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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증폭이 소그룹 분리에 촉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6.02 04:36

수정 2014.11.07 14:19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현대 정주영 명예회장 일가의 경영권 다툼이 현대차 소그룹 출범을 가속화할 전망이다.업계 관계자들은 “형제간 다툼이 자동차 소그룹의 계열 분리를 앞당기는 촉매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해외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도 한층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계열 분리= 현대차는 다음주중 계열 분리를 신청할 계획이다.하루라도 빨리 그룹에서 분리, 독자 노선의 길을 걷겠다는 행보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 명예회장이 현대건설 이사에서 물러나면 3% 동일인 한도가 해소돼 계열 분리 작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현대건설의 현대차 지분은 정 명예회장의 6.8%를 포함한 9.6%로 계열분리 조건인 동일인한도 3%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자본 등 전략적 제휴 가속도=현대차는 그 어느때보다 위기감에 쌓여 있다.지난 4월 르노가 삼성차를 인수해 안방에 진출해있고 일본 업체 역시 국내시장 잠식을 위한 채비를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특히 세계 1, 2위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가 대우차 인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 회장으로서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자 할 것이다.해외 유수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성사시킨다면 현대차와 자신의 입지를 동시에 강화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조직력 강화 효과=정 회장이 현대차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기존 현대차 인력들의 불만도 커져갔다.현대정공과 현대차써비스 출신이 현대차와 기아차로 지속적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이번 형제간 갈등은 현대차 소그룹의 조직력을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현대차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출신’ 보다는 ‘현대차 직원’이라는 점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걸림돌은 없나= 여론을 등에 업은 정부가 정 명예회장 등 현대오너 일가 퇴진을 계기로 대기업집단 개혁을 포함한 2단계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용근 금융감독위원장은 1일 “경영투명성 제고, 지배구조 획기적 개선, 순환출자 억제 등을 포함한 기업 구조개혁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도 현대 오너퇴진 발표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계열사간 우회대출 등을 통한 자금지원을 철저히 차단해 개별 회사 문제가 그룹 전체로 파급되는 것을 막겠다”고 강조했다.

또 현대차로서는지분문제에 상당히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특정 세력에 의한 인수합병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경영권 유지에 차질이 없는 범위내에서 해외업체와 제휴한다는 방침이어서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내부에서는 제기되고 있다.

정몽구 회장의 반란이 시작된 지난 1일 11800원에서 시작한 현대차 주가가 2일 오후 2시 현재 상한가인 13800원까지 급등, 현대차 안정지분확보와 방어를 위한 형제간 경쟁이 시작된 것이 아닌가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정몽구 회장의 ‘반란’이 과연 성공으로 이어질 지는 현재로서 지켜 볼 일이다.

/김종수 js333@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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