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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만큼 성숙해지나…386의원 광주술판사건 후 한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6.26 04:42

수정 2014.11.07 14:13


“누가 아픈만큼 성숙해진다고 했던가”
민주당의 386초?재선의원들의 광주 술판사건이 인터넷과 언론을 통해 공개된후 26일로 꼭 한 달을 맞았다. 사건직후 익명성을 이용한 일부 네티즌들의 과장·왜곡이 사건을 증폭시킨 것으로 밝혀지긴 했지만 이들 젊은 의원들은 지난 한달간 차갑기만한 시선과 비난여론을 온몸으로 견뎌야만 했다.

이들 모임을 주선한 것으로 알려진 김태홍의원은 “말로만 듣던 ‘사지가 끊어지는 아픔’을 그때 처음 경험했다”며 “그 자리에 참석한 후배 의원들에 대한 미안함 만큼이나 언론의 상업적 보도행태에 대한 실망도 컸다”고 토로했다.

창조적 개혁연대 송영길 간사는 “지난 한달동안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경험할 수 있었다”며 “그 사건을 계기로 공인으로서 갖춰야할 도덕성 기준에 대해 수많은 고민과 토론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술자리에 동석했다가 의원들과 함께 언론에 질타당한 박노해 시인은 2주간의 삭발단식 끝에 ‘조용히 몸을 말리며’라는 자아성찰적 시를 지어 지인들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이들 주인공들은 이중적 흑백논리가 광주 술판을 사실 이상으로 매도했더라도 결코 자신들의 신중치 못한 행동이 정당화될 수 없다는데 의견을 함께하고 그 동안 반성과 근신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사건이후 일부 언론의 사실관계 규명작업과 선정주의적 보도행태에 대한 자기반성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 같은 노력이 사건의 진실규명에 적잖게 도움이 된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사건을 인터넷에 처음 올린 임수경씨는 언론보도이후 기자회견을 자청,“당초 올렸던 글과 인터넷 상에 떠도는 글은 분명히 다르다”며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왜곡됐음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던 김민석 의원은 왜곡된 사실을 변명하기 보다는 ‘진실은 언젠가 밝혀진다’며 다른 의원들에게도 근신하는 자세를 당부,오히려 당사자들로부터 두터운 신뢰감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때 386대표자격의 최고위원 출마를 검토 중이다.

당시 광주에 함께 내려갔으나 술자리에는 참석하지 않은 임종석 의원은 “제도권 정치에 입문한 뒤 정치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큰 당혹감을 느꼈다”며 “그 사건이 더이상 동료의원들의 개혁적 의정활동의 발목을 잡는 덜미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 pch@fnnews.com 박치형

pch@fnnews.com 박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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