지게차 리프트에 올라 열풍기를 점검하던 70대 작업자가 리프트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 부산경찰청 제공, 뉴스1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사고에 비해 그 심각성은 생각보다 잘 알려지지 않은 편인데요. 산업재해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업종은 건설업입니다. 그 중에서도 떨어져서 사망하는 사고가 매해 가장 많습니다. 매년 약 500명이 작업 중 떨어져 사망합니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주로 남성이며 산재 사망자 34.8%는 60세 이상 중년입니다. 사회에서 크게 화제가 된 산업재해에 의한 사망사고는 대부분 사회초년생, 청년들에게 일어난 사고였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중년 남성들이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습니다.

그 다음으로 많이 사망하는 경우는 제조업에서 끼임 사고로 사망하는 사례인데요. 매년 약 100명이 끼임사고로 사망합니다. 일상적으로 컨베이어 벨트를 돌리거나 작은 사업장에서도 사망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전국적으로 여러 종류의 빵을 만들어 납품하는 회사의 제빵 공장에서는 끼임사고가 반복되며 충격을 안겼습니다.

지난해 발행된 기사에 따르면 위 기업에서 최근 3년간 발생한 '설비 가동 중 손 투입 등으로 인한 끼임 사고'는 12건이었습니다. 안전장치가 있는데도 설치하지 않고 손 접촉 금지 스티커조차 없었습니다. 작업안전표준서를 마련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2인 1조 근로자 배치도 하지 않아 사고에 이르렀습니다. 소비자들은 당시 연이어 발생하는 사고로 해당 기업의 제품을 상대로 불매 운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현장실습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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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노동현장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현장실습생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고장난 기계를 고치려다가 참변을 겪거나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안전 장치로 인해 끼임 사고로 생을 마감하는 등의 일이 비일비재하고 일어나고 있습니다. 허술한 현장 관리와 과도한 업무량이 사고로 이어지는 발단이 되기도 했습니다.

과거 발생한 현장실습생 사고

[전남 여수시 웅천동 이순신마리나 정박 중인 한 요트에 잠수 작업 중 숨진 특성화고 실습생 고(故) 홍정운 군을 추모하는 조화가 놓여져 있다. 이 요트 선체에 붙은 따개비를 떼내고자 잠수 작업 중 실습생 홍군이 바다에 빠져 구조됐으나 숨졌다. ⓒ사진2022년 11월 8일 뉴시스
[전남 여수시 웅천동 이순신마리나 정박 중인 한 요트에 잠수 작업 중 숨진 특성화고 실습생 고(故) 홍정운 군을 추모하는 조화가 놓여져 있다. 이 요트 선체에 붙은 따개비를 떼내고자 잠수 작업 중 실습생 홍군이 바다에 빠져 구조됐으나 숨졌다. ⓒ사진2022년 11월 8일 뉴시스

2017년 제주도 서귀포시에 위치한 음료 공장에서 일어난 사고 피해자는 사고 이전에 업무 중 부상을 입어 입원했으나 인력 부족으로 완전히 회복하기 전에 다시 일터로 복귀해야 했습니다. 또한 이때 사망한 학생은 법적으로 금지된 야근을 많이 할 정도로 업무량이 많았으며 업무 공간에는 최소한의 안전 장치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2021년 여수에서는 요트 밑의 따개비를 따던 학생이 잠수 중 익사한 사고는 기본적인 잠수 장비조차 제공하지 않아 발생했습니다. 잠수 자격증은 커녕 수영도 할 줄 모르는 학생에게 일어난 사고였습니다. 이 역시 미성년자인 현장실습생이었으며 잠수 업무를 시키는 것 자체가 불법이었습니다.

현장실습생의 산재 사고의 원인의 복합적입니다. 학교의 무관심, 정부의 막무가내식 지침 변경, 현장실습생의 값싼 노동력을 착취하겠다는 기업의 입장,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안전 교육 등에서 비롯됩니다. 실습 참여 기관에서 현장실습 관련 법령 위반 및 지침을 미준수한 사례가 적발되는 경우는 굉장히 빈번합니다.

끊이지 않는 10대 청년들의 비극

지난달 전북자치도 전주시 한 제지공장에서 10대 작업자 A 군이 사망한 사고와 관련 4일 유가족이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사진 뉴스1
지난달 전북자치도 전주시 한 제지공장에서 10대 작업자 A 군이 사망한 사고와 관련 4일 유가족이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사진 뉴스1

지난 6월 16일 오전 전주시의 한 제지 공장에서 19살 청년이 혼자 기계 점검을 하다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피해자는 지난해 3개월간 해당 공장에서 특성화고 현장실습을 마친 뒤 졸업 후 정규직으로 채용되어 6개월째 근무 중이었습니다. 사망 원인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나 유족과 시민단체들은 2인 1조로 근무해야 할 현장에 혼자 근무하고 있었던 점을 꼬집었습니다.

