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시중은행 자기자본 확충 비상

이영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6.22 04:41

수정 2014.11.07 14:15


한때 날개 돋친듯 팔리던 시중은행의 후순위채권의 판매가 시들해져 은행들마다 자기자본 확충에 비상이 걸렸다.

이달들어 후순위채권 판매는 발매 10일이 지나도록 목표의 절반을 메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3월까지만해도 물량을 늘려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던 점에 비춰보면 이상할 정도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건전 자본확충을 통해 반기 결산실적과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고 합병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던 당초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됐다.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 12일부터 3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을 판매하고 있지만 21일 현재 720억원어치가 팔린 상태다.목표액 기준으로 24%에 불과하다.

주택은행도 12일부터 3000억원어치를 시장에 내놨지만 1700억원가량이 팔렸다.

이 은행 관계자는 “대부분의 은행들이 올초부터 앞다퉈 후순위채권 판매에 나서면서 물량이 과잉공급돼 이같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4월과 5월 두차례 후순위채권을 발행한 농협도 당초 목표의 80~90% 800억원과 250억원어치를 파는데 그쳤다.

고수익 채권으로 인기를 모았던 후순위채권이 갑자기 판로를 잃고 있는 것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3월12일 2000억원의 후순위채권을 발행했을 때 당일 5시간반만에 물량을 모두 팔아치웠고, 한미-국민-신한-한빛 등 대부분의 은행들도 1000억원에서 3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 판매를 무리없이 매듭지은 바 있다.


그러나 6월 반기결산을 앞두고 후순위채 발행을 통한 자기자본 확충에 기대를 걸었던 시중은행들은 상황이 급변하자 하반기 계획을 수정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빛은행 관계자는 “최근 후순위채권 판매실적이 부진한 것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당분간 무리하게 후순위채권 발행에 나서는 은행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조흥은행 관계자는 “많은 은행들이 올해 3~4 차례의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자본확충과 BIS 비율 관리를 계획하고 있다”며 “이에 차질이 생길 경우 대외 신인도 제고 등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규 ykyi@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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