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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신시장 펀드부실 공개로 시장재편 가속화될 듯

차상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6.01 04:35

수정 2014.11.07 14:19


투신시장에 새로운 구조조정의 회오리가 몰아칠 전망이다.

지난 25일 금감원은 투신사들이 운용하고 있는 신탁재산 1백억원 이상 펀드의 부실을 비롯한 운용 내역을 6월말까지 공개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투신사들의 영업속사정이 투자자들의 심판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투신사들은 펀드에 포함된 채권 또는 기업어음(cp)의 신용평가등급과 부도 또는 준부도 채권의 금액 및 미상각잔액까지 망라한 펀드평가보고서를 금감원에 제출하고 투신협회는 이를 각사별로 비교 정리해 공시한다.

이에 따라 펀드내 부실규모가 너무 커 자체적으로 해소하지 못한 투신사는 투자자들의 불신을 받게 되고 시장원리에 따라 자동퇴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의 이번 펀드부실 공개는 내달 1일 채권싯가평가제의 본격실시를 앞두고 펀드운용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여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이다. 하지만 신설투신사를 비롯한 투신업계는 우려되는 파장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히 골머리를 앓는 쪽은 신설투신사이다.다수 주주로 구성된 주주구성상 증자를 통한 부실해소도 여의치 않은 마당에 투자자들에게 부실부분이 여과없이 공개될 경우 자금이탈로 이어지고 결국 구조조정으로 자연스레 흘러갈 것이라는 하소연이다.

고유계정이 없는 신설사의 경우 대한투신 등 기존 3사 처럼 펀드의 부실을 고유계정으로 가져와서 클린화시킬 수도 없다.이들 신설사는 당국이 지난 98년 부실펀드 크린화를 유도하자 펀드수익에서 부실부분을 상각해왔다.그러나 치열한 수탁고 경쟁과 엄청난 부실때문에 계속된 독려에도 아직 상당한 부실을 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설사는 결국 증자를 하거나 현행 300억원으로 제한된 자본금을 동원, 부실부분을 해소할 수 밖에 없다.

투신업계관계자는 “펀드운용실태가 공개되면 우량,비우량사간 우열이 확연히 드러나고 이럴 경우 시장원리에 의한 퇴출과 생존이 자연스레 결정될 것이며 수익증권의 크린화도 동반돼장기적으로 업계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증자 등 자구방안도 제시하지 않은채 펀드운용 실태만 공개한다면 최근의 증시 혼돈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찮다.

최근의 환매사태로 궁지에 몰린 투신업계가 펀드 부실상황 공개라는 직격탄까지 맞으면 몇몇 부실투신사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투신권 전체에 그 파장이 미친다는 설명이다.투자자의 불신과 이어지는 자금이탈로 증시와 자금시장은 엄청난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업계관계자는 “투신권의 자금이탈은 신용경색 심화로 이어져 증시혼란뿐만 아니라 기업부도 위험까지도 연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차상근 csky@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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