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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놈기사] 선진국은 지금 '게놈 전쟁'…간섭않고 최적 연구여건 마련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6.27 04:42

수정 2014.11.07 14:11


○미국 등 6개국의 국제 컨소시엄이 인간게놈 지도의 초안을 완성한 것으로 발표되면서 이 거대한 사업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미국이 생명공학분야에서 보인 저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이 이번 인간게놈프로젝트(HGP)에서 또다시 두드러진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과학기술의 연구 및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되 간섭을 하지 않는 정부의 기본정책이 밑거름이 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의 과학기술에 관한 연구 및 개발을 이끄는 정부기관은 크게 국방부·에너지부·항공우주국(NASA)·국립보건원(NIH) 및 국립과학재단(NSF) 등 5개.이들 기관은 올 회계연도의 경우 820여억달러에 이르는 과학기술 투자예산의 약 95%를 사용하고 있으나 외부의 간섭을 거의 받지 않은 채 모두 자율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만 이번 HGP와 같은 대규모 투자사업의 경우,미 대통령 직속으로 백악관에 설치된 과학기술정책실(Office of Science and Technology Policy)이 나서 중복투자를 막는 교통정리의 역할을 할 뿐이다.

그외 일반적인 연구개발사업은 해당 기관들이 모두 과제의 선정이나 기획 및 시행에 이르는 모든 것을 독자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생명공학과 관련된 부처는 보건복지부 산하의 NIH·에너지부·농무부·환경청 및 NSF 등이 있지만 이중 NIH는 지난 1992년 빌 클린턴 대통령 집권 이후 크게 각광을 받아왔다.


첫번째 대통령선거 캠페인에서 국민들의 의료·보건을 위해 NIH의 예산을 늘리겠다고 공약한 바 있는 클린턴 대통령은 그동안 NIH의 예산을 80%나 늘려 암과 에이즈등 각종 질병의 치료와 예방을 위한 연구를 적극 지원해왔다.

금년의 경우 전체 과학기술예산의 20%가 넘는 180억달러의 예산을 사용하고 있는 NIH내 13개 연구소 중 하나가 이번에 개가를 올린 국립인간게놈연구소(NHGRI)다.

미 수도 워싱턴 근교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에 위치한 NIH는 대통령이 소장을 직접 임명하고 그 예산도 연구소측이 직접 대(對)의회 활동을 통해 확보할 정도로 독립성이 보장돼 있다.

○ 영국은 지난 53년 정부 의학연구위원회(MRC)의 지원을 받은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리크가 DNA구조를 처음으로 밝혀냈고 단세포 항체 생산과 DNA지문조사 등의 학문적 돌파구를 마련한 것은 물론 지난 79년 인간게놈 전체지도를 작성하자고 제안한 것도 보드머와 솔로몬 등 2명의 영국 과학자들이었다.

케임브리지대학의 생거센터에 있는 영국 과학자들이 게놈의 3분의 1에 대한 지도작성 작업을 맡았다.말하자면 연구수준에서는 생명공학의 원조이며 첨단대열을 유지하고 있다는 말이다.

또 영국은 현재 270개 생명공학 전문기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여기에 고용된 인원만 1만4000명에 이른다.

모두 1300개의 전문기업이 15만3000명을 고용하고 있는 미국에는 크게 뒤지지만 유럽에서는 단연 선두다.

생명공학에서 이뤄진 연구결과로 혜택을 보고 있는 연관산업들 역시 영국에서 가장 성공적이고 활발하며 혁신적인 분야들로 제약·농업·식품 및 음료·화학·환경공학 산업 등이다. 이들 산업분야는 175만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으며 영국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영국 정부는 정보기술(IT) 혁명 다음에는 생명공학 혁명이라는 전망하에 지난해 말 64쪽에 달하는 ‘게놈밸리―영국내 생명공학의 경제적 잠재력 및 전략적 중요성에 대한 보고서’를 내놓고 생명공학 진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유럽내 생명제약회사의 44%가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자본금 기준으로 세계50대 기업중 10개가 영국업체다.

이들이 영국의 생명공학을 이끌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는 생명공학 부문에서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비교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초 프랑스 과학기술부는 ‘과학과 기술 조정위원회(CIRST)’를 통해 △생명공학 △정보과학 △ 우주 부문 △ 환경과학 △교통 등 21세기에 프랑스가 주력해야 할 연구분야를 선정했다.

특히 생명공학과 관련,프랑스는 이를 환경·농식품·의학·약학·화학에 이르기까지 미래 산업의 열쇠로 보고 있다.

프랑스는 생명공학 분야에서 상당한 진보를 이룩했다.

이미 1980년 장 도세(Jean Dausset) 교수가 유전공학 연구로 노벨의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프랑스는 81년 인간 필로마바이러스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완전히 밝혀내 세계 과학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으며 83년 세계 최초로 에이즈 바이러스도 규명해 냈다.

유전공학 분야는 생명공학과 연계,아직 알려지지 않은 질병을 발견하고 현대불치병을 치유할 수 있는 약품을 개발하며 이러한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을 만들어 내는데 기여하고 있다.

유전공학의 발전으로 프랑스는 5세 이하 어린이들을 위한 뇌막염 백신과 기존백신에 비해 50배나 효능이 뛰어난 백일해 백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1996년 설립된 국립유전자연구소(CNS)는 현재 프랑스 게놈연구의 축이 되고 있다.

CNS는 150여명의 연구원이 ‘과학적·의학적·경제적 의미가 있는 세균·식물·동물·인간의 유전자 연구와 결과 축적’이라는 목표 아래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생명공학 연구와 기술 수준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번 인간 게놈 연구 작업에 미국과 프랑스·영국·중국·일본 등이 공동으로 참여한 것도 중국의 생명공학 연구가 선진수준에 도달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인간·동물·야채·벼·보리 등의 유전자 복제나 변형 연구에서 세계적 수준에 올라 있다.

중국은 78년 개혁·개방을 계기로 농업·공업·국방·과학기술에 걸친 4개 현대화를 추진하며 생명공학을 과학기술 발전계획의 주요 부문으로 선정해 집중적으로 자금과 인력 등을 지원해 왔다.

이에 따라 지난 80년대 중반 이후 10여년간은 중국 생명공학 발전의 황금시기로 불리고 있으며 전국각지에 생명공학 연구소 또는 연구센터들이 대거 생겨났고 수많은 학자들이 10∼20년째 이 분야만 연구하고 있다.


중국에서 가장 큰 생명공학 연구기구는 ‘상하이(上海)생명과학연구원’으로 약 1900명의 연구원이 소속돼 있다.

이 연구원은 과학기술 인력이 풍부한 상하이 소재 생물화학·세포물리학·식물생리·약물·신경과학·생리·곤충학 등 7개 연구소와 생명공학연구중심·생명과학연구중심·국가유전자연구중심 등을 합쳐 만든 거대 연구기구로 공개,비공개리에 수 많은 프로젝트들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생명공학 연구는 국가 전략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날로 발전하는 중국의 과학기술 수준에 맞게 더 많은 연구와 결실이 예상된다.【워싱턴·런던·파리·베이징=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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