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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CEO 삼총사, '美 상륙작전'

최승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6.27 04:42

수정 2014.11.07 14:10


유럽 3인방이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들은 특히 미국의 정보통신·미디어 등 첨단 분야에 진출함으로써 경제 초강대국 미국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있다.

프랑스 비방디의 장-마리 메시에 회장,영국 보다폰 에어터치의 크리스 겐트 회장,스페인 텔레포니카의 후안 비야롱가 회장이 바로 그 3총사다.

이들은 모두 미국 굴지의 기업을 성공적으로 인수,유럽 시장에서 과감히 탈피해 전세계적으로 세력을 넓히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을 바싹 긴장시키고 있다.

3인방의 미국 업체 인수는 줄줄이 이어졌다.

우선 세계 최대의 이동통신업체인 영국 보다폰이 지난해 9월 미 통신업체인 에어터치를 620억달러(약 70조원)에 사들였다.


이를 신호탄으로 여긴 듯 스페인 최대의 통신업체인 텔레포니카가 계열사인 테라네트워크를 통해 대형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라이코스를 지난 5월 125억달러(약 14조원)에 인수했다.

뒤질세라 유럽 최대의 유료TV채널 카날플러스를 소유한 프랑스의 이동통신업체 비방디는 이달 미국의 유니버설영화사를 소유한 캐나다의 시그램을 손에 넣었다.

이들의 미국 기업 인수 전략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시그램을 인수한 비방디의 메시에 회장은 엔터테인먼트 사업 진출을 위해 돈을 너무 무리하게 쓴 게 아니냐는 비난을 받았다.

보다폰의 겐트 회장은 에어터치에 이어 독일 만네스만를 성공적으로 인수한 대가로 1000만 파운드(약 167억9000만원)에 이르는 거액의 특별보너스를 받기로 돼있어 쑥덕공론이 오간다.

텔레포니카의 주가는 비야롱가 회장이 98년 받은 스톡옵션이 문제가 돼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하락세를 보였다.

미국 시장 공략에는 공동보조를 맞추고 있지만 3인방의 성격은 제각각이다.

프랑스 일류대학 출신으로 고위 공무원을 역임한 메시에는 43세에 비방디를 세계적 기업으로 키운 경력이 말해주듯 뛰어난 경영 감각을 갖춘 전략가로 평가된다.

겐트 회장은 에어터치를 인수한 데 이어 올해 독일 만네스만까지 사들였는데 그만의 ‘글로벌 마인드’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크리켓 광(狂)인 겐트 회장은 크리켓 경기장에서 휴대폰을 통해 만네스만 인수를 성사시켜 화제를 모았다.

비야롱가는 미스 멕시코 출신과 염문을 뿌려 가십에 자주 등장하던 인물이다. 그가 어느날 갑자기 라이코스를 인수한다고 하자 미국 경제계가 깜짝 놀란 것도 당연하다.

기업을 인수했다고 100% 자기 회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비방디의 메시에 회장이 그렇다.


할리우드는 오래전부터 외국인 경영자를 무시하는 오랜 전통이 있다. 일각에선 메시에가 과연 유니버설을 제대로 장악할 수 있을지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메시에 회장은 “프랑스인이 할리우드에 올 일은 없을 것”이라며 “할리우드는 미국인 전문가가 운영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 rock@fnnews.com 최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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