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은행이 28일(미국시간) 만약 금리인상을 결정한다면 그것은 종전처럼 아시아 각국 금리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까? 더 이상 그렇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나왔다.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이들 국가의 금리 독립기조가 뚜렷해지면서 미 연방은행의 잇따른 금리인상이 이들 국가의 금리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지가 27일 지적했다. 따라서 아시아 국가들의 금리는 28일 미연방은행 산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에 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 신문에 따르면 아시아 각국은 FOMC 결정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자국의 금리 인상을 고려하기보다는 대미수출과 투자자금의 흐름에 더 주목하고 있다.
홍콩 스탠더드 차터드 은행의 스티븐 수는 미연방은행의 금리정책이 미국의 성장률과 국제적 자금흐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아시아의 주목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시아 각국이 미국금리를 따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 FRB가 지난 해 6월 30일 이후 수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했으나 상당수 아시아국가들의 금리는 계속 하락해 왔다. 이들 국가는 지난 97∼98년 금융 위기 당시 미 달러에 대한 적정 환율이 무너지자 자국 화폐 방어를 위해 금리를 미국보다 높게 결정했다. 이같은 정책은 아시아 국가들의 금리 독립기조를 확립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도이체방크의 마이클 스펜서는 보고서를 통해 “아시아 국가들이 금융위기 당시 불완전한 금융시스템을 재조정해 금리 안정을 이룩했다”고 평가했다.
예컨대 미국의 연방기준금리가 지난 1년 사이 1.75%포인트나 인상된 6.5%를 기록한데 반해 한국의 오버나이트(초단기) 금리는 같은 기간 중 기껏해야 0.25%포인트 올라 5%에 머물렀다. 또 달러에 대한 고정환율제를 실시하는 홍콩의 경우도 같은 기간 중 시중 은행간금리(Hibor)를 1.22% 포인트 올려 더 이상 미국과의 공동보조를 포기했다. 싱가포르도 미국의 금리인상 조처에 긴축 정책을 실시했지만 금리 인상 폭은 3개월 만기 시중 은행간 금리(Sibor)가 0.67%포인트로 미약한 수준이었다.
이에 반해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필리핀,중국,태국,일본은 같은 기간중 오히려 주요 금리가 떨어져 ‘탈(脫)미국,독자 금리기조’로 돌아섰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와 관련,“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 중앙은행이 최근 긴축정책을 실시한 이후 미국마저 긴축의 고삐를 다시 죈다면 아시아 국가들의 자금흐름에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이 연방기준금리를 인상할 때마다 아시아 증시가 약세를 반복하는 것은 이같은 우려의 반영이라는 지적이다.
/ wall@fnnews.com 성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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