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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실리콘밸리를 찾아서(3)] 보스턴 128번가 '테크노벨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6.27 04:42

수정 2014.11.07 14:11


보스턴의 특징은 한마디로 창조성이라고 할 수있다.
현지 주민들도 “보스턴처럼 완전히 새로운 사업을 창출할 수 있는 곳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에밀리 디킨슨은 언젠가 그의 시에서 말했다.“나는 가능성 안에 상주하고 있다( I dwell in Possibility).” 보스턴은 바로 이 가능성들이 뭉쳐져서 이뤄진 도시라는 인상을 던지고 있다.

이 곳 보스턴을 올곧게 자리매김할 수 있는 대표적인 두 예는 인터넷과 PC 소프트웨어 산업이다.인터넷은 70년대 케임브리지의 한 회사에 의해 결실을 보게 됐으며 현재 인터넷과 동일시되고 있는 월드와이드웹(WWW)의 발상지도 바로 MIT의 공대 건물 구석에 자리잡은 비좁은 연구실에서였다.

현재 보스턴 지역에는 인터넷 포털인 라이코스를 비롯해 전자상거래 소프트웨어를 제작하는 오픈 마켓,웹검색기능 향상 프로그램을 개발한 다이렉트 힛 등 군소 업체에 이르기까지 5000여개의 하이테크 회사들이 몰려있다.게다가 업체 수는 올들어 더욱 증가세를 보여 이곳 사람들은 “자고 일어나면 몇개씩 업체들이 창업을 하거나 이주해 와 있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최근 한달 사이에만 해도 시커모어,시에나,파이버옵티스 등의 회사가 캘리포니아에서 이곳 보스턴으로 옮겨왔으며 시스코그룹도 작전본부를 실리콘밸리에서 보스턴으로 이주한다는 방안을 확정해 놓은 상태다.이밖에도 신생 벤처그룹을 인큐베이팅하는 투자그룹이 생겨나고 있으며 이중 가장 대표적인 업체가 이곳 보스턴 벤처 성공의 신화로 불리는 한국계 폴 장이 이끄는 벤처 인큐베이팅 그룹이기도 하다.

첨단 벤처 집중 지역으로서의 보스턴을 규정짓는 또 하나의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은 생명공학분야다.현재 바이오젠,젠자임 등의 굵직굵직한 회사가 이곳 보스턴 생명공학 산업의 기둥이 되고 있다.물론 이들 생명공학 기업을 뒤에서 든든하게 받치고 있는 것은 역시 보스턴에 자리잡은 하버드대학이다.

찰스강 위쪽에 자리잡고 있는 하버드 대학은 세계 최고 수준의 생명과학 교과 과정은 물론 노벨 생리의학상 등 수상자수,학생들의 질 부분에서 단연 세계 최고를 지키고 있다.이곳에서 공부한 이들은 과거에는 학교에 남아서 교수가 되거나 연구소에 자리를 잡는 것이 정형화돼 있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신생 생명공학 벤처로 이동해 가는 경향이 뚜렷하다.

하버드 의대 분자생물학 연구소의 한 학생은 “석사과정에 들어왔을 때는공부를 계속해 박사를 마치고 싶었지만 얼마전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생명공학 벤처로 가기로 마음을 정했다”고 말했다.

이 학생이 벤처회사로부터 제시받은 돈은 연봉 8만달러 수준.보통 6년쯤 걸리는 박사학위를 마치고 나가도 잘해야 연봉 10만달러 정도를 받는데 그 차이 때문에 6년을 허비할 수 없다는 것이 이 학생의 논리다.보스턴 지역의 생명과학 벤처가 날로 번창하고 있는 것은 이처럼 자본논리로 무장한 우수한 학생들이 끊임없이 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버드와 쌍벽을 이루는 세계최고의 공대 MIT.이곳에서는 매년 50K라는 학생 벤처아이디어대회가 열린다.지난 5월30일 학교 구내 강당에서 열린 올해 대회에서 우승자에게는 5만달러의 상금이 주어졌다.그러나 실상 5만달러는 상징적인 의미밖에 지니지 않는다.대회가 열리는 날이면 뉴잉글랜드 지역의 온갖 벤처 CEO들이 학교 강당으로 모여든다.

이들은 이곳에서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평가하고 우수한 학생들을 스카우트하는 일을 하고 있다.지난 해 우승자는 석사과정을 마치고 벤처기업에 입사,한해에 1000만달러라는 거액을 챙겼다.물론 연봉이 아니고 벤처수익에 따른 배당금만 계산한 것이다.

이곳 보스턴에서는 주말마다 벤처기업 CEO와 하버드·MIT 학생들이 하버드 스퀘어 한가운데 있는 ‘오봉펭’이라는 노천카페에 모여 자유롭게 토론을 하고 맥주를 즐기기도 한다.넥타이를 풀어제치고 학생들과 자유토론을 벌이는 기업주들.이들의 대화가 계속되는 한 보스턴 테크노벨트의 미래도 계속될 것이다. / 보스턴=고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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