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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입체진단1] 금융구조조정의 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6.22 04:41

수정 2014.11.07 14:15


베일에 가려져 있던 정부의 새로운 금융기관 합병방향이 드디어 윤곽을 드러냈다.

이용근 위원장이 22일 밝힌 정부의 금융산업 2차구조조정의 골격은 금융지주회사제도의 도입과 함께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형 은행과 보험회사등 제 1,2금융권 대형 금융기관을 동시에 묶은 후 다시 도매와 소매 전담은행,국제업무 전담은행 등으로 재편한다는 것이다.
금융기관의 대형화와 은행·보험 겸업주의 실현이라는 우리 금융산업의 두가지 당면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절묘한 해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같은 발언은 향후 금융권 구조조정에 적지않은 파장을 몰고올 전망이다.
물론 이위원장은 정부가 주도하는 합병작업과 관련,공적자금 투입기관인 조흥,한빛은행 등 한곳에 국한될 것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또 다른 은행과 금융기관의 합병추진여부는 전적으로 자율에 맡기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다시한번 되풀이했다.

그러나 대형은행과 대형보험사를 비롯한 여러형태의 금융기관을 동일 지주회사밑에 한 데 묶어 명실상부한 금융겸업화를 실현할 경우 그동안 합병을 망설였던 각 금융기관들의 태도에도 적지않은 변화가 일어날 수 밖에 없다.
정부가 공적자금이 투입된 2개 은행과 생보사를 등장시켜 벌이는 이종 기관간 합병방식이 다른 금융기관들에게는 교과서적인 합병 모델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같은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 경우 굳이 강제적 압력을 가하지 않더라도 우량,비우량 금융기관 할 것없이 생존을 위한 특단의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상황에 따라서 새로운 제2,제3의 대형 겸업금융기관이 잇따라 탄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각 금융기관은 동종기관간은 물론 서로 다른 업종의 기관끼리 지주회사 방식으로 짝짓기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금융감독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일단 정부주도의 대형 합병작업이 성사돼 위력을 발휘하게 될 경우 다른 우량은행들조차도 긴장의 강도를 높이게 될 것이며 결국은 더욱 적극적인 변신의 몸부림을 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위원장은 또 그동안 금융겸업화의 걸림돌이 돼 온 공정거래법상의 문제점 해소를 위해서라도 금융지주회사제도도입을 서두를 것이며 나아가 비은행 금융전업그룹의 성장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강조,정부가 일정한 계기만 마련해주면 금융권의 판도변화가 급속도로 진행될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의지가 관철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바닥난 공적자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하는 점이 가장 큰 난제다.공적자금이 필요할 때마다 기존 투입자금을 회수하거나 차입을 통해 해결한다지만 돈 쓸 곳이 한두 곳이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더이상 우회하지 말고 정공법을 통한 공적자금 추가조성 문제를 공론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뿐만 아니다.서울은행과 외환은행 등 다른 공적자금 투입은행에 대해서는 위탁경영 또는 외국인대주주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일단 합병대상에서 무조건 제외키로 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일부은행만의 경쟁력 회생은 금융불안의 근본적인 치유책이 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문제있는 금융기관들에 대해서는 예외없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끝내야만 금융시장 불안요인도 조기 해소될 것이라는 게 금융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 fncws@fnnews.com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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