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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입체진단 4] 중단없는 개혁만이 시장불안감 없앤다

김영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6.27 04:42

수정 2014.11.07 14:10



전철환 한은총재가 본지와의 창간기념회견에서 제2금융위기론 대두,경상수지 악화,금융산업 구조조정 등 각종 경제현안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소상하게 밝혔다. 전총재가 진단하는 우리경제의 문제점을 현안별로 요약한다.

◇경제위기감은 불안심리때문=전총재가 제시하는 한국경제의 활로는 기업·금융 구조조정의 신속,과감한 추진에 있다.

전총재는 IMF 사태 이후 추진된 기업·금융구조조정이 미흡해 앞으로도 구조조정이 남아 있다는 시장참가자들의 불안심리가 바로 경제위기감의 실체라고 진단했다. 전총재는 지난 97년 거시경제변수들이 비교적 좋았는데도 금융·외환시장이 크게 동요해 결국 외환위기로 이어졌던 경험도 지금의 현실에 투영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최근 한국경제도 겉으로 보이는 펀더멘털(경제기반)이 좋은 상태지만 구조조정과 관련된 불확실성을 빨리 제거해 금융·외환시장을 순항시키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것이다.


전총재는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렸는데도 기업에 돈이 돌지 않는 신용경색 문제 역시 기업·금융구조조정의 강력한 실행에 근본적인 해법이 있다고 보았다.전총재는 구조조정은 특히 일관된 원칙 아래 투명하고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자금난은 4대 그룹과 중소기업보다는 그 중간에 있는 중견그룹에서 심각하게 불거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소기업들은 지난해 나름대로 구조조정을 잘했지만 그 위에 있는 일부 중견기업들이 구조조정에 소홀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지방 소기업들도 주요 자금공급원인 상호신용금고 등 서민 금융기관의 구조조정 여파로 대출선이 막혀 일부 신용도와 담보력이 취약한 업체를 중심으로 금융애로가 증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경상수지 악화 신중 대응해야=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경상수지 문제는 미시적인 대책으로 방어하기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게 전총재의 판단이다. 전총재는 97년 외환위기 이전에도 누적되는 경상수지 적자를 미시적인 방법으로 막았지만 정책의 실효성이 그리 높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총재는 하반기에 성장률 물가 등 거시경제운용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경상수지가 내년중 적자로 돌아설 우려가 있는 만큼 상황이 급격히 악화될 경우에 대비해 거시정책의 운용기조를 보완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물가상승 압력은 높지않다=시중에 풀린 돈이 물가를 부추겨 인플레를 일으킬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은 크게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그는 올해 물가 뿐만 아니라 2001년 이후 중장기물가도 2.5%선에서 유지될 수 있도록 적기 대응을 해 나가겠다는 기본방침을 재확인했다.

◇지주회사방식 합병시 방화벽 필요=금융구조조정의 방법론과 관련해서는 동종 금융업종간 합병 뿐 아니라 이종 업종간 합병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한빛은행―조흥은행―대한생명을 지주회사 방식으로 묶으려는 정부 방침과 상응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전총재는 그러나 금융지주회사가 성공하려면 지주회사 시스템의 경영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장치와 효과적인 감독방안,자회사간 불공정 내부거래를 막기 위한 차단벽 등을 탄탄하게 구축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전총재는 금융기관 합병도 공정하고 명확한 방침 아래 투명하고 신속하게 추진하는 것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대우 사태,중견기업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등 기업구조조정 등에 따라 불어난 부실채권도 투명하게 공개한 뒤 조속히 정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은의 역할·위상 강화 필요성=한국은행의 위상과 역할 강화를 위한 방안에 대해서는 한은의 자주성 보장을 강도높게 요구했다. 전총재는 우선 정부가 바람직한 금리수준이나 향후 금리정책 방향 등에 대해 언급하는 사례가 많은데 이는 자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통화신용정책은 한은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의 고유권한인데 정부가 자꾸 간섭하면 금리정책에 대한 혼선이 빚어져 금융시장에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 전총재는 이와 함께 한은의 금융기관 검사권한을 일본의 중앙은행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행은 금융기관에 자료요구권과 함께 제출된 자료의 진위여부를 직접 조사할 수 있는 ‘고사권’(考査權)을 갖고 있다.
전총재는 최소한 이 정도 권한까지는 인정해야 한은의 시장감시기능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kyk@fnnews.com 김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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