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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준비 여야 '첩보전' 방불


26∼27일 이틀 간 진행된 이한동 국무총리 서리에 대한 국회청문회는 총리인준문제로는 사상 첫 자리라는 점에서 이를 준비한 여야의원들 간에 첩보전을 방불케하는 정보전이 치열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이총리서리의 도덕성을 심판하겠다고 별러온 한나라당측의 예봉과 이를 막으려는 자민련의 방패사이에 불꽃튀는 뒷 얘기도 무성하다.

이총리서리에 대한 방어작전에 나선 자민련은 보름 전 일찌감치 당내에 청문회 준비팀을 설치하고 이와는 별도로 총리비서실팀(일명 광화문팀)과 이총리서리의 보좌진팀(일명 남중팀)으로 각자 역할을 분담,예상질의와 답변을 준비해왔다.

이 가운데 당 준비팀은 자민련입당 등 이총리서리의 정치적 변신 등에 대한 대응논리를 집중적으로 개발했고 총리비서실인 광화문팀은 국정업무수행능력,남중팀은 재산문제 등 개인신상문제를 전담했다.

3개팀의 거중조정역할은 이총리서리의 측근인 허세욱 자민련 준비팀장이 맡았으나 최종 답변내용은 이총리서리가 직접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야당측의 정치적 변신에 대한 파상공세가 있을 경우 이회창 총재의 말바꾸기 사례를 제시하며 맞불작전을 편다는 벼랑 끝 전술도 실무진에서 수립했으나 이총리서리의 만류로 채택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우당인 민주당과의 창구역할은 김학원 대변인이 책임지고 설훈 간사와 수시로 접촉하면서 청문회 절차와 질의내용 등을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당을 탈당하고 총리직을 수락한데 대해 편치않은 감정을 갖고 있는 한나라당은 그동안 당내 특위지원팀을 구성하고 특위의원별로 역할을 분담한데 이어 홈페이지와 각 지구당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제보수집에 나서는 등 이번 청문회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지난 10여일동안 이총리서리에 대해 부동산투기의혹,금융사기사건 연루의혹,사생활문제 등 수십건의 각종 제보가 쏟아졌다. 그러나 접수된 제보의 상당수가 확인되지 않은 루머수준의 의혹이었고 시간적으로도 이를 검증할 수 있는 여력도 부족했다는 것이 한나라당측의 설명이다.

특히 사무처직원들과 보좌관들이 제보내용을 확인,‘대박’을 터트리기 위해 수시로 포천 등의 현지를 다녀오기도 했다.

자민련의 한 관계자는 “정보수집을 하러 다니다가 현장에서 상대당측 관계자를 만날 뻔한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한편 초선 원희룡 의원측은 지난 98년 이총리서리가 모 방송국 토론회에 출연,총리서리제는 위헌이라는 취지로 발언한 비디오테이프를 구해 청문회장에서 이를 방영하려 했으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무산됐다. 자민련측은 청문회 초반에 ‘비디오 문제’가 갑자기 불거져 나오자 그 내용을 확인하느라 분산을 떠는 등 소동을 빚기도 했다.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은 자민련 의총에서 이총리서리가 “한나라당 의원들이 판결문까지 뒤진다며 가소롭다”고 발언한 부분에 대해 청문회장에서 이총리서리의 사과를 요구,“적절치 못한 표현”이라는 사과를 받아냈다.

결국 한나라당의 창과 민주당이라는 우군을 등에 업고 싸운 자민련측의 방패가 맞부딪친 이번 싸움은 양측이 모두 내세울만한 전과를 올리지 못했다는게 대체적 평이다.

/ pch@fnnews.com 박치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