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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합리적인 정책의 발상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6.05 04:36

수정 2014.11.07 14:19


전문 경영인체제를 도입하려는 정부의 의도는 좋지만 그 방법에 있어서는 너무 조급하여 일을 오히려 그르칠까 염려가 된다. 이기호 경제수석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는 기업에게는 금융기관 대출시 우대금리를 적용하게 하거나 세제혜택을 주는 등 다각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재벌들의 독단적이고 비합리적인 경영관행과 외형위주의 팽창경영으로 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는 과정에서, 재벌 2세들이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고, 방만한 경영으로 금융시장을 여전히 불안하게 하고 국가의 신인도를 떨어뜨리고 있으니 지배구조를 선진화하고 능력있는 전문경영체제가 정착되게 하는 것은 한국경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과제이다.

그러나 전문경영체제의 도입이 아무리 시급한 과제라 해도 합리적이지 못하거나 형평에 맞지 않는 정책수단을 동원해서는 효과를 얻을 수 없다고 본다.
금융기관 대출시 우대금리를 적용하게 하거나 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발상은 결코 좋은 정책이 되지 못한다.

원칙적으로 금융기관의 대출금리는 기업의 신용도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것이지 전문경영인이 경영한다고 우대금리를 적용할 수는 없는 것이다.

기업의 신용도를 분석할 때, 경영자의 자질과 능력은 고려하지만 전문경영인이라고 경영자의 자질과 능력이 무조건 우수하다고 판단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한다고 그 경영자의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대금리를 적용할 수는 없는 것이다.반대로 오너 경영자라 해도 자질과 능력이 있으면 기업의 신용도는 올라가는 것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했다고 세제상 혜택을 준다면 형평의 원리에 크게 벗어나는 정책이 될 것이다. 문제는 오너경영이냐 전문인 경영이냐를 획일적으로 구분할 게 아니고 경영능력이 없는 사람은 기업경영에서 퇴진할 수밖에 없도록 시장의 기능이 작용하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시급한 일이다.

적대적 기업인수와 합병이 활성화 되도록 하여 무능한 2세 경영자나 세습 경영자가 최고의 자리에 앉아 있기 어렵게 만들고, 기관투자가들이 주주로서의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하여 오너 경영자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이나 인사권 행사에 제동을 걸 수 있도록 하며,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경영자나 경영에 실패한 자는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철저하게 지도록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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