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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입체진단1] '복합합병' 태풍…초대형 금융그룹 나온다

김영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6.22 04:41

수정 2014.11.07 14:15


금융권은 한빛은행-조흥은행-대한생명 등 3개 금융기관간 합병 방침을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1, 2금융권이 제각각 같은 금융권 안에서 생존전략을 모색하던 기존의 구조조정 방식이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금융기관들은 이제부터 1, 2금융권이 서로 벽을 허물고, 은행 보험 종금사 등이 한데 어우러져 이합집산하는 대대적인 복합 합병의 태풍이 몰려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초대형 종합 금융그룹이 탄생한다=한빛-조흥-외환 등 공적자금 투입은행간 합병방식에서 외환은행이 빠지는 대신 생명보험 업계 3위인 대한생명이 합류함에 따라 국내에서는 대형은행과 대형보험사를 하나의 지주회사로 묶은 초대형 종합금융그룹이 탄생하게 됐다. 대한생명 역시 정부가 지난해 11월 공적자금을 투입해 경영권을 장악한 만큼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이 가능한 상태다.

이같은 은행-보험간 통합에 대해 관련 금융기관들은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한빛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에서 한빛-조흥-외환은행이 합치는 것보다는 한빛-조흥만 합치는 것이 합리적이며, 인력과 조직의 감축규모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흥은행 고위 임원은 “한빛-조흥-외환이 합칠 경우 국내 100대 그룹중 70~80%가 한 은행과 거래하는 비정상적인 결과가 빚어진다”며 “애초부터 3개 은행을 합치는 것은 무리였다”고 말했다.

합병대상에서 극적으로 빠진 외환은행도 ‘원하던 바’였다는 반응이다. 외환은행 고위 임원은 “1대 주주인 코메르츠방크와 협의해 우선 독자적인 경영정상화에 주력하면서 주도적인 합병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1,2금융권간 복합합병 가속화된다= 김근배 마스타카드코리아사장은 “실현가능성을 떠나 현재 그려볼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합병은 국민은행과 삼성생명,주택은행과 교보생명이 합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겸업화와 유니버설뱅킹(종합금융)이 세계적인 대세임을 감안할 때 은행은 은행끼리,보험은 보험끼리 살길을 모색하는 식의 단순합병은 큰 잘못이라는 것이다.

금융계는 은행권의 최대 합병주체인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향후 합병전략도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양대 은행은 하나-한미 등 중견 우량은행과의 합병을 추진하는 동시에 보험사와 종금사 등도 지주회사라는 우산 밑에 두기 위한 파상적인 합병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소매금융에 집중된 이들은 종금사를 끌어들여 기업금융에 특화된 투자은행으로 키울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상태다.

외환은행 역시 독자적인 합병 협상력을 갖추고 당분간 독자적인 종금금융그룹을 지향하거나 국민이나 주택은행과 대합병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독자생존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신한은행은 이미 순수 지주회사 아래 7개 금융계열사를 거느린 종합금융그룹으로 발전하겠다는 마스터플랜을 밝힌 바 있다.

절박한 생존위기에 몰린 종금사들의 행보도 매우 빨라질 전망이다.
종금사들은 중앙종금-제주은행간 합병처럼 이종업종간 대등합병 뿐 아니라 대형은행이나 대형증권사가 추진중인 강력한 합병공세에 보다 적극적으로 화답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권 kyk@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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