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전국 산업단지는 지금…] 구미단지 현장르포

박찬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6.26 04:42

수정 2014.11.07 14:12


찌푸린 하늘에 금방이라도 폭우가 쏟아질 것 같은 26일 오후,구미산업단지내 ㈜코오롱공장은 ‘임금투쟁 후유증’으로 어수선했다.깃발과 플래카드로 도배를 한 공장 내부에는 일손을 놓은 근로자들만 보였다.

부근의 또다른 섬유업체도 상황은 마찬가지.구미2단지의 대하합섬도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근로자들이 일손을 놓은 채 뒷짐을 지고 담배만 피워댔다.

‘흑백TV·나일론’의 상징으로 30여년간 국내 전자·섬유 양대산업을 이끌어온 구미산업단지.최근 이 곳은 생산및 수출규모가 오름세를 보여 지표경기가 ‘맑음’을 기록한 반면 체감경기는 ‘흐림’을 보이고 있다.

5월초 기준 생산실적 9조9541억원(지난해 7조4053억원),수출 57억9800만달러(43억4100만달러).‘86%가 넘는 공단 가동률.지표상 수치는 모두 상승곡선을 그렸다.그러나 근로자와 지역상권에서 감지하는 체감경기는 차갑기만하다.코오롱을 비롯한 섬유업체의 노사분규는 내수,수출증가와 별개로 고착된 저임금구조에 따른 냉각경기에서 비롯된다.

최정권 산업단지공단 중부본부지원과장은 “생산물량이 늘어나 일손은 바빠졌지만 기업주들이 IMF체제때 발생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임금인상에 인색하다”며 “이러한 영향 때문에 구미지역 상권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고 말했다.

체감경기는 최근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자금시장 경색에 의해 더욱 악화하고 있다.요즘 칼바람처럼 몰아치는 자금대란설로 구미단지 입주업체들은 초긴장 상태.

유상원 기민전자㈜ 사장은 “제품 주문량이 늘어 공장 가동률이 높아졌지만 장기적 현상으로 볼 수는 없다”며 “더구나 자금시장 경색이 앞으로 경영활동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고민을 털어놨다.

자금시장 경색과 같은 대형변수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구미단지의 생산활동을 지금처럼 낙관할 수 없다는 것이 입주업체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구미대교를 지나 동쪽으로 2㎞쯤 달리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는 LG필립스 LCD와 현대반도체,새한 도레이㈜ 등 전자업종은 인근 섬유업체와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전병원 현대반도체 총무부장은 “반도체칩은 요즘 없어서 못 팔정도”라며 “타 입주업체들과 달리 초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지만 이러한 현상은 일부 첨단업종에 국한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빛과 그림자’의 모습을 구미산업단지에서는 동시에 볼 수 있었다.

/ pch7850@fnnews.com 박찬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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