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코스닥 침체…벤처캐피탈 투자 늘린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6.27 04:42

수정 2014.11.07 14:11


“지금이 기회다”.

벤처캐피탈의 행보가 빨라졌다.최근 코스닥시장의 침체로 투자분위기가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캐피탈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는 지금이 투자의 적기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최근 KTB네트워크로부터 투자유치를 한 인터넷기업 안모사장은 부쩍 줄담배가 늘었다. 지난 4월 이전 코스닥시장이 폭락하기전부터 4개월간 지속되던 투자유치 줄다리기 과정에서 한순간에 주도권을 놓치고 투자계약시기를 놓치고 말았기 때문이다.그전까지만 하더라도 안사장은 액면가 18∼20배에 투자협상을 진행하고 있었고 KTB측에서는 최고 15배를 마지막카드로 제시했다.또다른 Y벤처캐피탈에서는 액면가 20배에 투자하겠다는 제의도 받았으나 지명도가 있는 KTB와의 협상에 초점을 맞췄다.결국 KTB와 액면가 15배에 1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로 구두로 약속을 마쳤다.

그러나 불운하게도 투자계약을 맺기 일보직전에 코스닥시장이 무너지면서 ‘벤처대란’이니 ‘5월 위기설’이 터져,안개속을 걷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되었다.지난 14일 사업확장을 위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안사장은 액면가 5배에 10억원의 투자유치를 받았다.최근 테헤란벨리등지에서 벌어지는 벤처캐피탈과 벤처기업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무한기술투자의 경우 코스닥시장이 활황이던 지난 하반기 투자규모는 168억원,올 상반기 투자규모는 510억원으로 무려 2.5배에 달하면서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지난 6월초에는 무한 첨단여성벤처투자조합을 결성,100억원펀드를 조성했고 6월말까지 멀티미디어 벤처투자조합을 결성,150억원의 펀드조성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KTB네트워크도 최근 투자행보가 빨라지고 있다.회사측은 심사역 200여명에게 이번기회를 치지말라면서 공격적투자를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KTB네트워크의 경우 올상반기에만 3410억원을 투자해 지난 하반기 투자 규모는 1428억원의 2배에 가까운 수준.이 회사 권오용상무는 “4월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유능벤처의 경우 액면가대비 10배수준에서 투자를 해왔으나 최근엔 평균 5배정도면 충분히 가능하다”면서 “단위당 투자단가가 작아졌기 때문에 투자포트폴리오도 훨씬 많아지는등 지금이 기회”라고 말했다.삼보컴퓨터 발굴로 알려진 TG벤처도 최근 현재 12명인 심사역 충원에 나서면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지난 하반기 투자규모가 240억원,올 상반기에는 450억원을 투자해 급냉한 투자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정부재투자기관으로 가장 신중하고 투자자금을 운영하고 있는 산은캐피탈의 경우 지난 하반기동안 44억원을 투자했다. 올 상반기 투자규모는 총 5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산은캐피탈의 경우는 지난해 투자규모인 1000억원에 1.5배수준인 1500억원가량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이종각사장은 “투자전략이 마켓이 나빠졌다고 해서 액수규모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며 “영세 업체들과 방만한 운영을 해오던 창투사들에는 이번이 자각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산은캐피탈의 경우 벤처인큐베이팅센터를 6월말 열 예정이고 현재 12개업체를 선정하는 등 역시 투자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밖에 동원창투사나 기은캐피탈등 주요메이저 벤처 캐피탈들의 투자행보역시 빨라지고 있다.한편 이처럼 자금사정이 넉넉한 벤처캐피탈의 경우 공격적 투자에 나서고 있는 반면에 D,T,K등 영세 창투사에서는 이와 정반대로 투자업체에 돈이 묶여 이를 회수하지도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심지어 문을 닫는 창투사들도 줄을 잇고 있는 실정이다.전문가들은 이번 코스닥시장의 침체와 투자열기급냉으로 벤처업계와 벤처캐피탈의 옥석을 가리는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dell21@fnnews.com 최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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