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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시장 이번주 최대고비

김영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6.25 04:42

수정 2014.11.07 14:13


극도로 경색된 자금시장이 이번주 최대고비를 맞는다.

금융권 부실내역 공개,채권시가평가제 실시,은행 반기결산,종금사 자산실사,채권펀드 가동 등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만한 대형 변수들이 이번주에 집중돼 있다. 이에 따라 은행-투신-종금 등 금융권은 물론 금융당국과 기업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이번주를 무사히 넘기고 시장불안이 진정되는 쪽으로 움직일 경우 한숨을 돌릴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금융위기가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장불안의 최대 진원지인 투신권은 중요한 기로에 선다. 주초인 26∼27일께 100억원 이상 모든 펀드에 들어있는 부실자산 명세가 샅샅이 공개되고 주말인 다음달 1일에는 채권시가평가 확대시행된다.
투신권의 모든 부실을 드러내고 이를 솎아내는 ‘클린화 작업’이 시장에서 신뢰를 얻을 경우 투신사들은 회생의 전기를 맞을 수 있다.

채권시가평가제는 펀드에 들어있는 채권을 장부가(매입가)가 아닌 그날그날의 시가로 평가해 펀드 기준가격을 산정하는 제도. 따라서 투자자들은 채권형 펀드가 ‘원본보전’ 상품이 아닌 ‘실적배당상품’이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게 된다. 이같은 인식변화가 채권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할 경우 투신사 자금 이탈은 예상보다 훨씬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주 반기결산을 마무리하는 은행들의 향후 행보도 핵심 관심사다. 은행들은 투신-종금을 이탈한 자금이 물밀듯 몰려들고 있는데도 반기결산 실적을 의식해 이달들어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인수와 기업대출을 외면해왔다. 위험자산 가중치가 높아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낮추게 되는 식의 자산운용을 최대한 피한 것이다. 은행들은 이달말 반기결산을 마치면 그동안 미뤄온 거액대출 등을 재개할 예정이다. 그러나 기업들의 신용상황이 양극화된 상황이고,우량기업들은 자금수요가 많지 않아 은행이 과감히 대출문턱을 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종금사들은 이번주부터 퇴출-합병 등 구조조정의 급류를 타게 된다. 종금사 역시 곧 부실내역을 공개하고,다음달 금융당국의 자산실사를 받게 된다. 부실규모가 크고,이를 개선할 능력이 부족한 3∼4개 종금사는 예금보험공사에 인수돼 사실상 퇴출 운명을 맞게 된다. 이에 따라 종금사들은 얼마 안되는 CP 매입영업까지 완전 중단한 채 6월말 BIS 비율 높이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태. 이 여파로 일부 종금사들은 자금 유동성이 위태로운데도 BIS 비율은 20%를 넘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종금사들이 이번주부터 생존전략을 보다 구체화하고 합병-제휴 등 변신작업을 가속화할 경우 시장의 불확실성 자체는 다시 진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정부가 은행들에게 종금사 지원을 강력 요청해도 은행들은 이에 잘 응하지 않고 있어 종금사 자금난이 쉽게 풀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1일 가동하는 10조원 규모의 채권펀드는 회사채와 CP 매입수요를 확충하는 호재다. 은행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펀드가 본격 가동되면 다급한 시장경색 국면을 타개하는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10조원 정도로는 적체된 회사채와 CP 물량을 소화해 내기 역부족일 것으로 보여 약효가 얼마니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 kyk@fnnews.com 김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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