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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신권 '폭풍전야'…이번주가 투신사의 중대고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6.25 04:42

수정 2014.11.07 14:13


100억원 이상 펀드 부실내역이 공개되고 채권시가평가제가 본격 시행되는 이번 주가 투신권 앞날을 가늠하는 중대고비가 될 전망이다.

주초인 27일쯤 펀드에 편입돼 있는 부실자산 규모가 낱낱이 드러난다.또 다음달 1일부터 채권시가평가제가 확대 시행된다.대우사태 이후 시작된 투신권 구조조정 결과가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투신사들은 고객재산인 펀드에서 부실자산을 솎아내는 ‘펀드클린화’작업을 지속해 왔다.펀드부실을 자체상각하거나 부실자산을 묶어 후순위채(CBO)를 발행,신용보강을 거친후 후순위채 펀드에 편입시켰다.

그러나 시장에 대한 불신의 골이 워낙 깊은 터라 고객들의 반응 또한 그리 낙관적이지는 않은 편이다.

◇채권시가평가 확대시행=채권시가평가제를 앞두고 투신사들이 고민하는 부분은 채권형 펀드가 앞으로는 원본보전 상품에서실적배당상품으로 바뀐다는 점이다.

따라서 채권시가평가제 이후 고객들이 가입하는 펀드는 실적배당 원칙을 따르기 때문에 금리변동여부에 따라 원금손실가능성이 다분해질 수 있다.원금보전이라는 기본적인 안전 장치가 없는 펀드에 대해 과연 투자자들을 얼마만큼 설득할 수 있느냐가 투신사의 고민거리다.

지난 22일 현재 투신권에서 이미 채권시가평가가 적용되는 펀드는 64조9000억원으로전체 판매잔고 100조7000억원의 64.4%에 이르고 있다.이중 채권형 펀드를 보면 전체판매 잔고 36조4000억원 중 9조3000억원이 시가평가펀드며,나머지 27조1000억원 중 금융기관을 제외한 개인과 법인 가입분은 2조원에 지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채권시가평가를 기피해 이탈한다 해도 투신권에서의 대량 환매 사태가 발생할 공산은 높지 않은 편으로 투신사들은 보고 있다.이와함께 초단기공사채펀드(MMF)는 장부가평가를 계속유지하고 적립형 펀드도 7월1일 이후의 적립분만 시가평가에 포함되기 때문에 급박한 충격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투신사 관계자들은 “만기매칭,우량채권편입,금리선물 등 펀드의 안정적 운용으로 원금손실 가능성은 낮다”고 강조하고 있다.

◇펀드 부실내역 공개=당초 20일 공개예정이었던 펀드부실자산에는 투신업법상 부도,법정관리,화의,청산진행중 기업 등의 부도채권과 워크아웃기업을 의미하는 준부도채권이 포함돼 있다.각각의 부실자산에 대해 상각처리 규모와 부실자산을 고유계정으로 넘겼을 경우 이를 처리하는 방법도 밝혀진다.

금융감독원이 투신사의 부실자산 공개에 앞서 특별검사를 실시했고 회계법인도 부실자산 상각비율의 적정성 여부를 검토했기 때문에 공개의 투명성을 어느 정도 확보된 셈이다.

다행히 25개 투신(운용)사의 부실자산 규모는 1조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판단은 투자자의 몫=투신사들이 이같이 부실자산을 공개하고 채권시가평가제를 실시한다고 당장 고객들의 시각이 낙관적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그만큼 투신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었기 때문이다.

채권시가평가제 이후 배당은 고사하고라도 원금보전조차 보장되지 않은 공사채형 펀드에 대해 고객들이 얼마나 호감을 가지겠느냐는 점은 투자자와 투신권이 동시에 안고 있는 아킬레스건이다.가뜩이나 시장이 불안한데 최소한의 안전핀 역할을 해온 원금보장마저 무너진 펀드에 대해 투자자들이 선뜻 발길을 들여 놓겠느냐는 점이다. 이와함께 부실자산 처리 과정도 투자자들에겐 탐탁지 않은 부분이다.

대형투신사들은 고객펀드에 들어 있던 부실자산을 페이퍼컴퍼니인 자산유동화특별법인(SPC)에 매각,채권담보부증권(CBO)를 발행하고 담보가치가 없는 후순위채에 편입시켰다.

투신사들은 후순위채에 대해서도 고유계정에서 현금예탁이나 풋옵션으로 신용보강을 거쳤기 때문에 부실위험이 완전히 제거됐고 부실위험을 고유계정이 떠안게 돼 고객의 부담은 거의 없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기존의 고객들은 펀드내 부실이 청소돼 문제가 없다 치더라도 후순위채펀드에 가입하는 투자자들이 이를 액면 그대로 믿어 줄것인가 하는 점이다.

결국 공개이후 부실자산이 많거나 상대적으로 상각비율은 낮으면서도 대주주가 부실 책임을 지지 않은 투신사들은 시장에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mkpark@fnnews.com 박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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