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창간특집] 사이버금융 문제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6.25 04:42

수정 2014.11.07 14:14


사이버 금융이 금융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고 있다.하지만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는 법.사이버 금융의 문제점도 만만치 않다.전문가들은 이 문제점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사이버 금융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

해킹 프로그램을 이용해 다른 사람의 계좌에 있는 돈을 인출해 가는 사건이나 아주 소액의 돈을 다수의 계좌에서 빼내는 수법은 이미 잘 알려진 사례다.업무 관련 기술자를 가장한 외부인이 은행에 도청 장치를 설치,고객의 폰뱅킹 비밀번호를 빼내가는 일도 있었다.

이같은 전자 금융의 보안문제와 함께 온라인을 통한 과도한 거래 등이 사이버 금융의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개인 패스워드 관리부터 문제=사이버 금융 고객의 패스워드는 다양한 방법으로 유출될 수 있다.

해킹 프로그램을 이용한 불법 인출 사례가 대표적인 예다. 피의자가 전자우편으로 해킹 프로그램을 전송,고객의 키보드 입력 내용을 기억해 뒀다가 피해자가 모르는 사이에 예금을 인출해 가는 방법이다.

해킹 침투를 방지하기 위해 일부 금융기관은 난수표 형태의 복수 암호체계를 사용한다.고객들이 인터넷을 이용해 거래할 때마다 다른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되기 때문에 과거의 정보를 이용하는 해킹 프로그램의 침투를 막아준다. 그러나 난수표 휴대에 따른 불편함 때문에 상당수 금융기관들은 이런 방식을 꺼리고 있다.

대부분 금융기관들이 1000만원 이상 거래에만 보안카드의 암호 확인을 받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1000만원 이하일 경우에는 한 가지 암호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해킹 프로그램의 침투가 쉽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금융기관 중 은행이 타 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안상태가 우량하다”며 “패스워드 해킹프로그램 방지 등과 관련한 개인 차원의 보안관리만 제대로 되면 시스템 자체의 안전도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증권사 서버 보완 시급=금감원 정보기술검사국 관계자는 “지난해 1월 이후 인터넷 보안 기준을 적용한 결과 사이버 금융 보안 실태는 많이 개선됐다”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그러나 “98년 이전에 개발된 시스템을 활용하는 증권사들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금감원이 지난 5월 10대 주요 증권사를 선정,인터넷 보안시스템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결과 공통적인 문제점이 상당히 드러난 것으로 확인됐다.보안 문제의 핵심은 패스워드와 같은 암호관련 부분 외에 매 거래마다 인증 절차를 강화하는 것이다.이와 관련,금감원은 금융기관들로 하여금 금융결제원과 한국증권전산 등 공인 인증기관을 활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일중거래 급증에 따른 증권시장 왜곡=사이버 주식거래는 투자자들에게 신속한 거래를 가능하게 해주는 장점이 있지만 지나치게 단타 위주의 투자 패턴에 집착하게 만들어 종합주가지수의 등락을 심화시키는 등 증권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등장했다.


올들어 일중거래(Day Trading) 비중은 전체 거래량 중 35% 수준에 이르고 있다.

사이버 증권거래의 속성상 전문가의 조언을 들을 수도 없어 일중거래의 상당부분은 당일치기 형태를 띠고 있다.증권거래소 분석에 따르면 데이트레이딩 비중이 높은 종목일수록 주가의 등락도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지나친 ‘단타치기’로 인해 증권시장이 기업자금 조달이란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투기장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김경신 대유리젠트증권 이사는 “사이버금융 활성화와 함께 데이트레이딩이 늘면서 사소한 악재에도 주가 하락폭이 과대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김이사는 “단기차익만을 목표로 하는 투자자는 주식투자자가 아니라 주식 ‘게이머(Gamer)’에 가깝다”며 “주식 장기보유자에게 혜택을 주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발없는 말이 천리 가는 인터넷=얼마 전 현대그룹 자금악화 관련 보고자료를 자체 인터넷사이트에 올려 동양증권이 금감원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것은 소문에 취약한 인터넷금융시장의 속성을 단적으로 보여준 케이스였다.
인터넷의 발달은 주식시장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가 걸러지지 않은 채 사이트에 올려져 수초 만에 전국으로 퍼져나가게 만들어 버렸다.


인터넷에서 제공되는 정보의 홍수 속에 투자자들이 우량정보를 골라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자극적인 제목에 우선 클릭하는 네티즌들의 속성은 ‘나쁜 소식’일수록 빨리 전달되게 만들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증권업계에서는 투자자를 위한 홍보 및 교육강화와 함께 감독기관의 감시강화 등과 같은 원론적 대안 이상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 kschang@fnnews.com 장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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