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명예회장 등 현대 오너 3부자가 경영에서손을 떼면 현대 주요 계열사의 살림을 누가 맡게 될지 관심이다.
정 명예회장은 31일 3부자 퇴진을 발표하면서 “필요하다면 외부에서 전문 경영인을 영입해 기업을 경영토록 하겠다”고 분명히 밝혀 현 경영진의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 주변에서는 주요 계열사의 복잡한 지분 관계나 오너 3부자의 퇴진이후 그룹 차원의 전략 조정 문제 등 현안을 감안하면 당분간 현 경영진의 잔류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우세하다.현대엘리베이터를 제외하고는 주요 계열사의 매각 일정이나 대상 등 구조조정계획이 명확치 않아 주요 계열사의 현 경영인들이 최소한 구조조정이 가시화될 때까지는 잔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의 주요 계열사는 전자와 건설, 자동차, 중공업, 금융·서비스 등 5개 소그룹.
각 사별 전문 경영인들로는 김윤규 현대건설 사장과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 이계안 현대자동차 사장, 박종섭 현대전자 사장, 조충휘 현대중공업 사장, 김충식 현대상선 사장, 이병규 현대백화점 사장 등이 꼽힌다.
김윤규 사장과 김충식 사장의 경우 정몽헌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더라도대북 사업을 이끌어야 하는 만큼 사업의 계속성과 중요성에 비춰 정 회장을 보필해야 할 필요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건설과 상선이 이번 현대 유동성 위기의 주범으로 떠오른 만큼 경영 부실에 대한 책임 논란일 가능성이 있어 양사 경영인의 거취가 다소 유동적이란 관측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출신으로 현대에 스카웃된 박종섭 현대전자 사장은 전문 경영인으로서 11조원의 부채 문제와 반도체·통신·LCD(액정표시장치)부문 투자 등 굵직한현안을 짊어지게 됐다.
외부 경영인으로의 조기 교체 여부로 가장 주목받는 인물로는 이익치 현대증권회장이 꼽힌다.
최근 유동성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정부 고위 인사나 금융계 쪽에서는 이 회장의경영 일선 퇴진 불가피론이 제기돼 온 게 사실이다.
현대가 소그룹별 분할 체제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금융 부문의 역할이 절대적인만큼 이 회장 체제로 위기 돌파가 가능하냐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이계안 사장은 대우차 입찰이 임박해 있고 그동안 현대자동차를 실질적으로 이끌어 온 점 등 때문에 ‘장수 경영인’으로 대접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문제는 현대 계열사의 주요 경영진이 잔류 가능성이 점쳐지고는 있으나 그룹 차원의 실질적인 조정 역할을 과연 누가 맡을 지가 관건이다.
오너일가가 경영일선에서 모두 물러나게 되면 현대에 그룹 조정자로 외부 인사가 등장하든 현 경영진에서 천거되든 관계없이 또한번 인사 태풍에 휘말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재계일각에서는 관측하고 있다.
고창호 minch@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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