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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달기자의 골프가산책] ˝사장님은 치세요˝의 비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6.28 04:42

수정 2014.11.07 14:10


‘더 멀리 그리고 정확히.’

이는 골퍼가 바라는 이상이자 영원한 숙제다.특히 아마추어골퍼들의 관심은 ‘더 멀리’에 쏠려 있다.이는 오늘날 눈부신 골프발전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 됐다.

골프클럽만 보더라도 우주공학에 사용되는 최첨단 소재가 클럽을 만드는데 쓰이고 있다.한창 인기를 끌던 티타늄 소재의 클럽은 이제 한물 갔을 정도.과연 ‘더 멀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골프용품업체 경쟁의 끝이 어딘지 아무도 가늠할 수 없다.

아마추어골퍼들에게 제일 솔깃한 말은 비거리를 보장한다는 골프클럽일 것이다.그래서 단 10야드라도 더 많이 난다는 클럽만 나오면 골프상회를 기웃거린다.결국 비상금을 털어서라도 이 제품을 구입해야 직성이 풀리는 게 주말골퍼들이다. 보통 드라이버 한 자루에 100만원은 족히 되는데 아까운 생각이 안드는 것은 그만큼 비거리에 대한 열망이 크기 때문이다.

계절이 바뀌어도 처자식에게 변변한 옷 한벌 사주지 못하는 주말골퍼라도 비거리가 더 난다는 드라이버가 나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구입하고 만다.이미 여러 차례 드라이버가 비거리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거금을 털어넣는 것이다.

이런 주말골퍼가 골프장에서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이 있다.다름아닌 ‘사장님은 치셔도 돼요’하는 캐디의 말.

요즘 전국골프장은 주말은 물론 평일도 입장객이 넘쳐 경기진행이 밀리기 일쑤다.티잉그라운드에선 거의 매홀 1팀 정도 기다려야 진행이 가능하다.드라이버 티샷을 하고 나간 앞팀이 세컨샷을 한 뒤 티샷을 날려야 한다.경기진행이 밀리면 애꿎은 캐디들만 불이익을 당한다.심하면 다음날 배치를 받지 못하거나 모래주머니를 들고 디보트 사역에 동원되기도 한다.

따라서 캐디들은 경기진행을 서두르게 마련이다.아직 앞팀이 세컨샷을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사장님은 치셔도 돼요’ 하고 드라이버 티샷을 날릴 것을 조른다.이 말은 볼 치는 것을 보니 사장님은 비거리가 짧아 지금 쳐도 앞팀이 있는데까지 날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지 않아도 비거리가 짧아 툭하면 동반자들로부터 ‘짤순이’라는 놀림을 받는데 캐디로부터 이 말을 듣고 나면 비거리가 더 떨어진다.힘은 힘대로 들어가고 비거리는 떨어지는 악순환을 거듭하다 라운드를 마친다.한마디로 캐디가 무심결에 내뱉은 말에 그날 라운드를 망치는 셈이다.그렇다고 점잖은 체면에 캐디와 싸울 수도 없고 직접 당하지 않고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드라이버 비거리로 고민하는 주말골퍼들 앞에서 “사장님은 먼저 볼을 쳐도 된다”는 말은 극약과 같다.

/ jdgolf@fnnews.com 이종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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