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은행간 합병 정부가 리드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6.01 04:35

수정 2014.11.07 14:19


국제적인 은행의 대형화 추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미국, 일본, 유럽등 선진국에서는 대형 은행들의 합병이 자주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은행들간에 자발적인 합병이 이루어진 사례를 찾아 보기가 어렵다.지난 98년 IMF관리체제에서 정부는 10개 은행을 강제 정리한 후, 은행간 합병이 자발적으로 이루어 지기를 기대 해왔다.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희망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은행간 합병이 자발적으로 이루어 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왜 우리나라에서는 선진국에서 그렇게 자주 일어나는 은행간 합병이 일어나지 않는 것일까.선진국과는 달리 은행간 합병에서 오는 실익이 별로 없기 때문일까.그렇지는 않다.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나 교역규모가 세계에서 10위대에 들기 때문에 이수준에 맞는 대형은행, 그것도 국내금융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대형은행의 출현이 필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은행장들은 은행간 합병을 성사시키는데 꼭 필요한 책임과 권한이 없기 때문에 은행간 합병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은행합병은 책임과 권한을 가진 주인이 아니면 하기가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IMF 위기이후 대부분의 은행에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했기 때문에 몇개의 은행을 빼고는 정부가 대주주이며, 주주가 기업의 주인이라는 자본주의 원칙을 고려할 때 많은 은행의 주인은 사실상 정부다.
그렇다면 금융당국은 은행장들에게 은행간 합병을 미룰것이 아니라 당국 스스로 은행간 합병을 선도해야 된다고 본다.다시 말하면 정부가 대주주인 은행들중 경쟁력을 제고시키며 시너지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은행들을 선정하여 먼저 합병을 시켜야 한다.이것은 관치금융이 아니다.은행의 주인이 은행의 발전을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책무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정부 출자가 이루어진 은행을 합병등 경영정상화가 이루어 지기전에 민영화 하는 것은 좋은 방책이 아니다.현행법상 대주주의 은행지분이 4%로 제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산업자본은 은행을 소유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따라서 은행이 민영화 될 경우 불특정 다수에게 소액 주주 형식으로 매각되어, 사실상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대주주가 없게 된다.특정 경영주체가 없게되면 은행의 합병을 능동적으로 이끌어 나갈 주도 세력이 없어진다는 의미가 된다.그러면 은행의 합병은 다시 어렵게 될 것이다.관치금융이라는 비난을 두려워 하지말고 대주주인 정부가 책임감을 갖고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은행의 합병을 과감하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