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배 구조 개선안 문제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6.23 04:41

수정 2014.11.07 14:14


법무부가 용역기관에 의뢰하여 만든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권고안은 경영의 투명성 확보나 소액 주주의 권익 보호라는 측면에서 매우 진보적인 선진제도를 다수 반영한 획기적인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 권고안은 적지 않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어 당장 우리 현실에 적용 하기엔 큰 부작용이 우려 되고 있다.

현 지배구조의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 된다. 첫째, 일부 경영자가 소수의 지분을 소유하면서도 계열 기업 간의 상호출자를 통하여 거대한 기업집단을 지배한다는 점이다. 둘째, 기업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를 통제할 견제장치가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다. 셋째는 소액주주의 권익이 거의 방치되어 왔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우리 정부가 과거에 대기업 중심의 성장전략을 선택함으로써, 창업자 및 경영자에게 기업 성장에 필요한 기업가 정신을 고취시키면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에 법무부가 마련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 권고안은 이와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는 정도를 넘어, 경영권에 대한 통제 장치가 지나치게 강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우선 문제가 있다.
경영자를 통제하기 위해 소액주주에게 부여된 대표소송제는 소송 자격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하여 한 주만 가지고 있어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함으로써, 자칫 기업 발전에 필수적인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오히려 소송자격을 실질적인 이해관계를 가질 정도의 지분을 소유한 주주로 한정하는 것이 불필요한 소송의 남발과 경영활동의 위축을 피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일 것이다.

이사회가 주주의 비례대표성을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집중투표제의 의무적 도입은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소액주주의 집중투표제의 실효성을 높이고 적대적 M&A를 활성화하기 위하여 도입된 이사의 시차임기제 금지는 이사들의 임기가 동일해야하며 한 이사를 해임하면 다른 이사도 동시에 해임하게 함으로써 경영활동의 연속성을 저해하는 급진적인 조항이라고 판단된다.


현재 정부에 의해서 주도되고 있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경영의 창의성과 효율성 그리고 책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어느 한 쪽으로 지나치게 편중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가 이상적인 선진형 지배구조를 도입한다 할지라도, 부실과 비효율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던 관치금융과 정경유착에 의한 투자재원의 비효율적인 배분을 개선하지 않고, 경제관련 법규를 엄정히 집행하는 법치주의의 확립이 병행되지 않는 한 실질적인 지배구조의 개선은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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