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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세탁 국가, 오명 벗으려 안간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6.26 04:42

수정 2014.11.07 14:12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의해 최근 ‘세금도피처’(Tax Haven)로 낙인찍힌 15개국이 오명을 벗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OECD 산하 금융행위대책반(FATF)은 지난 22일 리히텐슈타인·버뮤다·산마리노·키프로스 등 15개국을 돈세탁 온상으로 블랙리스트에 올려 국제적 망신을 주었다.

하지만 사실 이들 국가는 OECD 발표 이전부터 조세 투명성을 확보하고 오는 2005년까지 음성적 경제구조를 완전히 쇄신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리히텐슈타인은 국제사회의 각종 경제제재를 피하기 위해 외국 사법당국과의 공조를 다지면서 금융권 및 돈세탁에 대한 감독을 강화키로 했다.한스-아담 2세 리히텐슈타인 왕자는 금융 감독기능 강화의 일환으로 탈세와 돈세탁 단속을 위한 전담 수사반과 검사를 각각 배치했다.

또 버뮤다·키프로스·몰타·케이먼군도·모리셔스·산마리노 등 6개국도 지난 4월과 5월 OECD에 보낸 공식서한에서 국제수준의 과세규정을 채택키로 약속했다.

그러나 이들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탈세와 관련된 스캔들은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리히텐슈타인 정부의 의뢰를 받아 이 나라 지도층의 탈세 및 돈세탁 혐의를 조사중인 오스트리아의 쿠르트 스피저 부장검사는 지난달 13일 가브리엘 막서 의원을 탈세혐의로 구속한 데 이어 7명의 동료 의원을 추가 구속했다.

스피저 검사는 “마약조직이나 러시아 마피아가 연루된 탈세 조짐이 있다는 주장이 매일 제기되고 있다”고 지난 4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리히텐슈타인의 돈세탁이 뿌리깊은 것임을 지적했다.

금융 제도도 문제 투성이여서 근본적 개혁이 요구된다. 은행 및 투신권에서는 여전히 익명 계좌가 이용되고 있으며 리히텐슈타인 같은 미니국가에 등록된 8만여개 지주회사들은 1%의 터무니없이 낮은 세금만을 내고 있다.50%이상 세금을 내는 프랑스나 독일의 부유층에게는 매력적인 세금 도피처가 아닐 수 없다.

리히텐슈타인 등 세금 천국 국가들로 보아서는 자국으로 돈이 몰리는 것은 분명 남는 장사다.하지만 ‘세금도피처’로서 국제사회의 비난과 경제제재 조처를 감수하느니 차라리 차제에 깨끗한 국가로 탈바꿈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하겠다는 판단을 내린 듯하다.

/ eclipse@fnnews.com 전태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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