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형제 다툼 재연되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6.01 04:35

수정 2014.11.07 14:19


‘MH는 Yes, MK는 No’

정몽헌(MH) 현대 회장은 1일 현대아산을 제외한 모든 계열사 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그러나 정몽구(MK) 회장은 동반퇴진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부친의 명을 거스른 적이 없던 몽구 회장의 반발은 부친인 정 명예회장에 대한 ‘항명’이라기 보다는 지난 3월 ‘왕자의 난’ 이래 촉발된 MH와의 경영권 분쟁의 연장선상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MK 왜 반발하나 = MK측은 우선 자동차 소그룹이 이달 중 현대그룹에서 분리하기로 예정돼 있는 만큼 자동차 소그룹의 전문경영인 입장에서 뛰겠다는 취지라고 강조한다.또 이번 사태가 현대투신.현대건설 부실에서 비롯됐으므로 MK는 아무런 상관도, 책임질 하등의 이유도 없다는 주장이다.또 사전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 발표 절차상 하자도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MK의 속내는 동반퇴진 선언이 MH측 가신그룹이 기획한 ‘작품’이 아니냐는 의혹에 근거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MK나 MH 모두 경영일선에서 물러나지만 MH는 남북경협 사업을 맡아 일정한 시간이 지난 뒤 여건이 조성되면 복귀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았기 때문이다.

반면 MH측은 퇴진 대상으로 거론돼 온 전문경영인들이 투신 부실 등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이같은 방안을 마련했다는 설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면서 몽구 회장측의 과민반응이라고 주장했다.특히 MH도 발표 내용을 사전에 전달받지 못해 당혹해 했으며,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됐던 기자회견이 15분 정도 늦춰진 점도 정 명예회장의 진의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향후 전망= MK는 이번에 확실히 자동차 경영권을 지켜내겠다고 ‘배수진’을 치고 있는 분위기다.지난번 경영권 분쟁때 MK와 MH의 대립은 정 명예회장의 교통정리로 해소됐지만 이번엔 양상이 사뭇 다른 분위기다.자칫 후계구도를 둘러싼 ‘제2의 왕자의 난’으로 이어지리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대 주변에서는 MK와 정 명예회장간의 지분대결로 치닫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그러나 현대 특유의 조직문화상 지분대결 양상보다는 정 명예회장이 다시 나서 MK-MH의 몫을 재정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용근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은 1일 “정몽구씨가 전문경영인의 자격이 있고 오너 일가의 내부적인 합의가 있다면 경영참여가 무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수 js333@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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