이에 따라 안전 매뉴얼이 정확히 지켜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해당 사고는 교육부가 "직업계고 현장실습은 안전이 검증된 산업체에서 직업교육훈련을 받고 있다"면서 "직업계고 현장실습 안전사고 및 권익 침해 예방 및 조치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라고 밝힌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발생했습니다. 산재 사고가 여전히 줄어들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안심할 수 있는 일터를 위한 대책 방안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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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예방 설명회. ⓒ사진 서울시 제공, 뉴스
중대재해예방 설명회. ⓒ사진 서울시 제공, 뉴스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었습니다. 국회는 지난 2021년 사회적 파장과 여론의 요구를 수용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공포했고 2022년 1월 27부터 시행되고 있는데요. 기업의 안전보건 조치를 강화하고, 안전 투자를 확대하여 중대산업재해를 예방,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안전 및 보건 확보 4가지 조치 의무를 지키지 않아 사망 사고가 발생했을 시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노동자 사망 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벌금 10억 원 이하의 처벌을 받습니다. 해당 법안은 산업재해 발생을 실질적으로 제지해보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되었습니다.

해당 법이 예방하고자 하는 중대산업재해란 노무를 제공하는 자가 업무와 관계되는 건설물, 설비 등에 의하거나 작업 또는 업무로 인하여 발생하는 사망, 부상, 질병을 의미합니다. (① 사망자 발생 1명 이상, ② 부상자 2명 이상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 필요, ③ 직업성 질병자 3명 이상)

안전 및 보건 확보 4가지 조치 의무

1)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에 관한 조치
2) 재해 발생 시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및 이행에 관한 조치
3) 중앙행정기관 등이 관계 법령에 따라 시정 등을 명한 사항의 이행에 관한 조치
4) 안전·보건관계법령상 의무 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

현장 점검과 안전 수칙 준수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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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분기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는 총 138명으로 전년 동기 128명 대비 10명이 증가했습니다. 가장 사고 사망자 수가 많았던 업종은 64명으로 건설업이었으며 부딪힘, 깔림 및 뒤집힘에 의한 사고는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하였으나 떨어짐, 끼임, 맞음은 전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고 사망자가 증가한 것은 제조업 중심으로 경기 회복 흐름을 보임에 따라 관련 업종의 산업활동 증가 등과 맞물려 1분기 사고사망자 수가 증가한 경향으로 보여집니다. 이에 정부는 향후 사망사고가 감소세로 전환될 수 있도록 사고 다발 업종을 대상으로 집중 지도, 점검을 실시하는 정책 역량을 펼칠 계획입니다.

필수로 진행되는 안전 보건 교육

반도건설 외국인 근로자 품질시공 및 안전 교육 모습. ⓒ뉴시스
반도건설 외국인 근로자 품질시공 및 안전 교육 모습. ⓒ뉴시스

특히 작년 하반기부터는 근로자와 관리감독자의 채용과 정기교육 시 위험성평가에 관한 사항이 추가되었는데요. 이는 사업장 스스로 유해위험 요인을 파악하고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마련하고 실행하는 과정입니다. 이를 통해 산업현장의 안전의식은 더욱 강화될 예정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정부가 소규모 사업장 등에 대해 재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업종별 재해 예방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① 사고성재해 집중관리
-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재해통계 분석 결과 등을 바탕으로 선정한 고위험 사업장 또는 건설현장에 대한 기술지도와 위험성 평가 등을 지원
- 재해발생 위험이 높은 50인 미만의 제조 및 서비스업, 공사금액 1억원 미만 건설 현장 등을 대상으로 지원
- 민간재해예방기관의 컨설턴트가 방문해 위험요인을 개선하고 안전 능력이 향상될 수 있도록 지원

② 화학사고재해 집중관리
- 화재, 폭발 및 독성물질누출 등 중대산업사고 발생 고위험 설비 등에 대해 심사하고 공정안전보고서를 심사하고 확인
- 화재와 폭발 등 유해 위험물질 다량 취급 사업장과 고위험 화학제품 제조업에 대한 화학사고 예방을 위해 방문 기술지도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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