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학동까지 휩쓰는 인터넷 혁명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6.23 04:41

수정 2014.11.07 14:14


23일 창간된 ‘파이낸셜 뉴스’의 ‘디지털 혁명’ 섹션 1면에 실린 색다른 사진 한장은 미소와 함께 적지않은 충격을 느끼게 한다.

정자관에 도포차림으로 컴퓨터를 조작하고 있는 긴 수염의 훈장 앞에 댕기 머리 학동들이 둘러앉아 있는 이 사진은 지리산 청학동도 IT바람 앞에는 예외가 될 수가 없음을 보여준다. 지리산 청학동은 조선시대 차림의 주민들이 사서삼경으로 2세를 교육하면서 ‘그들만의 현대’를 굳게 지켜 온 ‘현대문명의 오지’로 알려진 곳이다.

그러나 청학동의 서당 8곳이 ‘홈 페이지’를 운영하는 한편으로 인터넷 방송을 통해 동영상을 서비스하는 서당까지 등장했다는 사실은 청학동이 더 이상 ‘현대문명의 오지’가 아니며 ‘그들만의 현대’에 칩거해 온 주민들도 이제 ‘우리의 현대’에 동참하게 되었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이처럼 100년 이상 굳게 지켜온 ‘조선시대’를 어느 한순간에 21세기로 옮겨놓은 것은 하나의 기적이며 그것은 IT혁명이 있었기 때문에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IT혁명은 청학동뿐만 아니라 이 시대 자체와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사람에게 변혁을 요구하고 있다.
경제와 산업 역시 예외가 될 수가 없음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청학동 사진’과 때를 같이 하여 일본정부가 발표한 ‘아시아 경제백서’는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아시아 12개국 IT수준을 비교하고 있다. 여기에 따르면 한국은 IT관련기기 생산수준을 나타내는 산출지표와 인터넷 전자상거래를 나타내는 기반지수에서는 중간 수준인 6위에 머문 반면 대학진학률,특허출원건수등 지식지표에서는 미국과 일본에 이어 3위에 올라 있어 앞으로 ‘IT혁명’에 따른 ‘신경제’로의 이행이 급속도로 진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IT혁명이 확산되면 될수록 거기에 뒤쳐지는 계층 역시 늘어날 것이라는 점, 그리고 정보화의 역기능 역시 확산 된다는 점이다.
이미 이른바 ‘사이버 대화방’에 넘쳐나고 있는 언어 왜곡현상은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음을 보고 있다. IT관련 경제 지표에서 비교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현대문명의 오지’ 청학동에 까지 휘몰아치고 있는 IT바람의 방향을 순기능으로 집중시키는 대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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